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단체연합에서는 매년 3.8 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해서
여성권익의 '걸림돌 5와 디딤돌 5'를 선정,발표하고 있습니다.
2001년 선정결과입니다.

1. 디딤돌

(1) 개인적 보상이 아닌 사회적 예방 대책을 촉구하는 '군산 매춘업소 화재참사 유가족'

2000년 9월 19일 군산 대명동 매춘업소 화재사건으로 이 업소에 감금되어 매춘을 강요당하던 5명의 여성이 숨지는 사건이 벌어진 후, 무연고자 2명을 제외한 3명의 유가족은 경찰의 연락을 통해 딸들의 억울한 죽음을 알게 되었다. 딸이 매춘여성이었다는 이유로 사회적 비난을 받을 수 있음에도 경찰의 무성의한 수사 태도와 여러 가지 의혹에 분노, 매매춘 문제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자녀의 죽음에 대한 금전적인 보상이 아닌 포주와 관련공무원, 경찰의 처벌과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더욱 애쓰시는 모습은 시민의 모범이 되고 있기에 디딤돌에 선정하였다.

(2) 아줌마의 독립과정을 그리는 MBC 드라마 '아줌마'

초반기, 남편만을 자기 삶의 중심으로 알고 살아가는 전업주부 오삼숙의 생활이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속에 저조한 시청률로 시작했지만, '학문적 동지'를 빌미로 애정행각을 일삼고, '시대의 아픔을 함께 나누며 같이 가자던' 결혼약속을 외면하고 자신을 무시하는 남편에게 반기를 들고 이혼을 결심하면서 아줌마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다. 특히,이혼을 부추키냐는 비판속에서도 이혼과정을 상세히 보여주고, 오삼숙이 홀로서는 과정을 가감없이 보여주면서 여성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또한, 오삼숙의 이혼 과정을 통해 여성운동계의 최대 이슈인 호주제폐지의 당위성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호주제의 문제점을 부각시킴으로서 시민들에게 호주제의 부당성을 널리 알려내었다.

(3) 호주제폐지의 선봉 나팔수 '호주제 폐지를 위한 시민의모임'

1998년 11월 창립총회를 시작으로 활동을 시작한 호주제폐지를위한시민의모임(호폐모)은 호주제폐지를 위한 자발적인 시민모임으로 매월 1회이상 대학로에서 서명운동을 벌여오면서 호주제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변화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또한 사이버공간에서 호주제폐지운동을 전개해 젊은 네티즌들의 적극적 참여를 이루어냈다.

(4) 경기보조원의 노동자성을 인정받은 '전국여성노동조합 88CC(컨트리클럽) 분회'

한국 최초의 경기보조원 노동조합으로써 골프장 경기보조원의 노동3권 및 근로기준법상의 노동자 권리를 사회적으로 알려내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모임조차 갖기 힘든 근무형태, 인격적 무시, 부당해고, 폭력 등에 굴하지 않고 88CC분회는 2000년 한해동안 자신들 뿐만 아니라 전체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투쟁해 왔으며 노동조합 결성을 통해 노동자성을 인정받았고, 이 활동은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했던 골프 경기보조원, 학습지교사 등 100만에 달하는 특수고용노동자의 문제를 사회적으로 알려내는 성과를 만들었다. 여러 악조건속에서도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문제를 사회여론화 시키고 노동자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5) 여성노래 만들어 평등하고 건강한 문화 일구는 노래전사, 가수 안혜경

어디선가 여성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짜짜짜짠하고 나타나서 힘을 주는 사람, 안혜경. 여성모임·대학가와 시민단체에 '까치길', '커피카피아가씨', '내말 좀 들어봐요' 등의 작곡자로 일찍부터 알려져 있다. 1995년에는 북경 세계여성대회에 참가하여 한국대표로 공연을 하기도 하였고, 여성주의 시각으로 만들어진 노래를 찾아보기 힘들었던 시기부터 홀홀단신 여성노래를 만들어왔다. 한국 최초의 페미니스트 밴드 '마고'를 만드어낸 장본인으로 최근 라틴여성밴드인 '아마손밴드'로 활동하여 여성주의 문화를 발굴·전파하는데 혁혁한 공로를 세웠다. 특히 2000년에는 여성주의 뮤지컬 '밥퍼? 랩퍼!'에서 아줌마랩퍼로 분해 대학로 연극계를 달구었다.

