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국민연금 가입자 차별! 세대갈등 조장!

 

박근혜 정부의 ‘짝퉁 기초연금’ 반대한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대통령인수위원회부터 국민행복연금위원회에 이르기까지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정부의 ‘기초연금’ 실체가 드러났다. 많은 사회적 요구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결국 박근혜 정부가 선택한 것은 국민연금과 연계해 기초연금을 주겠다는 것이다.

복잡해 보이지만, 핵심은 간단하다. 공약을 지키지 않겠다는 것이다. 공약에 비해 대상과 급여수준 모두 축소됐고, 특히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기초연금을 덜 지급하면서 국민연금 성실가입자를 차별하고 있다. 또한 애초 제도취지와 달리, 대폭 삭감된 국민연금을 제대로 보완하지 못하면서 미래세대의 노후를 더욱 불안하게 하고 세대갈등마저 조장하고 있다.

스스로 국민에게 약속해놓고 이제와 사과는커녕 온갖 변명과 협박을 늘여놓으며 국민을 끝까지 기만하고, 약속을 지키라는 상식적인 요구조차 ‘공짜복지’나 바라는 철없는 행동인양 몰아세우는 정부를 도대체 어떻게 신뢰할 수 있단 말인가.

 

우리는 박근혜 정부의 ‘짝퉁 기초연금’을 반대하고, 끝내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린 박근혜 정부를 강력히 규탄하면서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힌다.

 

첫째, 정부의 기초연금 방안은 국민연금 성실가입자를 차별하는 개악안이다.

정부의 계획대로 기초연금이 도입되면,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12년이 넘는 가입자부터는 공약대로 2배 인상된 기초연금(약20만원)을 받지 못하게 되고, 가입기간이 20년이 넘으면 추가적인 급여확대 없이 현행 그대로 10만원만 받게 된다(2014년 시행년도 기준). 그리고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40%까지 떨어지는 2028년 이후 가입자의 경우, 가입기간이 15년 미만인 경우에만 20만원의 기초연금을 받고, 30년 이상 가입하게 되면 현행 그대로 10만원만 받게 된다. 즉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더 적게 기초연금을 받게 되는 것이다.

국민연금 급여의 대폭적인 삭감으로 인해 ‘용돈연금’ 아니냐는 오명마저 쓰고 있는 상황에서, 기초연금마저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차별 지급하는 것은 성실가입자에게 불이익을 주면서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을 부추기는 것이다. 특히 애초 기초노령연금 도입 취지와는 달리, 대폭 삭감된 국민연금 급여를 보완하는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둘째, 50세 이하 중·장년층과 미래세대에게는 실질적인 연금 삭감안이다.

현행 기초노령연금법 부칙(제4조의2)에 따르면, 기초노령연금은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A값의 10%(현재가치기준 20만원)까지 인상하도록 돼 있다. 즉 현재 50세 이하 세대의 경우, 기초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는 65세가 되는 2028년부터는 2배로 인상된 기초노령연금을 받도록 돼 있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 갖는 의미는 현재의 노인빈곤이 매우 심각하기 때문에 2배 인상하는 시행시기를 앞당긴다는 긍정적인 의미가 담겨있었다. 하지만 이번 정부안대로라면 시행시기를 앞당기는 대신 국민연금(균등부분)과 연계하는 조건을 달면서 미래세대는 오히려 법 부칙에서 당연히 보장받을 수 있었던 기초연금보다 최대 10만원을 덜 지급받게 되는 실질적인 연금 삭감안이 되는 셈이다. 즉, 정부의 기초연금 방안은 공약이행 이전에 법 부칙 사항마저 위반하는 것이다.

 

셋째, 세수감소나 재정의 지속가능성 문제는 핑계일 뿐이다.

정부가 공약후퇴의 핵심근거로 삼고 있는 것이 세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고, 공약을 지키기엔 수십, 수백조의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돼 재정적으로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공약으로 내세울 때 소요재정에 대한 기본적인 검토조차 없었거나, 국민의 기본적인 노후를 책임질 국정역량이 부족하다는 실토하는 것으로, 결국 누워서 침 뱉는 꼴이다.

현재 OECD 국가 가운데 독보적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심각한 우리나라 노인빈곤문제는 그대로 방치하게 되면 향후 급속한 고령화와 함께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만약 공약을 그대로 이행하더라도 GDP대비 기초연금 비중은 2040년 3.1% 수준이다. 국민연금까지 포함하더라도 7.2%에 불과해, OECD(28개국)나 EU(27개국)의 공적연금 지출비중이 2040년 각각 10.8%, 11.2% 수준임을 감안하면 여전히 낮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정부안은 2040년 GDP대비 기초연금 비중이 2.3%에 불과하며, 특히 현행 그대로 유지했을 때인 2.5%수준보다도 낮아지게 된다.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이유로 공약을 후퇴하는 것은 핑계일 뿐이며, 결국 노후에 대한 기본적인 국가책임을 방기하겠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기초연금 공약후퇴는 당장 먹고 살기 힘들어 별다른 노후준비를 할 겨를이 없는 대다수 노동자서민을 우롱하고, 불안과 고통을 가중시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무상보육, 고등학교 무상교육과 반값등록금, 그리고 3대 건강보험 비급여,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문제와 차상위계층 확대 등 재원이 들어가는 복지공약의 대폭적인 후퇴를 알리는 전주곡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가 화답할 차례다.

민주노총은 연금개악 저지를 하반기 2대 핵심 대중투쟁과제로 결의한 바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노동자서민의 노후임금을 지키기 위한 투쟁에 돌입한다.

9월 24일부터 진행되는 민주노총 지도부의 16개 지역순회 간담회를 통해 투쟁을 조직하고, 시민사회 및 야당과 연대해 제대로 된 기초연금을 쟁취하기 위한 대국회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의 철도, 가스 등 민영화 추진과 의료, 빈곤과 장애, 보육과 교육 등 복지공약 후퇴에 맞서 이에 상응하는 정치적 책임을 묻는 대정부 투쟁을 확대해나갈 것이다.

 

 

2013년 9월 25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