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책임을 모르는 이들에게 근본적 진단 맡길 수 있나

 

 

생환에 대한 간절한 기원을 위해 말조차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정부의 무능하고 무책임한 대처와 부도덕한 선사의 행태, 나아가 참담함을 공감할 줄 모르는 경찰, 행정 고위관료들과 여당의원들의 작태, 책임자 엄벌을 지시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도의적 책임에 따른 한 마디 사과조차 없는 대통령. 이들의 무책임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참담함과 분노를 누르기 어렵다.

 

그럼에도 우리는 분노에 앞서, 무엇보다 실종자 구조와 피해 당사자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일에 사회적 역량이 집중되길 바란다. 또한 동시에 참사의 배경에는 구조적인 원인이 있다는 점을 반드시 살펴야 한다. 이를 강조해 바로잡지 않는다면 또 다시 비극은 되풀이되기 때문이다. 이점에서 민주노총은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정작 가장 큰 책임을 담당해야 할 정부여당은 오히려 자신들에 대한 비난여론을 더욱 크게 걱정하는 모습이다. 그러니 불순세력의 선동이라는 황당한 이야기도 나오고, 유언비어를 빌미로 한 정보통제 지시도 나온다. 이런 정부여당이 과연 제대로 된 안전대책을 마련할지 우려가 앞선다.

 

사람이나 생명에 대한 책임보다 이윤을 앞세우는 기업들은 탐욕을 효율성으로 포장하고 더 많은 탐욕의 자유를 요구해왔다. 그런 기업활동에 기댄 정부여당은 각종 특혜와 규제완화 정책으로 한 통속이 되길 주저하지 않았다. 그러니 선진국에선 폐선 직전인 선박을 들여와 장사를 했던 것이고, 더 많은 객실을 확보하기 위해 무리한 선박개조를 하고, 별다른 규제 없이 과적을 일삼아 참사를 자초했다. 또한 높은 직업윤리로 승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승무원은 물론, 선장까지 임시직(비정규직)으로 채용했다니 비용만 줄이면 그만이라는 고용시스템이 이 정도였던가 싶을 정도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흔히 대형참사의 원인을 ‘안전불감증’으로 진단한다. 원인이 모호한 사회풍조 탓을 하며 정작 문제의 본질, 구조적 원인은 어물쩍 넘어간다.

 

다수 언론은 선사들이 영세해서 안전관리에 소홀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그런 선사가 접대비와 광고비는 얼마를 썼는가. 영세성 이전에 안전은 영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기업인식이 문제였다. 그 결과 한국은 OECD 국가 중 산재사망 1위 국가가 됐다. 무엇보다 대형참사가 있어선 안 되지만 3시간 마다 1명이 죽고 매년 2천4백여 명의 노동자가 사망하는 참혹한 산재현실도 더 이상 지속돼선 안 된다. 정부와 기업, 언론 등 사회운영을 손에 쥔 이들은 반성적 성찰을 통해 근본적인 안전대책을 찾아야 한다. 일단 책임만 모면하고 보자는 식의 정치적 대응은 국민의 불신과 분노를 더 키울 뿐임을 대통령부터 명심하길 바란다.

 

 

2014. 4. 23.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보도자료]

환노위 노동시간 단축 입법논의 평가보고서 발표

- 노동시간 단축 실종, 불법 장시간노동 합법화 논의로 변질 -

 

 

국회환경노동위원회는 4월 23일 최종적으로 노동시간 단축 입법에 대한 의견접근에 실패했다. 이와 관련하여 민주노총은 국회의 노동시간 단축 논의에 대한 평가보고서(정책연구원 작성)를 내고 조직 내부에 공유했다.