2. 걸림돌

(1) 여성인권에 대한 기본 상식도 없는 '이정빈 외교통상부장관'

현직 장관으로서 여성비하적인 성희롱 발언을 함으로서 모든 여성의 인권을 침해하고 국익을 훼손하였기에 걸림돌에 선정되었다. 국민의 정부는 성희롱문제를 국가차원의 정책으로 시행하고자 99년 '남녀차별금지및구제에관합법률'을 제정한 바 있으나, 한 나라의 외교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출입기자와 외교통상부 간부들과의 술자리에서 여성인권에 대한 기본자질도 없이 성희롱 발언을 한 것에는 관대하기만 하다. 이장관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 고위공직자의 여성인권 실태를 파악할 수 있었으며, 여성인권침해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공직사회의 성희롱 및 남녀차별 예방을 위한 성인지 교육 및 홍보활동이 더욱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2) 직장내 성희롱 사실을 은폐하고 피해자를 해고한 '호텔 롯데 장성원 사장'

여성노동자의 70%가 지속적으로 성희롱을 경험하면서, 사업주에게 직장내 성희롱을 예방하고 가해자에 대한 인사조치를 요구하였지만, 호텔 롯데는 성희롱 예방교육 실시하였다는 증거를 남기기 위해 직원들로 하여금 허위로 사인하도록 하고, 성희롱 가해자에 대해서도 일부만 징계할 뿐 가해자 전원에 대한 징계조치를 하지 않아 노동부로부터 3,0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호텔 롯데는 성희롱 피해사실을 알린 4명의 여성에 대해 보복성 해고를 자행했다. 호텔 롯데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를 성희롱한 가해 상사에게는 미온적 조치를, 피해 여성노동자에게는 보복성 인사를 단행함으로서 직장내 성희롱을 묵인, 방조하여 여성들의 고용조건과 고용환경, 노동권에 심대한 타격과 불이익을 주었다.

(3) 사내부부 여성해고의 부당성을 전면 부정하여 여성노동권 후퇴시킨 '서울지방법원 김선종 판사'

1999년말 명예퇴직 과정에서 762쌍의 사내부부 중 752쌍의 사내부부에게 사표를 내게 했던 농업협동조합중앙회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김선종 판사, 정종철 판사, 최건호 판사) 재판장 김선종 판사는 농협의 사내부부 해고는 부당해고가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비록 농협중앙회가 원고들의 남편을 비롯한 많은 근로자들을 그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순환명령휴직 대상자에 포함시키고 원고들에게 대하여 명예퇴직을 권유하는 과정에서 피고 중앙회의 어려운 상황을 다소 과장하거나 명예퇴직하지 않을 경우 어떠한 불이익을 입을 수도 있다는 취지의 설명을 한 바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원고들이 사직의 의사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우월적 지위에 있는 피고 중앙회의 협박, 강요로 인하여 어쩔 수 없이 사직원을 제출하였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들이 사직해고자와 농협중앙회 사이에 근로계약은 유효하게 합의해지 되었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 이후, 사내부부에 대한 명예퇴직 강요를 하는 사업장에서는 사내부부 해고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중요한 근거로 활용되고 있어, 이 판결은 사내부부 여성의 부당해고 위법성을 부정한 판결로 여성노동권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쳤다.

(4) 고용평등 역행하는 공기업 '한국통신 이상철 사장'

2000년 12월 한국통신(사장 이상철)은 구조조정을 한다며 사내부부사원을 표적으로 한 명예(희망)퇴직 강요, 인력풀제 운영, 계약직 해고 등 무차별적인 인력감축을 하였다. 특히 '희망퇴직', '명예퇴직'을 실시한다면서 사내부부룰 대상으로 퇴직을 하지 않으면 남편을 대기발령시킨다, 인사고과에 반영하겠다, 다음에는 해고대상이 되고 명퇴금도 없다, 이번이 기회니 알아서 나가라는 등등의 강요를 하였고, 심지어는 목욕탕 앞에서 목욕을 하고 나오는 사내부부 여성에게 사직을 종용하는 집요함을 보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부부가 이혼을 하는 등 가정이 파탄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사내부부를 명예퇴직의 대상으로 지목하면서, 여성노동자 퇴직 강요를 통해 여성노동자의 생존권과 노동권을 짓밟은 부당하고 성차별적인 행위는 명백한 여성권익 걸림돌이다.

(5) 여군들의 군생활을 위협하는 성희롱 장군, '육군 김학연 소장'

군법과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폐쇄적 계급사회인 군대사회에서 힘의 논리를 앞세워 여군을 성희롱한 육군사단장 김학연소장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기보다는 정직 3개월의 처벌에 불복하여 항고를 신청하고, 피해 당한 여군에 대한 음해와 자기 합리화에 몰두하는 등 개선의 여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는 여군을 성추행하여 500여명에 달하는 여군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성차별 없는 평등한 군대문화 정착을 파렴치한 김학연 사단장같은 성희롱 군인은 반드시 없어져 할 여성권익 걸림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