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성명]
동맥을 끊고 죽음을 각오해야만 겨우 인정되는 노동조합!


아직도 멀었다고 한다. 노동자에게 더 많은 고통과 수모와 하나뿐인, 오직 하나뿐인 목숨까지 달라는 세상이다. 동맥을 끊어야 하고, 이것도 모자라 노동자에게 곡기마저 끊을 것을 강요하는 모질고 모진 이 세상이 여전히 비참한 한국의 노동현실인 것이다.

코오롱 부당노동행위가 이미 노동부로부터, 아니 만천하에 사실이 확인되었고 3월 30일 검찰이 노동부와 함께 구미공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는 등 처벌의지를 보였지만 한 주가 지났음에도 이렇다 할 사태해결책은 없었다.

그래서 질기고 질긴 목숨, 더 이상 부지하고 싶지 않았겠다. 아니 부지할 힘조차, 부지할 어떤 명분조차 없는 코오롱 노동자들이었다. 이 세상 어느 누구도 하나뿐인 목숨인데, 그들은 그렇게 핍박받고 천대받고 억울하게 살수 없기 때문에 단식까지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이 나라가 어떻게 평화와 행복이 넘치는 2만 달러의 황금빛 미래로 당당히 갈 수 있다고 자부한단 말인가! 그저 노동자로 태어나 몸뚱이 하나 의지하며 지금껏 살아왔다. 일하면서 남의 것 탐내지 않고, 그저 빡빡한 월급 받아서 아들 딸 하나 오붓하게 키우며 살고 싶었을 뿐이다.

이 마저도 이루지 못할 별 볼일 없는 인생일 바에야 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과 절망감에 죽음의 길을 선택한 코오롱 노동자들이었다. 그들은 촉촉이 내리는 봄비가 그렇게도 두려운 줄 몰랐을 것이다.

그 날들이 한 달을 지나면서 남겨진 고통이란 15만 볼트 전류보다 몇 십 배 몇 백 배 더 큰 노동자들의 분노였다. 어떨 땐 차라리 비라도 억수같이 쏟아져 한 많은 이 세상 보기 좋게 갔으면 하는 절박한 악몽도 꾼 그들이다. 그래야 저 악랄한 사용자들이 저지르는 온갖 부당노동행위에 치를 떨며 분노에 밤잠 못 자는 고통은 적어도 없을 테니까 말이다.

이제 남아 있는 수분마저, 혈액마저 바쳐야 할 때가 됐다고 판단한 그들이었다. 결코 이 땅의 노동자는 땅에 발을 디디고 숨쉬는 것조차 부끄럽고 구차할 뿐이었다. 역사가 노동자의 편이란 것을, 진정 다수 민중의 편이라는 것을 차마 보지 못하고 감이 서글펐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이제 철탑농성과 단식투쟁은 일단락이 됐다. 교섭이 내일로 잡혀졌다. 하지만 지금부터가 새로운 국면이다. 코오롱노조 최일배 위원장을 비롯한 3명의 구속자와 정리해고 문제가 올바로 매듭짓길 기대하며 사측의 결단을 촉구한다.

우리는 죽음보다 더 소중한 코오롱 동지들의 결단과 투쟁을 믿고 끝까지 함께 투쟁해 나갈 것이다.


2006. 4. 6.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