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려라
'맥도날드 장애인 채용'과 'SK 계약직 정규직 전환'의 그늘

대부분의 조간신문들은 15일자 사회면에서 유명 패스트푸드 업체인 맥도날드가 정신지체 장애인 20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키로 한 사실을 '훈훈'한 미담기사로 다뤘다.

보도에 따르면, 맥도날드를 운영하고 있는 (주)신맥은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과 함께 수도권 및 원주, 대전, 청주 등 전국 24개 지점에서 33명의 정신지체장애인을 대상으로 3주간의 중증장애인 지원고용 프로그램을 실시, 이 가운데 남녀 20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키로 했다.

장애인 실업률이 28.4%로 비장애인에 비해 6배 이상 높고,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에서도 85%나 장애인의무고용률(2%)를 지키기 않으며, 더군다나 비정규직이 55.7%나 되는 현실에서 '장애인'을 '정규직'으로 채용키로 했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임에 틀림없다. 신문들은 저마다 "외식업체가 장애인을 한꺼번에 정규직으로 채용한 것은 처음"이며 "향후 서비스업계 장애인 고용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이 기사를 다룬 어느 신문에서도 맥도날드가 대부분 20세 미만의 노동자를 파트타임으로 고용해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게 하고 있으며,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한 체인화, 프랜차이즈화로 미국의 자영농 몰락을 초래한 장본인이란 사실은 다루지 않았다.

맥도날드로 대표되는 패스트푸드 산업은 먹는 음식에도 공장자동화 개념을 도입, 음식을 '조리'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가공된 '부품'들을 '조립'하는 것으로 바꿔놓았으며, 따라서 불필요한 숙련노동 대신 비정규직 파트타임 노동력을 증가시키고 있다. 또한 대형 가공업체와의 불공정 계약으로 자영농 형태의 축산업과 농업을 고사위기에 빠뜨리고 있고, 햄버거 고기에 들어있는 식중독을 유발하는 이콜리(E-coli) 0157균 때문에 가장 큰 고객인 어린이들의 생명마저 위협하고 있다.

그런 맥도날드는 전 세계적으로 2만8천개 체인점을 갖고 있어 세계 어디서든 맥도날드의 상징인 '골든 아치(Golden Arches)', 즉 황금빛 'M'자 로고들이 그려진 깃발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마치 미 제국주의의 상징처럼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ASEM 회의, WTO 각료회담이나 G7 정상회담, 다보스포럼 등이 열릴 때마다 다수 시위대들은 '반 세계화'의 상징으로 맥도날드를 앞세우고 있다.

하지만, 오늘자 신문기사는 어느 순간 맥도날드가 '노동자 착취 기업'의 대명사에서 '장애인 친화기업'이 된 것 같은 착각마저 들게 한다.


맥도날드와 SK

우리가 그런 맥도날드식 착각에서 빨리 벗어나야 하는 이유는 과대 포장된 기업이미지를 위해 기업들은 언제, 어떤 방법으로든 노동자들을, 소비자들을 현혹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이 OK할 때까지"라는 광고카피로 유명한 SK는 지난 1일부터 계약직 직원 79명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켰다. 대개의 기업들이 해고가 쉽고 싼 비용으로 노동자를 부리기 위해 비정규직 채용을 늘리고 있는 가운데, SK의 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킨 것은 크게 환영할 일임은 분명하다. 한 노동종합일간지에서는 "눈에 띄네"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SK의 '고객만족'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기사를 다뤘을 정도다.

하지만 이미 SK는 본사나 계열사에서 불법파견이나 비정규직 형태로 노동자들을 고용해 오다가 노조를 만들거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자 99명이나 부당하게 해고했다.

이번에 정규직 전환 대상이 된 노동자들은 용역업체인 인사이트코리아 소속이었고, SK는 이 회사와 도급계약을 위장해 불법적으로 인력파견을 해 왔다.

당시 인사이트코리아 노동자들은 파견법이 시행된 지 2년이 지난 지난해 7월1일 이후 SK에 대해 "2~8년 동안 SK 관리자의 업무지시를 받고 일해온 파견근로자들이기 때문에 당연히 정규직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SK는 시종일관 "우리는 사용자가 아니다"며 노조 요구를 묵살했다.

그러자 노조는 8월 불법파견으로 노동부에 진정했고, 노동부는 이를 '불법파견'으로 판정하고 SK에 대해 "직접 고용 등으로 시정하라"고 명령했다. 노동부 시정명령에도 불구하고 SK는 인사이트코리아 직원들을 개별 면담하여 1년 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데 동의하는 사람만 계약직으로 채용하고, 정규직 채용을 주장한 노조간부 4명은 해고시켰다.

해고된 노조간부들은 연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본사 앞과 울산 SK공장 앞에서 집회를 갖고 SK의 노조탄압과 부당해고에 항의하는 한편 서울지노위에 부당해고구제신청을 내 "계약직 채용 거부를 이유로 해고한 것은 부당하다"는 판정을 얻어냈다. SK는 이 판정에 불복, 중노위에 재심신청을 했지만 중노위 역시 "불법파견이므로 2년 이상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판정했다.
다만, 중노위는 법에 허용된 26개 업무에 한해서만 고용간주조항을 적용, 법리상 논란을 빚고 있다.

SK의 이번 정규직 전환은 중노위에서조차 "2년 이상자 직접 고용의무가 있다"는 판정이 내려진 후 취해진 조치이고, 부당하게 해고된 조합원들의 계속된 투쟁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인사이트코리아의 상급단체인 민주화학섬유노조연맹은 SK의 정규직 전환 방침의 긍정성을 인정하면서도 "결국 SK는 비정규직 79명 정규직화로 노조탄압과 비정규직 양산으로 지저분해진 기업 이미지를 바꾸고 노조활동을 하면 손해라는 인식을 직원들에게 심어줄 수 있다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했다"며 비난하는 논평을 내기도 했다.

결국 맥도날드가 장애인을 정규직으로 채용했다고 해서 노동자 착취기업이라는 오명을 씻을 수 없듯이 SK 역시 도급을 위장한 불법파견과 다수의 비정규직 채용관행을 근절하지 않고, 부당하게 해고된 노동자들을 복직시키지 않는 한, 단지 '계약직 정규직 전환' 하나로 훼손된 기업 이미지를 복원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정희 기자 goforit@kcwn.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