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성명서] 파업현장 경찰병력 투입 정권 무덤 파는 일

전경련은 불법파업 엄정한 법 집행 운운 이전에 전임 김우중 회장 귀국시켜 법 심판 받게 해야

< 민주노총 2001.5.29 성명서 >

1. 김영삼 정권 뺨치는 김대중 정권의 노동자 탄압에 고무 받은 사용주들이 온갖 불법 부당노동행위를 일삼는 가운데 전경련이 오늘 정부에 울산 효성·여천 NCC 노조의 파업이 불법이라며 경찰병력 투입을 요청하였고, 정부도 효성에 경찰병력 투입을 검토하는 등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2. 민주노총은 정부가 어느 한 곳이라도 파업현장에 경찰병력을 투입한다면 이는 곧 현 정권이 무덤을 파는 일이 될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 지난 4월10일 대우차 노조원 폭력진압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노사관계에 경찰이 개입하는 것은 곧바로 노사관계를 노정관계로 바꿔 노동계와 정부의 정면충돌로 가는 것을 뜻한다. 민주노총은 이를 결코 바라지 않으며 노사간 대화와 교섭으로 파업이 마무리되기를 간절히 바라나, 만약 정부가 이 길을 가로막고 민주노총과 정면대결의 길을 택한다면 굳이 이를 마다하지 않고 모든 조직역량을 동원해 맞서겠다.

3. 문제가 되고 있는 효성만 하더라도 사용주가 노조를 제끼고 부서 전환배치를 강행하고, 서울역과 영등포역에서 하루 일당 4만원씩 주고 노숙자들을 데려다 여성기숙사에 재우며 생선회칼과 사제총, 야구방망이와 쇠파이프로 무장시켜 노조원들을 폭행한 데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나아간 것이다. 이를 애써 눈감고 경찰병력을 투입해 진압한다면 그 뒤에 일어날 모든 일은 경찰과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여천NCC만 해도 여수시장이 법을 잘 못 알고 사용주를 비호하는 파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이를 덮기 위해 전남도지사가 사태전말도 모르면서 파업중지명령을 내리고, 이에 고무 받은 사용주들이 대화자체를 거부하면서 꼬이고 있다. 여기에 경찰을 투입한단 말인가.

4. 인간이라면 할 수 없는 반인륜 행위가 전국 현장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있는 ATK라는 회사에서는 교섭보고대회를 열던 노조 윤미선 분회장을 회사 남성 관리자가 머리채를 질질 끌고 다니며, 여성 노동자를 벽에 내리치고 주먹으로 눈을 때리고, 가슴을 만지고, 감금폭행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광주 캐리어에서는 하청 노동자들을 날마다 때리고 노동부의 시정 지시까지 어기는 사용주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있다. 합법노조를 부정하고 온갖 탄압을 자행하는 유진 레미콘 유재필 사장의 만행은 레미콘 기사들이 반나체로 여의도에서 닷새 째 피맺힌 시위를 하도록 만들고 있다. 진정으로 이 땅에 '공권력'이 존재하고 노동정책이라는 게 있기나 한다면 이런 짐승만도 못한 불법 부당노동행위부터 뿌리뽑아야 한다.

5. 전경련은 노동자들의 불법 행위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말하기 전에 대우를 거덜 내고 수십 조원을 들고 해외로 달아난 전경련 전임 회장 김우중부터 귀국시켜 법 심판을 받게 해야 한다. 우리는 전경련이 김우중 회장을 데려와 법 심판을 받게 하기 전에는 노동자들의 불법행위를 입에 올릴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전경련은 이 나라 경제를 파탄 낸 범죄자임을 한 시도 잊어서는 안되며, 깊이 반성하고 자숙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이 바라는 일이다.

6. 민주노총은 정부가 두 달도 지나지 않은 대우차 노조원 폭력진압의 만행을 잊을 만큼 건망증에 걸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대우차 폭력진압에 대해 유엔 사회권위원회가 한국정부를 강력히 비난하고 파업현장 경찰투입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 게 바로 엊그제이다. 내일모래면 스위스 제네바에서 국제노동기구 ILO 총회가 열리며, 이 자리에서 민주노총은 노벨 평화상을 받은 인권 대통령 김대중 대통령의 노동자 탄압에 대해 전 세계에 알릴 계획이다. ILO로부터 총회 연설 초청을 받은 김대중 대통령이 국내 노동탄압의 참상이 세계에 알려질까 두려워 총회 참석조차 포기한 부끄러운 한국노동인권의 자화상을 정부는 한 시도 잊어서는 안된다. 이런 상황에서 파업 현장에 경찰병력을 투입한다면 짚을 메고 불 속으로 뛰어드는 일이다. 하지만 굳이 뛰어들겠다면 그 것은 정부 스스로 택한 길이기에 누구를 탓할 수 없다는 것만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다시 한번 경고하건 데 파업현장 경찰 투입은 정권 스스로 무덤을 파는 길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