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갑’의 횡포에 대한 ‘을’들의 저항, 정부는 표준근로계약서부터 바꾸고 단결권을 온전하게 보장하라!

 

 

남양유업 사태로 비롯된 ‘갑’의 횡포에 대한 ‘을’들의 저항이 드세다. 따지고 보면 말도 안 되는 갑을관계는 박정희 군사독재정권이 추진한 ‘산업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승자독식의 천민자본주의가 그 때부터 태동되었고 극단적인 양극화를 불러온 신자유주의가 지금 갑을관계의 핵심이다.

 

일부 대기업들은 ‘협력업체’와의 계약서에 갑과 을이라는 표현을 바꾸겠다고 하지만 문구를 바꾼다고 될 일이 아니라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접근을 해야 하는 바, 본질은 제대로 된 경제민주화에 있고 제대로 된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노동권을 온전하게 보장하는 것이다.

 

남양유업 영업사원 역시 대리점에 대해서는 ‘갑’이지만 기업구조 내에서는 ‘을’은커녕 ‘병’이나 ‘정’도 되지 못하는 ‘피고용 노동자’일 뿐이다. 만일 남영유업에 제대로 된 노동조합이 있었다면 이 같은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상적이고 구조적으로 벌어졌을 것인지를 살펴 볼 일이다.

 

한편, 고용노동부 표준근로계약서만 보더라도 회사는 ‘갑’이고 근로자는 ‘을’로 표현되어 있다. 전근대적인 지배-피지배관계를 상징하는 갑을관계가 개별적인 노사관계에서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관행은 회사와 노동자로 바꾸어야 마땅하다. 노동자가 그나마 갑을 관계가 아닌 형식적으로나마 회사와 대등한 관계로 표현되는 것은 노동조합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동조합 가입률이 10%에 불과한 현실에서는 90%의 노동자는 여전히 가장 밑바닥의 ‘을’일 수밖에 없다.

 

나아가 재벌대기업부터 비정규노동자들에게까지 층층이 내리누르는 다단계 착취구조-갑을관계를 바꾸기 위해서는 모든 노동자의 단결권이 온전하게 행사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사회적 장치와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헌법에 명시된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이 하위 법률에 의해 제한되고 국제노동기구(ILO)의 시정권고조차 매번 무시되는 조건에서 노동권의 보장은 요원하며 갑을관계의 횡포는 문구를 바꾼다고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민주노총은 지난 세계노동절에 ‘선언하라 권리를! 외쳐라 평등세상을!’이라는 슬로건을 제시하였던 바, 이것은 일회적인 구호에 그치지 않고 조직적인 사업으로 계속될 것이다. 민주노총은 이번 남양유업 사태가 특정 개인이나 기업의 일탈행위가 아닌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보고 있으며 이 같은 문제해결을 위해 적극 나설 것이며 특히 무권리상태에서 방치되어 있는 미조직 노동자들이 온전하게 노동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투쟁해 나갈 것이다.

 

 

2013. 5.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