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한중FTA 타결, 괴멸적 피해가 우려된다

민중을 양극화 빈곤에 몰아넣고 저가 수입 농산물이나 먹고 살라는 것

 

 

한중FTA가 타결됐다. 지금도 상당히 국내시장을 잠식한 저가의 중국 농산물과 공산품들이 앞으로 더 밀려들어올 것으로 예상돼 매우 우려스럽다. 수출대기업들은 돈을 벌 기회를 얻을지 모르지만, 그 반대급부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내 중소영세기업과 농어민, 노동자들이 받게 될 것이다.

 

우선, 농수산업은 가장 심각한 피해를 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록 쌀이 제외됐다고 하지만 이미 쌀 농업은 위기 상태에 접어들은지 오래고, 여타의 농수산업 분야의 미래 또한 암울하다. 중국 농수산물은 고율의 관세가 부가되고 품질이 떨어지지만 지금도 농어민의 생존을 충분히 위협할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대책도 없이 더욱 활짝 문이 열리고 보호시스템조차 허술해진다면 국내 농수산업은 거의 괴멸적 피해를 당할 것이다.

 

중국의 저가 공산품과 경쟁해야하는 중소영세기업들의 피해도 필연적이며, 그 피해는 다시 노동자들에게 전가될 것이다. 경쟁을 견디지 못한 중소영세기업들에선 정리해고와 폐업이 속출해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고 자동화된 수출대기업들이 잉여인력을 흡수하지도 않는다는 것은 이미 고용 없는 성장의 시대가 증명하고 있다. 내수시장의 격화된 경쟁은 비용절감을 압박하여 실질임금을 감소시키고 노동 강도도 강화시킬 것이다.

 

실업은 늘고 일자리는 준다. 일은 더 많이 해야 하지만 임금은 제자리. 저임금 고강도 노동체제는 점점 더 강화될 것이다. 1%의 거대자본과 나머지 99% 사이의 양극화는 더 심화되고, 빈곤해진 민중들은 저가의 중국 농수산물이나 먹고 살라는 것이 FTA다.

 

이런 FTA를 정부는 경제의 구세주를 여기고 선전하며 여기저기서 뚝딱 뚝딱 체결하여 국민을 그 내용을 제대로 알 길이 없다. 박근혜 정부는 반대급부의 피해는 알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피해대책을 세우기는커녕 오히려 ‘친재벌 반서민’, ‘친기업 반노동’ 정책만 입안하며 역주행하고 있다. 정부는 FTA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친재벌 반서민’, ‘친기업 반노동’ 등 이제까지의 정책기조를 폐기해 바로잡아야 한다.

 


 [공동기자회견문]

청년의 삶을 파괴하는 블랙기업과의 싸움을 시작하며

 

 

“인간을 물질화하는 세대, 인간의 개성과 참인간적 본능의 충족을 무시당하고 희망의 가지를 잘린 채 존재하기 위한 대가로 물질적 가치로 전락한 인간상을 증오한다.” (전태일, 내가 보는 세상은 中)

 

굴지의 경제단체에서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과 직장 내 성추행, 정규직 희망고문을 견뎌왔던 한 청년이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후 한 달 만에 스스로의 삶을 져버렸다. “아주 24개월을 꽉 채워 쓰고 버려졌다.”그가 남긴 마지막 편지였다.

 

이 죽음으로부터 한 달 뒤, 또 다른 청년이 자신의 승용차에서 번개탄을 피웠다. 그는 대기업 통신사에서 악성민원을 전담하는 직원이었다. 회사는 악성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 그에게 자사의 IPTV를 판매할 것을 종용했다. 판매량을 채우지 못하면 퇴근을 못하기 일쑤였고, 급여도 정상적으로 지급되지 않았다. 우울증에 시달리던 그는 마지막으로 자신이 다니던 회사를 노동청에 신고해 달라”는 편지를 남겼다.

 

‘존재하기 위한 대가’로 희망의 가지가 잘려나간 이들의 죽음 앞에서, 우리는 40여 년 전 청년 전태일이 신음했던 이 사회의 야만을 다시 본다.

 

슬퍼하기를, 그리고 분노하기를 멈출 수 없다. 이러한 비극은 이 땅에서 노동하는 청년들이 겪는 보편적 삶의 경험이다. 저 죽음들이 상징하는 이 사회의 절망을 바로잡지 못한다면, 그리하여 청년의 삶이 하나, 둘 바스러져 가는 것을 용인한다면, 우리가 마주하게 될 미래는 너무도 어둡다.

 

기업집단의 탐욕에 이 사회의 미래가 잠식당하는 이 무시무시한 시대 앞에서, 우리는 어떠한 불의와도 타협하지 않겠다는 절박한 심경으로 싸워나갈 것이다. 우리는 청년 전태일의 삶을 기억하기 위해 모인 바로 이 자리에서 블랙기업 운동의 시작을 선언한다.

