[10.19 기자회견문]

라파즈한라시멘트는 지노위 판결 즉각 이행하고 화섬노조와 교섭하라!

지난 9월 25일 강원지방노동위원회는 다음과 같이 판결하였다.
“라파즈한라시멘트가 우진산업 근로자들의 실질적인 사용자이며, 2년 이상 사용한 근로자에 대하여 즉시 원직에 복직시키고, 해고기간 동안 근로하였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상당액을 지급하라.”
느닷없는 폐업신고와 계약해지를 통보하는 문자메세지를 받은 날로부터 꼭 178일째 되는 날이었다. 강원도 옥계에서 서울까지 그 먼 거리를 7개월동안 오가며 풍찬노숙하며 투쟁한 결과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보잘 것 없는 작은 승리다.

그렇지만 우리는 일단 이번 지노위 판결을 적극 환영한다.
지노위는 “라파즈한라시멘트와 우진산업(주)는 업무도급계약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라파즈한라시멘트가 근로자들에 대한 사용사업주의 지위에 있다”고 라파즈한라시멘트의 원청사용자성을 인정하면서 다음의 내용들을 그 판단의 근거로 하였다.

첫째, 우진산업은 라파즈한라의 장비과 업무에만 전속되어 사업의 확장성이 없고,
둘째, 우진산업이 라파즈한라로부터 장비를 임대받아 사용하면서 장비운전에 반드시 필요한 주유는 도급계약서에 포함하지 않고 라파즈한라로부터 제공받아 사용한 점,
셋째, 도급계약서상 항만 부원료 투입작업이나 항만 진공청소차 운영 등을 보면 톤당, 시간당, 또는 월 장비운영 단가로 계약되고,
넷째, 우진산업이 라파즈한라로부터 원가절감계획을 제출받는 것,
다섯째, 우진산업 근로자들이 라파즈한라 관리자로부터 구체적인 지시를 받으며 업무를 수행한 점 등을 들었다.

이는 도급-파견 구분기준에 관한 노동부 고시 및 지침을 충실하게 해석, 적용한 것일 뿐 아니라 실제 근로관계를 진지하게 검토한 판결문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다른 사건처럼 중노위 재심에서 뒤집히는 판결이 날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우리는 판단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우리는 지노위 판결에 아쉬움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지노위가 라파즈한라시멘트의 원청사용자성을 인정하면서도 근무한지 2년이 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일부 조합원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기각한 것은 모순이다. 2년을 초과하지 않았다고 해서 원청사용자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므로 근무기간과 무관하게 전원 에 대하여 직접고용, 원직복직을 판결했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라파즈한라시멘트가 우진산업 노동자들의 사용자라고 했을 때 지금까지 노조설립을 이유로 폐업하고 해고하고 노조탈퇴를 조건으로 고용승계를 한 행위는 결국 라파즈한라시멘트가 저지른 것들로 마땅히 부당노동행위로 판정이 났어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중노위 재심을 통하여 분명히 밝혀지고 인정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우리는 라파즈한라시멘트에 대하여 우진산업지회에 대한 무모한 탄압을 중단하고, 강원지방노동위원회의 판결을 즉각 이행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라파즈한라시멘트는 처음부터 끝까지 우진산업 조합원들과 아무런 관계도 책임도 없다고 주장하였다. 앞에서는 마치 무슨 자선사업가인양 불쌍한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구해주겠다는 식의 태도로 일관하였고, 뒤로는 조합원들을 탈퇴시켜 하청업체에 입사시키는 파렴치한 행위를 일삼았다. 어쩌면 자신들과의 관련성과 책임을 무마하면서도 기업의 도덕적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반전의 계기로 삼으려는 그야말로 야무진 꿈을 꾸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자신들의 의도가 관철되지 않자 노동부 중재안마저 거부하고 노노갈등을 부추기는 등 상황을 파국으로 몰아가더니 급기야 화섬노조간부들과 우진조합원들에 대한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작태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번 지노위 판결로 라파즈한라시멘트의 얄팍한 의도는 적나라하게 드러났으며 최근 판결 이후 라파즈한라시멘트의 행보는 그야말로 가장 전형적인 악질자본의 본질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
지노위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노조와의 정식교섭은 거부한 채 복직판결이 난 조합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밀린임금을 지급할테니 하청으로 들어와 일하라”며 회유와 분열책동을 일삼고 있다.

우리는 이같은 파렴치한 행위를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라파즈한라시멘트와 그 어떤 타협도 하지 않을 것이다. 저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법대로” 요구할 뿐이다.

이 기자회견을 마치는 대로 우리는 OECD국가연락사무소가 있는 산업자원부를 방문하여 라파즈한라시멘트를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위반으로 제소할 것이며, 이와 동시에 화학섬유노조의 국제상급단체인 ICEM(국제화학에너지광산일반노련)도 라파즈그룹 본사가 있는 프랑스 파리의 OECD국가연락사무소에 라파즈그룹을 제소할 것이다.

라파즈한라시멘트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이제 싸움은 단 7명과 하는 것이 아니며 앞으로 벌어질 사태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라파즈한라시멘트에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머지않아 그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제 공은 라파즈한라시멘트로 넘어갔다. 더 이상 무모한 노동탄압을 계속하면서 사태를 파국으로 몰아갈 것인가, 아니면 지노위판결을 충실히 이행하고 민주노조를 인정함으로써 상호발전을 도모할 것인가 현명하게 판단하길 바라마지 않는다.

라파즈한라시멘트에 마지막으로 촉구한다.

1. 우진조합원에 대하여 원청사용자임을 인정하고 불법파견을 즉각 중단하라!
2. 우진조합원 전원을 직접고용 원직에 복직시키고, 해고기간의 임금을 전액 지급하라!
3. 민주노총, 화학섬유노조, 우진조합원에 대한 민형사상의 고소고발을 즉각 철회하라!
4. 대표이사 프레드릭 드 루즈몽은 화섬노조와 직접 교섭에 나서라!

2006년 10월 19일
전국화학섬유산업노동조합 / 라파즈한라 사내하청 우진산업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