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 5. 23일 화학섬유산업노조 : 성명서 >

(주)HK ․ 한국합섬(주), 회생절차 신청!
- 부실경영 책임을 노동조합에 전가한 경영진의 태도는 적반하장이다.


지난 2월 13일 351명 정리해고를 신고하고 구조조정을 단행해오던 (주)HK(대표 박노철)와 한국합섬(주)이 5월23일 대구지방법원에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법률’ (통합도산법)에 의한 회생절차를 신청하였다.

회사는 기업회생절차 개시 신청 이유에 대해 ‘경영정상화를 위해 정리해고를 포함한 254명의 인력을 감축하는 등 구조조정을 단행하였으나, 이를 반대하는 노조(지회장 이정훈)가 불법적인 공장점거와 파업을 두 달이 넘게 하고 있고, 전력요금에 따른 단전을 해결할 기미가 보이지 않을뿐더러 임금체불, 제반 공과금 연체, 채권기관들의 가압류와 압류에 따른 압박이 한계 수준에 다다른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회사의 주장은 사실관계조차 왜곡한 언론플레이이며, 경영위기를 노동조합에게 떠넘기는 무책임한 선동경영의 전형이다.
지난 3월21일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회사의 직장폐쇄신고를 반려하였으며, 4월19일 구미노동지청은 한국합섬의 가동중단을 휴업으로 인정하였다. 따라서 가동중단은 노조의 파업 때문이 아니며, 공장을 폐쇄하고 모든 관리자의 출근을 가로막은 회사가 스스로 저지른 짓이다. 그런데도 회사는 지금까지 노조가 불법파업을 한다고 사실을 날조하며 회생절차 신청의 사유까지 노조의 책임으로 떠넘기고 있다.

노동조합은 그동안 공장가동을 최우선에 두고 인력감축의 유연화와 전환배치, 체불임금 지급 유예를 전제하고 향후 고통분담 방향에 대한 협의를 하자고 제안해 왔다. 그러나 회사는 이 같은 노조의 노력은 간데없고 노조의 불법, 폭력성만을 왜곡 강조하고 있다. 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더니 경영정상화에 자신이 없으니 이제 노조에게 올가미나 씌우자는 심보에 다름 아니다.
특히, 통합도산법은 기존 경영자를 관리인으로 선임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어, 회사는 채무, 압류관계를 동결시키고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회생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노동조합은 박노철회장의 경영권 유지를 절대 인정할 수 없다.

박동식 회장으로부터 세습된 족벌경영은 그동안 수많은 폐해를 낳았다.
박동식 회장과 두 아들(박노철, 박노기)이 계열사(이화섬유)로부터 1999년부터 230여억원을 대여 받아 모두 대손충당금 설정하고 그 부채를 모두 2001년 4월, 한국합섬과 합병하며 떠넘기면서 현재의 (주)HK까지 경영을 위기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없는 명백한 사실이다.

특히 합병내용을 보면 더 어처구니가 없다. 이화섬유의 부채 345억원을 영업권으로 상각하였을 뿐만 아니라 외국계 채권자(유니파이사)가 부실계열사 합병을 반대하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상환기일과 이율 등의 조건이 좋았던 외화 4천만불을 일시에 상환하여 원금 조기상환 부담 뿐 아니라 165억원의 와화 차손을 떠안은 것이다. 이로 인해 (주)HK는 부채비율이 합병전인 2000년 372%였던 것이 2001년에는 3159%로 10배가 증가하고 말았다.

뿐만 아니라 박동식 명예회장은 한국합섬(현HK) 자산 205억원을 횡령하였다. 1999년 한국합섬(현HK) 예금을 담보로 계열사를 통해 205억원을 대출받아 증자에 사용함으로써 (주)HK 자본금에서 빠져나가게 되어 계열사 대여금 대손충당금과 함께 2002년 회계상 자본잠식의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게 만들었다. 현재 명예회장은 이 같은 횡령이 사실로 밝혀져 3년 실형을 선고받고 항소 중에 있다.

이밖에도 박동식, 박노철 회장은 1997년 경 LA이화합섬을 설립하였으나, 투자비용 부담누적 및 영업환경 악화에 따른 영업손실로 2004년 12월 지분을 매각하더니 1999년 청도이화섬유 유한공사를 설립하고, 역시 초기 투자비용 누적에 따른 영업손실로 2003년 박동식 명예회장의 차남인 박노기에게 매각하고도 그 대금 상환 계획만 세웠을 뿐 실제로 매각대금을 회수하지 않음으로서 현재 약 150억원의 미회수 자금이 발생하였다. 그러나 회사는 회수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위와 같은 해외투자에 대해 투명성 있는 감사가 전혀 이뤄진바 없어 부정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고, 부패경영에 대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경영위기의 원인이 경영자에게 있음이 명확한데도 오늘과 같은 엄중한 사태를 두고 어떻게 다시 현경영진에게 경영권을 좌지우지하도록 인정할 수 있겠는가.

박노철회장은 지난 금강화섬 정리과정에서 “자신은 한다고 하면 모든 것을 다해왔다”며 금강화섬 인수와 노동조합 인정을 약속하는 만용을 부리는 등 수많은 노동자의 생존권을 하찮게 여겨왔다. 그러고도 정작 박회장은 경영위기에 대한 반성은 전혀 없이 노동자의 양보만을 강요하며 엄청난 돈을 들여가며 대규모 용역깡패를 동원했고, 1년 수개월동안 상시적으로 임금체불을 반복해 현재까지 1인당 1천 만 원에 달하는 임금을 체불하면서 노동자의 생계를 절망에 이르게 한 책임이 있다.

따라서 노동조합은 비상한 경영상태를 해결하고, 전체 노동자가 안정된 직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모든 방법을 동원해 박노철 회장 뿐 아니라 현 경영진들의 경영권 유지에 반대하는 우리의 입장을 최선을 다해 알려나갈 것이다. <끝>



2006년 5월 23일

전국민주화학섬유산업노동조합 HK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