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토론회 '공방' - 나는 왜 아버지와 성이 달라요? 를 보고...

글쓴이 : 연맹 선전국장 송기애

[글쓴이 주 : '호주제'는 남성을 중심으로 가족이 묶이는 제도로서 법적으로 여성은 호주가 될 수 없으며, 자녀는 한 번 아버지의 성을 따르면 어떤 일이 있어도 결코 성을 바꿀 수 없습니다. 여성은 결혼하기 전까지는 '가장'이며 '법적인 호주'인 아버지 밑에 입적되며 결혼 후에는 남편, 남편이 사망한 경우에는 아들의 밑에 입적됩니다. 따라서 현재 법적으로 여성이 재혼하면서 데리고 가는 아이는 새로운 아버지와 성이 다르며, 80세 할머니가 3살 짜리 손자의 호적으로 들어가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호주제는 역사상 일제가 우리나라를 점령하면서 통제하기 쉽게 일괄 정리한 것으로서 우리나라에 호주제를 도입한 계기가 된 일본과 중국도 지금은 호주제를 폐지해서 전세계에서 단 한곳, 한국에만 호주제가 존속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현재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호주제 폐지 운동이 벌어지고 있으며, 민주노총도 호주제 폐지에 참석하는 것을 결정한 바 있습니다. 아래 본문에 나오는 아이의 성을 바꾸는 문제는 현재 법무부에서 부분 개정 민법개정안을 제출한 상태입니다]

5월 25일 늦은 밤, SBS 토론회 '공방'이 방영되었다.

쟁점은 호주제 폐지, '난 왜 아버지와 성이 달라요?'라는 부제가 붙은 토론회는 현재 사회 쟁점화되고 있는 호주제 폐지에 대한 찬반 양론이 격렬하게 펼쳐졌다.

호주제 폐지 패널 : 곽배희 여성법률 상담소장,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총장, 홍승기 변호사
호주제 존속 패널 : 이재필 씨족연합회 사무총장, 이승관 성균관가족법대책위 부위원장, 김준원 광주대 법학과 교수

6명의 패널이 참석해 진행된 토론회는 호주제 속에서 고통받고 있는 두 가정의 사례를 보여주는 등 호주제의 폐해를 다각도로 조명하려는 노력을 보여주었다.

폐지 쪽의 입장에 서있는 사람들은 호주제의 구체적인 폐해와 호주제가 왜 없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보여준 반면, 존속 쪽의 사람들은 "씨는 중요한 것이다" "호주제가 폐지되면 사회 질서가 어지러워진다"는 등의 시청자들을 납득시키지 못하는 발언을 했다. 특히, 존속 쪽의 패널인 이승관 성균관가족법대책위 부위원장은 '씨'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면서, "김대중대통령도 북한에 진돗개를 가지고 가서 교배를 한다"는 발언을 해 시청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또한 이재필 씨족연합회 사무총장은 '부모성 함께 쓰기'운동을 벌이고 있는 한국여성단체연합의 남윤인순('남'은 아버지 성, '윤'은 어머니 성) 사무총장의 '성'을 갖고 트집을 잡는 등 토론의 주제를 망각한 듯한 발언도 줄을 이었다.
토론은 '난 왜 아버지와 성이 달라요?'라는 부제가 붙은 만큼 이혼 후 재혼한 여성들의 자녀가 아버지와 성이 달라 겪는 고통과 아이가 성을 '선택'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는 문제가 중점적으로 부각되었다. 곽배희 여성법률상담소장은 "성에 대한 '선택권'을 줄 때, 아버지의 성을 따를 것인지의 여부는 본인이 선택할 문제다. 다만 우리가 주장하는 것은 불합리하게 '선택'의 여지조차 주지 않는 현재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라며 국가가 법으로서 획일적으로 반드시 아버지의 성만을 따르고 성을 고치지 못하는 문제를 제기했고,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총장은 "세살짜리 손자가 60이 넘은 할머니의 호주가 되는 것이 현 상황이다. 호주제는 가족 내의 위계질서를 깨고 오히려 가족제도를 붕괴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폐지 쪽에 서 있는 한 남성 방청객은 "자라면서 남자가 갖는 부담은 엄청나게 크다. 가장이 되어야 한다는 부담감과 대를 잇기 위해 아들은 낳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싫다. 여러 명의 사람이 모여 한 가정을 이룬다면 당연히 모든 부담과 책임은 가정의 구성원이 함께 고민하고 풀어야 한다. 왜 불합리하게 남자가 온갖 부담을 가져야 하는가? 호주가 가정을 대표하는 사람이라면 가정 내에서 뽑아야지 왜 국가가 강제하는가?"라며 현재의 호주제가 남성에게도 역시 고통이며 불합리한 제도라고 주장했다. 반면에 존속 쪽에 서 있는 남성 방청객은 "호주제는 전통이다. 인간이 개인의 전통을 말살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라고 주장했다.
이날의 '공방'을 지켜본 시청자 의견(전화ARS투표)은 호주제 폐지 : 31,000여명, 존속 : 9,100여명으로 많은 국민이 호주제 폐지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재미있었던 것은, 이재필 씨족연합회 사무총장이 전혀 시청자를 납득시키지 못하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할 때마다 폐지 쪽의 수치가 엄청 올라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