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폐되고 있는 화재,폭발,누출사고가 더 큰 문제!

현실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것부터 시작해야... 국회 사고은폐현황 설명회 개최

 

지난해 9월 구미불산 누출사고 이후 잇따라 터진 화학물질 화재폭발누출사고의 심각성은 사회적 이슈를 형성하고 있다. 관계기관에 접수되어 언론에 보도된 것만 한달에 1~2건이 될 정도로 갑작스럽게 급증한 화학물질사고 소식에 국민들의 불안감은 커졌고 급기야 정부는 지난 5월22일 ‘중대 화학사고 예방대책’을 발표하였다.

많은 국민들은 이러한 증가의 원인이 무엇인지 궁금하면서 또 한가지 상식적인 의문을 갖는다. 그것은 정말 2012년 기업의 안전보건관리가 갑자기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사고가 많아진 것인지, 아니면 원래 많았는데 사고은폐로 정부가 집계하지 못하고 언론보도가 되지 않은 것인지가 궁금한 것이다.

이러한 의문을 풀어보고자 일과건강에서는 고용노동부 제조산재예방과의 ‘전국 주요산단별 화재폭발누출 사고현황자료’(은수미의원 요구자료)와 산재예방정책과의 ‘최근 10년간 유해화학물질로 인한 사망재해 자료’(심상정의원 요구자료), 그리고 안전보건공단의 ‘년도별 산업재해현황분석자료’, 그리고 전라남도와 울산시 조사결과 등을 비교분석하였다. 또한, 화학섬유연맹과 공동으로 현장인터뷰 조사사업을 진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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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노동환경건강연구소.일과건강이 주관한 6월10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화재폭발누출 사고은폐현황설명회’를 갖고 있다. (주최: 심상정의원실/ 화학섬유연맹)

조사결과 지금까지 화학물질 화재폭발누출 사고가 정부집계과정에서 상당수 누락되었으며 은폐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주요 분석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화재,폭발,누출사고가 주요국가산단에 집중되어있으며 사망재해가 아닌 경우 상당수가 은폐되고 있다는 것이다.

2000년~2012년 전국주요산단 중대산업사고 발생현황을 분석한 결과 주요4개 석유,화학산단인 여수,울산,온산,서산대죽산단에서 전체건수 88건의 60%에 해당되는 53건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유해·위험설비에서 발생한 화재·폭발·누출사고로 노동자 또는 인근 지역에 피해를 끼칠 수 있는 사고’인 중대산업사고가 중점 관리되어야 할 주요 대규모 국가산단에서 절반이상의 재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대형 중대재해 발생가능성이 심각한 수준에 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인명피해의 경우, 88건의 사고 중 전체 402명으로 사망자 82명, 부상자 320명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부상자가 사망자의 4배 정도로 일반적 통계에서 부상자가 사망자의 30배정도인 점을 감안한다면 사망재해가 아닌 많은 사고가 신고되지 않은 채 현장에서 처리되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전체 산업재해발생시 사망자와 부상자 비율 1대 30~40배, 교통사고 사망자와 부상자 비율 1대 30~50배, 하인리히 법칙 1:29:300)

둘째, 2010년 한해 전국 화재폭발누출 사고 피해현황만을 보면 <표1>과 같이 우리나라 전체사업장 피해자수 1,238명으로 PSM사업장 피해자수 13명에 비해 100배 정도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사업장수 160만개소, PSM사업장수 1천개소로 1,500배가 넘는 사업장수에 비율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수치이다. 이는 공상처리가 만연해 있는 대부분의 사업장이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를 신고하지 않고 은폐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표1. 2010년 화재,폭발,누출 인명피해현황 비교표 >

구분

사업장수

인명피해(명)

조사방법

사망

부상

PSM사업장1)

1,117

13

6

7

요양신청서 및 산업재해조사표

전체사업장2)

1,608,361

1,238

105

1,133

1) 자료출처 : 제조산재예방과 자료_은수미 의원실 요청

2) 자료출처 :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산업재해현황분석자료

셋째, 노동부 사고집계과정에서도 상당수가 누락되거나 은폐되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표2>와 같이 2010년 여수산단 화재,폭발,누출 사고현황을 노동부와 전남도청이 집계한 결과로 비교해 보면 누락된 사고 건수가 5건으로 누락비율은 83%에 달하고 있다. 지지체 차원의 통계와 다르다는 것은 사업장에서 산재신청이나 산업재해조사표를 제출하지 않고 공상으로 처리되고 있다는 것이며 이는 사고은폐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표2. 2010년 여수국가산단 화재,폭발,누출 사고현황비교표>

2010년도

사고유형(건수)

인명피해(명)

화재

폭발

누출

사망

부상

노동부 자료1)

1

0

1

0

2

0

2

전남도청 자료2)

6

3

2

1

8

3

5

누락통계수

5(83%)

3

1

1

6(75%)

3

3

1) 자료출처 : 제조산재예방과 자료_은수미 의원실 요청

2) 자료출처 : 전남도청 동부출장소_천중근 도의원 요청

또한, <표3>과 같이 년도별 울산국가산단 화재폭발누출 사고현황을 울산시와 노동부의 통계치로 비교해 보면 분석의 의미가 없을 정도로 차이가 나고 있다. 앞서 여수국가산단의 전남도청과 노동부의 차이에서도 나타난 집계상의 오류가 울산은 설명이 불가능할 정도로 더 크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후 그 원인조사와 개선대책이 필요한 부분이다.

