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박근혜 정권의 정책실패를 역설할 뿐인

‘시간선택제 일자리 후속대책’

- 양질의 일자리 토막처분 계획이자 시간제난민 양산 대책 -

 

 

 

 

고용노동부와 기획재정부가 오늘 ‘시간선택제 일자리 활성화 후속‧보완대책’을 발표했다. 박근혜정부가 핵심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시간제 확대가 노동시장에서 외면당하고 있는 현실을 만회해보려는 의도로 대책을 발표했으나, 여전히 실효성은 없고 정규 일자리를 시간제로 전환하는 대책의 추가 등 고용의 질 저하와 노동빈곤 확대를 더욱 악화시키는 정책에 불과하다.

 

박근혜정부가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핵심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시간제 확대 정책은 ‘파견‧용역 등 간접고용과 저임금비정규일자리 확산’으로 요약된다. 실제로 지난 7일 발표된 ‘학교에서 근무하는 간접고용과 초단시간 노동자실태자료(유기홍 국회의원, 공공운수노조 학교비정규직본부)’에 의하면 파견‧용역 노동자가 1년 만에 7.2% 증가했고, 초단시간노동자는 36% 늘었다고 한다. 이는 박근혜정부의 시간제 확대정책이 초래한 대표적인 나쁜 일자리 사례다.

 

박근혜정부의 시간제 확대는 공공부문 양질의 일자리를 나쁜 일자리로 만든다는 점에서 이명박 정부가 4대강사업으로 강물만 오염시킨 실패한 정책과 동일하다. 더구나 시간제 활성화를 위한 보완대책의 내용을 보면 시간제노동자의 핵심문제인 저임금, 고용불안, 전일제전환 대책 등에 대한 내용은 전무하다. 특히 근기법적 권리조차 박탈되고 있는 초단시간노동자의 권리보장을 위한 내용은 단 한 줄도 없다.

 

이번 대책의 주요내용을 보자

 

첫째, 범부처적으로 시간제 확대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실근로시간을 단축시켜 장시간노동체제를 개선하고 생존권이 위기에 처한 수백만의 비정규직의 차별해소와 정규직전환을 위한 정책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정부가 저임금 비정규단시간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행정력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이다.

 

 

둘째, 가장 심각한 것은 양질의 전일제 일자리를 토막 내 시간제로 전환시킨다는 것이다. 바로 이 부분이 이번 후속 대책에 추가된 내용인데, 무슨 짓을 해서라도 고용률 70% 수치를 달성하겠다는 극단적 성과주의를 보여주는 대목이자, 애초 신규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시작된 시간제일자리 정책이 이미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내용이다.

 

 

셋째, 복수사업장에서 일하는 시간제노동자의 시간과 소득을 합산해 사회보험을 적용하겠다는 것은 대책이 아니라, 이 역시 역설적으로 정책 실패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부는 시간제일자리 정책이 애초 육아나 기타 등등 단시간노동만 원하는 수요를 고려한 것처럼 선전해왔으나, 결국 양질의 일자리만 파괴되고 노동자들은 투잡, 쓰리잡 여기저기 시간제 일자리를 전전하는 시간제난민으로 전락했음을 보여줄 뿐이다.

 

이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자.

 

정부는 통제가 손쉬운 공무원, 교사, 공공부문에서부터 전일제를 토막 내 시간제로 전환시키는 방식을 적극 도입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공공부문 일자리는 대국민 공공서비스로서 상시지속적인 업무다. 따라서 비정규직 단시간 노동이 적합하지 않은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정부가 무리하게 시간제일자리를 발굴하려다가 어렵게 되자, 이제는 아예 전일제 공무원을 시간제공무원으로 바꿔버리는 최악의 대책까지 내놓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결국 고용의 질과 더불어 공공행정의 질 모두를 떨어뜨려 결국 일반 국민에게도 그 피해가 미치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정부가 당근으로 내놓은 시간제 공무원에 대한 공무원연금 적용도 고용의 질 하락을 막기에는 별효과가 없다. 과연 불안한 자리와 저임금을 20년 이상 버티며 반토막짜리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하기나 할 지 묻고 싶다.

 

 

시간선택제 간호인력 채용 인센티브 제공 또한 실효성 없기는 마찬가지다. 한시적인 인센티브에 의한 일자리 창출은 질 낮은 단기 계약직 비정규직 양산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24시간교대제라는 업무특수성 때문에 병원에서는 근본적으로 시간제를 사용할 수 없고, 특히 병실, 응급실, 중환자실 등에서 시간제를 사용할 경우 업무의 혼란과 의료서비스의 질만 저하될 뿐이다. 실제로 노동부가 홍보하고 있는 선병원의 시간제 일자리의 경우에도 건강검진센터에 국한된 일자리일 뿐 병원 전반에 시간제가 배치된 것이 아니다.

 

 

공공기관에 대한 시간제 채용실적을 반영한 경영평가제 개편 또한 시간제일자리 창출의 실패를 반증하는 것이다. 시간제교사제도 시범운영 후 확대하겠다는 방침은 교원일자리의 질 저하와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밖에 내놓을 것이 없다.

 

 

또한 시간제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경우 임금지원을 하겠다는 것도 결국 전일제 정규직전환이 아니라 저임금 시간제 고착만 의미할 뿐이다. 민간기업 인건비 지원확대 대책에서 인건비지원 요건을 최저임금 130%이상에서 최저임금 120%를 낮춘 것이 바로 그 실례라 할 것이다.

 

 

시간제노동자의 생계 위기와 권리박탈의 심각성은 이미 지속적으로 고발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이미 실패한 정책으로 판명난 시간제일자리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양질의 정규직 일자리 확충정책으로 하루빨리 전환해야 할 것이며, 더불어 시간제노동자의 권리보장을 위한 법제도 개선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2014.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