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간적인 조합원 개개인에 대한 손배 판결,
대한민국의 법은 시대를 역행하는가


태광산업 정리해고 조합원 19명에 대한 1억9천만원 손해배상 판결에 따른 화학섬유연맹 성명서

2004년 5월19일 울산지법은, 지난 2001년 태광산업의 구조조정과 교섭거부에 맞선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에, 당시 쟁의행위과정에서 해고되어 정리해고 철회, 원직복직 투쟁을 벌이고 있는 태광산업 조합원 38명중 19명을 상대로 1인당 1천만원씩, 총 1억9천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하였다.

울산지법의 이번 판결은 태광자본에 의해 자행된 불법적인 정리해고를 인정하는 것이며, 객관적 근거도 없이 산출되어진 손해배상 청구액을 태광산업의 입장에서 해석한 편파적인 판결이라 아니할 수 없다.
한편 노동조합의 쟁의행위 중 일부인 파업을 두고 위원장을 비롯한 책임있는 지도부는 제외한 채, 복직투쟁을 벌이고 있는 조합원에 대해서만 개개인에 대해 손배 가압류를 인정함으로써 사법부 스스로 노동3권을 부정하고, 사회의 근간인 가정을 파괴하는 비윤리적인 행위를 자행한 것이다.
또한 공정한 법 집행으로 사회를 이끌어 나아가야 하는 이 나라의 사법부가 노조의 파업을 편향된 시각으로 바라보는 구시대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3년여에 다다르는 원직복직의 투쟁기간 동안 이미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수많은 고통을 겪은 태광산업-대한화섬 해고자들에게 이번 판결은 죽음의 선고나 다름없다. 현장으로 돌아가 동료들과 함께 일하는 기쁨을 누리며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자 하는 우리 노동자들의 삶을 단 한번의 예외도 없이 매번 이렇듯 벼랑 끝으로 몰고 있는 이 나라의 정부는 도대체 누굴 위한 정부란 말인가.
지난해 그 악몽 같던 수많은 노동자들의 분신항거도 모자라 얼마 전 택시노동자 조경식동지의 분신을 보고도 우리 노동자들을 대하는 구시대적인 태도를 버리지 못한 이 나라의 정부며 사법당국의 구태의연함에 치가 떨릴 정도이다.
손배 가압류에 대한 노동탄압에 맞선 노동자들의 투쟁 이후 관련 제도의 개선과 손배 가압류의 신중한 결정을 한다는 지난해 정부의 방침에도 불구하고 이번 태광산업 정리해고 저지 투쟁위원회(태광정투위) 조합원에 대한 배상판결을 내린 것은 정부 스스로가 일구이언하는 치졸한 작태이며, 우리 노동자들의 뒤통수를 쳐온 그동안의 노동탄압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것임에 다르지 않다.

우리 연맹은 이번 태광정투위에 대한 울산지법의 배상판결은 전체 노동자와 민주노조운동에 대한 명백한 말살행위이자 돌이킬 수 없는 이 나라 사법부의 시대착오적인 판단이라 규정 지으면서 이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며 분노한다.

이에 우리 화학섬유노동자들은 6월 대정부 총력투쟁을 통해 신종 노동탄압인 손배 가압류에 대한 철회투쟁을 적극적으로 벌여나갈 것을 결의하며, 이후 노동계를 비롯한 민주적 제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하여 목숨을 건 투쟁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 또한 다시는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볼모로 한 손배 가압류와 같은 이러한 악습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17대 국회가 개원됨과 동시에 관련 법규정에 대한 개정을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


2004년 5월19일

전국민주화학섬유노동조합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