<표3. 년도별 울산국가산단 화재,폭발,누출 사고현황비교표>

구분

년도별 사고 건수

2007년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울산시 자료1)

45

49

36

32

37

45

노동부 자료2)

1

2

3

1

2

0

1) 자료출처 : 울산시 2013년 3월 19일 ‘기업체 간담회’에서 제출된 자료

2) 자료출처 : 제조산재예방과 자료_은수미 의원실 요청

넷째. 일원화되지 못한 집계과정에서 누락 혹은 은폐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표4>과 같이 산재예방정책과에 의해 산재분류지침에 근거해서 조사된 화학물질누출, 산소결핍질식, 화학물질중독에 의한 사망재해자 수와 안전보건연구원에 의해 집계된 년도별 산업재해현황자료에 의한 유해화학중독질식(누출) 사망재해자 수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즉 다시말해 산재통계분류지침에 의한 화학물질누출로 인한 사망자수가 노동부공식통계에서 평균 40% 정도가 누락되고 있다는 것이다.

<표4. 년도별 ‘누출’ 사망재해자 비교표>

구분

'08

'09

'10

'11

누출/질식/중독 1)

55

54

56

46

유해화학중독질식(누출) 2)

32

33

39

24

누락 사망자수(%)

23(42%)

21(39%)

17(31%)

22(49%)

1) 자료출처 : 산재예방정책과에 의한 산재통계분류지침자료_심상정 의원실 요청

2) 자료출처 :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의한 산업재해현황분석자료

이러한 오류는 산재분류기준을 정하는 것이 까다롭기 때문에 먼저 ‘정의’를 명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분류기준을 일원화, 통일화하는 과정을 통해 통계상의 오류를 최소화시켜야 한다. 제대로된 사고현황집계와 분석이 나올 수 없다면 올바른 사고예방정책은 기대하기 어렵다. 시급히 현실을 가감없이 드러낼 수 있도록 분류체계를 정교하게 만드는 작업이 필요한 이유이다.

이번 조사는 한정된 정부통계자료와 지자체 조사결과 등 자료수집과정에서의 한계는 있었으나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사고은폐가 있어왔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관계당국은 하루빨리 제기된 문제에 대한 원인조사사업과 대책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화학섬유연맹과 공동으로 진행한 사고은폐사례 현장인터뷰 내용을 소개한다.

○ 현장사례1.(누출)

OO석유화학단지 A사 노동자 증언에 의하면

가동을 시작한지 오래된 설비 중 특히 배관,밸브의 노후화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정비가 제때 이루어지지 못하면서 황산 등 취급물질이 수시로 누출되고 있으며 이를 발견한 현장노동자들이 고무장갑 등을 이용, 임시방편으로 막고 처리반(공무팀)이 올 때까지 대기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 다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누출사고는 보고되거나 사고통계로 잡히지 않는다고 한다.

노후설비가 교체되지 못하는 이유로는 ‘이번엔 여기다. 샐지 모르니 조심해라. 설비를 교체해야 하는데 바꿔주질 않는다.’라고 공무팀 관계자의 하소연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이 공무팀 관계자는 ‘회사장비설비계약시 저가로 구입하니 노후가 빨리되는 것도 문제고 공장세운지 30~40년 된는데 정기적으로 공정별로 설비점검하고 교체해야 하는데... 사람도 더 필요하고...그게 다 돈이예요. 그러니까 않하는거예요.’라며 앞으로 예고되고 있는 사고의 위험성과 심각성을 강조하였다.

○ 현장사례2.(누출)

OO석유화학단지 B사 노동자 증언에 의하면

본인이 작업 도중 누출사고가 발생해서 병원에 입원에 있는데 보도는커녕 회사에서도 쉬쉬하고 있다며 답답함을 호소한 사례이다. 부상을 당했지만 심하지 않고 사망사고가 아니기 때문에 사업장 내에서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며 치료 중인 본인이 스스로 신고하기 쉽지 않은 현장의 실태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개인 보호를 위한 이유로 별도의 후속조치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 현장사례3.(누출)

OO공단 불산을 취급하는 C사업장 공장장 증언에 의하면

구미,삼성 불산 누출사고로 최근에 갑자기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예전부터 누출사고는 빈번했을 것이라는 증언사례이다. C사업장의 경우도 불산을 취급하며 중.소량의 누출은 자주 있었으며 이러한 경우 지금까지 신고한 적이 한번도 없다는 것이다. 자체 소방대나 설비로 처리했으며 인명피해가 나지 않는 이상 외부로 알릴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이슈가 되니까 너도나도 신고를 하면서 발생빈도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 현장사례4.(화재폭발)

OO석유화학단지 D사 노동자 증언에 의하면

단지 내 카본취급 E사에서 오후 9시경 야간작업을 하던 중, 크레인이 주변 고압선을 건들면서 2차례의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한 사고가 있었고 출동한 사업장 자체소방대가 진화한 사례가 있었다. 그런데 이 사고는 무슨 이유인지 엄청난 폭발음과 화염에도 지역 언론에도 나오지 않았고 이후 사고통계에도 잡히지 않았다는 증언이다. 증언한 노동자는 보도나 집계가 되지 않았던 이유를 다른 경우와 마찬가지로 인명피해가 없었던 사고였기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