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경찰은 연행된 효성노조 간부들을 즉시 석방하고 효성사측은 노조탄압을 중단하라!!


1. 지난 일요일(5월 6일) 새벽 5시가 조금 넘은 시각 효성울산공장에 공권력이 투입되었다. 사측의 관리자 2명과 경찰 20여명은 노조사무실에 난입해 노동조합의 박현정 위원장과 김필호 수석부위원장, 김충렬 부위원장을 강제 연행해 갔으며, 이들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2. 효성 자본은 해마다 특히 임단협 때가 되면 대표권 시비를 비롯해서 의도적인 교섭 거부·지연 등으로 노조를 와해시키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드러내었다. 몇 년동안 효성의 임단협은 한 번도 제대로 이루어진 적이 없으며 사측에 의해 해고자가 발생하고 수많은 징계자가 생겼다. 이번 노조침탈·간부 연행 사태도 역시 그동안 이루어져왔던 사측의 노조 탄압 연장선상에 있으며 며칠 후에 출두하기로 구두 약속한 위원장을 비롯해서 이미 출두해서 조사를 받았던 수석부위원장과 부위원장을 강제 연행한 것은 이번 사태가 단순히 사측의 공작 뿐 아니라 이미 경찰과 검찰도 한 통속이 되어 이 기회에 아예 노조를 뿌리뽑겠다는 확실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여진다.

3. 효성 공장 안, 그것도 조합원들만의 공간인 노조 사무실에서 벌어진 새벽의 공권력침탈은 그것이 단순히 효성의 임단협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만은 아니라는 데에 그 심각성이 있다. 정부는 올 해 화학섬유 업종을 포함 한 7대 업종 구조조정을 발표한 바 있으며 그 구조조정이 지지부진 하다는 비판 속에서 본격적인 화섬업계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고합은 6월초에 생산설비를 중국 청도공장으로 이전하겠다고 노조에 통보했으며, 태광산업은 법인분리 등을 이유로 노조의 교섭을 거부하고 있다. 산업은행에서는 대하합섬에 약속된 지원금을 거부하며 끝내 대하합섬을 파산으로 몰고 간 바 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은 이번 효성노조 침탈과 무관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계속 강도를 더해가며 이어질 화섬업계 구조조정에서 노동자들의 저항을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힘으로 찍어누르겠다는 '본때'를 보인 것이라 할 수 있다.

4. 과잉생산의 문제점을 안고 있는 화섬업계 구조조정은 노조를 탄압하고 노동자들을 잘라낸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자본은 4조 3교대로의 전환, 노동시간 단축 등의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전제로 하는 해결방안을 내놓지도 않고 막무가내로 노조를 탄압하며 구조조정을 강행하려하고 있다. 무지막지한 노조탄압이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지는 이미 대우차 사태를 통해서 증명된 바 있다. 정부와 사측은 노조를 와해시켜 자신들의 뜻대로 구조조정을 밀어 부칠 것이 아니라, 노조를 경영의 한 축으로 인정하고 노조와 대화하는 가운데서 구조조정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

5. 효성 자본과 정부는 효성노조 침탈과 간부 강제 연행이라는 무리수를 두었다. 이들의 무리수는 이미 효성노조 조합원들의 투쟁뿐만 아니라, 화섬업계 노동조합들과 화학섬유연맹 산하 노조들, 그리고 울산지역 단체들의 연대투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화학섬유연맹은 이번 효성 사태를 연맹 산하 화섬업종분과에 대한 전면적인 탄압의 전초전으로 보고 있으며, 화섬업종 노동자들의 생존권 쟁취를 위해 연맹 차원에서 함께 해결할 것을 결의했다.

6. 경찰은 즉시 연행된 간부들을 석방해야 하며, 사측은 노조 간부를 포함한 조합원 21명에 대한 징계를 철회하고 노조 조합비 가압류 및 노조간부에 대한 3억 7천만원에 이르는 손해배상 청구를 취소하고 성실하게 교섭에 임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화학섬유연맹을 비롯한 모든 노동자들의 더욱더 강력한 연대 투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는 바이다.

2001년 5월 8일
전국민주화학섬유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화/학/섬/유/노/동/조/합/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