 

우리는 정규직 희망고문으로 청년의 삶을 유린하는 블랙기업에 맞서 싸울 것이다. 시켜만 주시면 모든지 열심히 하겠다는 신입사원의 애틋한 열정을 착취하는 블랙기업에 맞서 싸울 것이다. 회사에 내 자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함을 느끼는 착하디착한 이들에게 굴욕적인 노동을 강요하고 무자비한 폭력을 일삼는 블랙기업에 맞서 싸울 것이다. 그리하여 하루하루 최선을 다한 이들에게는 더 나은 내일이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는 우리 사회의 상식과 정의를 바로 세울 것이다.

 

일주일 중 단 하루라도 편하게 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꿈을 가지며 치열하게 살아내는 이 땅의 모든 청년 노동에게 전한다. 당신은 자신이 잘못했기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이제 그만 견뎌도 된다. 우리의 손으로, 우리의 행복을 지켜내자.



[창립 19주년 기념 성명]

‘더 큰 하나’를 위한 직선제 성공으로 새롭게 도약하자

- ‘공정선거‧민주선거‧조직발전’, 후보들에게 기대와 격려를 보낸다 -

 

 

오늘은 민주노총 창립 19주년이 되는 날이다. 1995년 11월 11일 조합원 42만 명 규모로 창립된 민주노총은 수많은 탄압을 이겨낸 투쟁 끝에 70만 규모로 성장했다. 물론 한계와 과실도 적지 않았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정권과 자본의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양산을 막지 못한 것이며, 덩치는 커졌으나 조합원 대중의 결속과 굳센 투쟁력도 그만큼 느슨해진 점이다. 그러나 정권과 자본에 맞선 민주노총의 투쟁은 계속될 것이며, 반성과 혁신 또한 한걸음씩 이뤄낼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반드시 100만 민주노총을 넘어 전체 노동계급을 대표하는 민주노총으로 키워나갈 것이다. 그 새로운 도약의 출발선이 바로 직선제다.

 

민주노총은 2015년 창립 20주년을 맞이하고 향후 20년의 새로운 역사를 써갈 지도부를 조합원 직선제를 통해 선출한다. 우리는 지금 ‘더 큰 하나’를 준비하고 있다. 민주노총 역사상 처음으로 조합원 중 약 67만에 육박하는 투표권자의 직접선거로 뽑힐 8기 지도부(위원장-수석부위원장-사무총장)는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직선제 지도부는 노동운동의 새로운 가능성이 될 것이며, ‘더 큰 하나’가 된 민주노조운동은 정권과 자본에겐 새로운 두려움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선결돼야 할 것은 직선제, 그 자체의 성공이다.

 

이미 직선제는 시작됐다. 민주노총은 창립일을 맞이하여 민주노총의 운명을 가를 직선제가 반드시 성공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 해 준비하고 실천할 것임을 천명한다. 조합원의 높은 참여 속에 공정하고 활기한 선거가 되고, 노동자의 직접 민주주의가 무엇임을 보여주는 선거축제가 되도록 가진 역량을 최대한 투여할 것이다. 특히, 노동자들의 민주주의를 저해하는 어떠한 시도에도 우리는 단호히 대처할 것이며, 혹여 정권과 자본이 가로막는다면 더욱 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 7일 사상 첫 직선제에 입후보한 4개조 후보들에게 격려를 보낸다. 모든 후보들은 ‘공정선거‧민주선거‧조직발전’에 기여할 것을 서약했다. 당선이라는 각자의 목적 이전에 우리는 모두 직선제를 성공시켜야 할 공동의 목표와 책임을 갖고 있다. 출마는 이를 자임한 행위이며, 후보들은 직선제 성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사람들이다. 혼신의 힘을 다해 조합원 한 분 한 분과 호흡하길 바란다. 민주노조운동의 자부심을 갖고 공정하게 선거에 임해주길 요청 드린다. 고견을 입안해 노동운동의 전망을 세우길 기대하며, 공감을 통해 단결의 구심으로 우뚝 서주길 바란다.

 

민주노총의 직선제는 세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도전이다. 세계적으로 아르헨티나노총(CTA)과 네덜란드노총(FNV)만이 직선제를 실시한 경험이 있다. 민주노총 직선제는 공직선거를 제외하곤 한국 최대 규모의 선거로서 전체 투표인의 수는 6십6만5천여 명에 달한다. 투표소는 지난 지방선거가 1만3천여 곳인 것에 비해 직선제 투표소는 2만여 곳으로 더 많고, 투표관리 인원도 2만 5천여 명에 이르며 1회 사업으로선 최대 재정이 투입된다. 그만큼 직선제는 기대와 동시에 많은 우려와 고민을 던져주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투쟁하는 노동자답게 두려움 없이 도전할 것이다. ‘민주노총 창립 20년을 내딛는 첫발’, ‘조직 강화와 혁신의 깃발’, ‘투쟁과 단결, 더 큰 하나’를 위한 직선제 쟁취를 위해 모든 조합원들의 참여를 당부 드린다.