 

그동안 정부는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잘못된 행정해석으로 주 40시간제가 실제로는 <주40시간 +연장근로 12시간 + 휴일연장근로 16시간= 주68시간>라는 주 68시간제가 되도록 했다. 이에 대해 환노위의 노동시간관련 논의는 정부의 잘못된 해정해석을 바로잡고 실노동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민주노총은 기대했다. 아울러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시간 적용 배제, 근로시간 특례제도를 통한 근로시간 적용 배제 등 근로시간 제도에 대한 사각지대도 해소해야 한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여야 간에 미약한 접근이 이루어진 부분은 오히려 ‘1)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여전한 적용 배제 2) 근로시간 특례제도 폐지가 아닌 10개 업종 유지 3)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하되 최소 5∼6 년간 단계적 면벌조항 적용을 통한 시행’이었다. 이로 인해 민주노총은 국회의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입법논의 자체가 실종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게다가 “정부는 2026년까지 <주68시간제>를 단계적으로 인정하자는 노동시간 연장 입법을 추진하여 노동시간 논의 자체를 파탄에 이르게 하였다”며 민주노총은 책임소재를 분명히 했다.

나아가 민주노총은 실직적인 근로시간 단축입법이 되기 위해서는 1) 휴일근로 연장근로 포함 즉각 시행 2)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시간제도 전면 적용 3) 근로시간 특례제도 폐지가 즉각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뿐만 아니라 중소사업장의 근로시간 단축 시행을 지원하기 위한 보완입법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발표한 이번 보고서는 이러한 입장에 대한 해설과 근거를 밝히고 있다.

 

※ 첨부 : 이슈페이퍼(세부 내용 참조) http://nodong.org/statement/6875498

※ 이슈페이퍼 내용 문의 : 민주노총 김태현 정책연구원장 2670-9220

 

 

2014. 4. 23.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대변인 논평]

 

 

○ 쌍용차 해고노동자의 25번째 죽음

쌍용자동차에서 해고된 노동자가 또 사망했습니다. 정리해고와 관련해 25번째 죽음입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고인이 쌍용차 정리해고 판결에서 해고무효 판정을 받았다는 점입니다. 억울한 5년의 고통을 지나 정든 일터로 돌아갈 한 가닥 희망이 생겼지만, 복직이 아닌 죽음이 먼저 그에게 찾아왓습니다. 이런 비극이 반복됨에도 쌍용차 회사는 복직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기나긴 법정 공방을 방패삼아 부당해고를 유지할 생각을 거둬야 합니다. 부당해고 된 노동자에게 정상적인 생활을 돌려줘야 합니다. 국회 또한 정리해고를 제한하는 입법책임을 외면해선 안 됩니다. 사인은 심장마비로 추정되며, 유가족은 부인과 자녀3명이라고 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민주노총에 가입했다고 폭언, 언론도 반성해야

지자체 환경미화 용역업체의 사장이 민주노총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소속 노동자에게 폭언을 일삼았다고 합니다. 심한 욕설에 더해 “때려죽이고 싶다”고 했다니 폭력배나 다를 바 없습니다. 게다가 같은 이유로 노동자를 감시하고 차별까지 한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노총은 헌법이 보장한 합법단체이며, 사회발전을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노동자의 인격을 짓밟은 사장의 폭언은 민주노총에 대한 모욕이기도 합니다. 노동자 착취에 민주노총이 방해가 되기에 사장이 흥분한 것일까요? 아니면 민주노총은 사회를 위협하는 불순세력이라는 편견 때문일까요? 사장의 인권수준은 논할 가치도 없어 보이지만, 후자의 경우라면 일부 언론도 반성해야 합니다.

 

○ 청해진해운 사주 조사, 철저해야 하지만 다른 의도는 안 돼

청해진해운 사주에 대한 조사가 본격적으로 언론을 뒤덮기 시작했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책임 당사자이니만큼 철저한 조사는 당연합니다. 그러나 정부와 언론은 지금 자신들에 대한 분노도 크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만에 하나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함을 희석시키기 위해 선장과 청해진해운을 부각시켜 제물로 삼고자 한다면 더 큰 화를 부를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대통령부터가 정부의 책임과 무능을 사죄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구조적 개선에 나서야 합니다. 우리 사회의 슬픔은 일개 악덕 사업주를 처벌한다고 아물 상처가 아닙니다. 대한민국이 침몰했다고도 합니다. 사회 전체 시스템이 생명과 안전보다 돈 벌이를 앞세우지 않는지 살피고, 잘못된 제도는 개선해야 합니다.

 

 

2014. 4.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