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6. 30일 화학섬유노조 : 기자회견문>

삼성 앞에만 서면 법도, 절차도 무시하는 경찰의 굴종을 규탄한다.
- 남대문경찰서는 집회신고 불인정의 진상을 밝혀라! -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24시간 집회 신고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직원을 두고 있는 희한한 일류기업 ‘삼성’ 때문에 집회 한 번 하기위해 경찰서 앞에서 24시간 밤을 꼬박 새우며 순번을 다투어야 하는 기막힌 일이 벌어지고 있다.

화학섬유노조 한국합섬․HK지회는 지난 6월 7일부터 남대문경찰서에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본사 앞 집회신고를 내기위해 지금 이 시간에도 대기하고 있다. 이유는 삼성측이 남대문 경찰서 민원실 앞에 24시간 대기하며 집회신고를 독차지해 모든 집회를 사전에 봉쇄하고 있기 때문이다. 20여일 이상을 화섬노조 한국합섬HK지회가 24시간 자리를 뜨지 않고 지켰으나 남대문경찰서는 번번히 삼성의 집회신고만 받아들였다.
그러다 일요일이던 6월 11일 낮 12시 30분경 삼성관계자가 민원실셔터문앞 자리를 비웠고 이를 사진 및 동영상으로 촬영해 6월 12일 남대문경찰서에 집회신고를 접수하였다. 당시 남대문 경찰서 집회신고 담당자는 “집회신고서류 및 절차가 충분하다며 곧 접수증을 발급하겠다”고 답했지만 지금까지 접수증을 내주지 않고 이에 대한 어떠한 해명도 하지 않고 있다.

지금에 와서야 남대문경찰서는 한국합섬HK지회의 집회신고에 대해 “삼성이 이의를 제기해서”라고 한다. 이게 도대체 말이 되는 소린가! 경찰은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집회신고서가 접수되면, 하자가 없으면 ‘접수증’을 내주면 되는 것이다. 한 살 먹은 어린애도 아는 사실을 판단하지 못해서 ‘삼성의 이의제기’운운한단 말인가!

아니 삼성이 뭐길래 국민 앞에서는 그리도 고압적인 경찰이 삼성 앞에서는 한 없이 작아지는가! 아무리 경찰이 자본과 권력의 시녀요 친위대라지만 말 한마디에 자신이 유일하게 휘두를 수 있는 권력을 스스로 포기한단 말인가? 그야말로 국민 위에 경찰 있고 경찰 위에 삼성이 있는 꼴이다.

거기다 적반하장이라고 삼성은 최근 화섬노조HK지회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한편, 앞으로 있을 명예훼손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어처구니없는 소송놀음을 시작했다. 결국 단 하루도 삼성 앞에서 집회가 열리는 것을 못참고 경찰을 압박했음을 스스로 자인하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 이에 대해 경찰과 검찰, 법원이 또 어떤 태도를 보일 지는 가히 짐작이 가고도 남을 일이다. 한번 지켜보겠다.

물론 우리는 집회가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임을 분명히 알고 있다. 우리가 접수한 날짜에 삼성 앞에서 집회를 개최하는 것은 합법집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남대문 경찰서와 삼성의 작태를 문제삼는 것은 스스로 자성과 반성의 기회로 삼으라는 뜻임을 분명히 밝히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남대문경찰서는 화학섬유노조HK지회의 삼성 앞 집회신고에 대하여 접수증을 발부하지 않는 사유를 분명히 밝혀라!

- 남대문 경찰서는 과연 삼성과 어떤 유착관계에 있길래 삼성측의 ‘이의제기’ 한마디에 겁먹고 접수증을 발부하지 않는지 또한, 삼성이 어떤 이의를 제기했는지에 대하여 명백히 밝혀라!

- 남대문 경찰서는 지금이라도 부당하게 국민의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 데 대하여 전 국민과 화학섬유노조HK지회 조합원들 앞에 사죄하고 당장 접수증을 발급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라!



2006년 6월 30일

전국화학섬유산업노동조합
HK(구.한국합섬) 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