 


[보도자료]

“빨간 날은 다 같이 쉽시다!”

민주노총 전국에서‘공휴일 유급휴일 보장’ 캠페인 돌입

- 실천 괘도에 진입한 민주노총의 3기 미조직비정규직 전략사업 -

- 지방에선 11월 11일 인천 남동공단에서 첫 캠페인 실시 -

 

 

민주노총이 10개 지역의 공단들을 대상으로 <공단노동자 권리 찾기 사업>을 대대적으로 시작한다. 1차 대상 지역은 서울(남부공단), 인천(남동공단), 경기(반월시화공단), 대구(성서공단), 울산(미포온산공단), 부산(녹산공단), 경남(웅상공단), 경북, 전남이며, ‘공휴일 유급휴일 보장’을 위한 집중 캠페인을 첫 사업으로 펼친다. 이로써 민주노총은 지난 11월 4일에 발표한 ‘노동자 권리찾기 스마트 폰 앱’ 무료배포에 이어 신승철 집행부가 공약한 미조직비정규직 전략사업을 본격적인 실천 단계로 올려놓았다. 민주노총은 미조직비정규직 권리보장과 조직화를 위해 전략본부를 설치하고 전체 재정과 인력 중 40%를 투여해왔다.

 

<공단노동자 권리 찾기 사업>의 대상이 된 공단지역은 중소영세업체들이 집중된 지역으로서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여전히 취약한 것으로 민주노총은 파악하고 있다. 특히, 공공부문이나 대기업과 달리 장시간노동이 만연해있으며, 휴식권 등이 매우 취약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노동부의 2011년 사업체노동력조사를 토대로 노동당이 분석한 자료(아래 표)에 따르면 300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평균적으로 130여개 공휴일 중 23.3일을 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정도는 더해 5~6인 사업장에서는 연간 29일의 공휴일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어, 거의 한 달을 더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근기법에서 공휴일 보장 규정이 취약하기 때문인데, 현행 근로기준법 제55조(휴일)는 주당 1일의 ‘유급 주휴일’과 ‘노동절(근로자의 날)’만을 법정휴일로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법률에 따라 국가공휴일을 쉬고 있는 공공부문이나 이를 준용하고 있는 대기업에 비해 공단지역의 중소영세업체 노동자들은 제대로 휴식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으며, 최근 실시된 대체휴일제도에서도 배제당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선 단체협약을 체결하여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보장받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노조 조직률은 10% 안팎에 불과하다. 따라서 노동조합이 없거나 노동조합의 교섭력이 약한 경우에는 공휴일 휴식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쉬더라도 유급이 아니라 연차를 사용하도록 해 ‘무늬만 공휴일’인 경우가 허다하다.

 

2014-1010남부권리찾기사업단_12P소책자_수정2 (3) 4.png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주노총은 근로기준법 관련 조항을 개정해 국가공휴일을 유급휴일로 정하도록 하여 중소영세업체 노동자들도 차별 없이 공휴일 휴식권을 보장받도록 대국회 입법운동을 준비할 예정이며, 법 개정을 앞당기기 위해서라도 취업규칙 개정과 노조를 통한 단체협약 체결 등 사업현장에서부터 자발적으로 공휴일 유급휴일을 보장하도록 하는 대중운동도 펼칠 계획이다.

 

민주노총은 우선 전국의 공단지역을 대상으로 노동자의 권리사항을 알리는 선전물(첨부파일 참조) 약 10만 장을 배포하고 “빨간 날은 다 같이 쉽시다!”라는 내용의 현수막도 300장 가량을 게시한다. 오늘(11일) 인천 남동공단에서는 지방의 첫 캠페인 활동이 시작됐다. 민주노총은 인천 남동공단에서 3주 동안 화요일과 수요일마다 출근시간에 선전물을 배포하는 등 적극적으로 공단노동자들과 접촉할 계획이며, 내일은 울산 미포온산공단 등 기타 지역에서도 활동이 시작된다. 선전물에는 공휴일 유급휴일화를 촉구하는 내용과 더불어 연차휴가 휴식권 침해 등 근로기준법 위반사례에 대한 신고 안내도 하고 있다.

 


[논평]

절망 위에 절망이 쌓이고 죽음 위에 죽음이 쌓인

쌍용차 정리해고사태 2천일

- 절망 끝에선 노동자들에게 희망이 될 해고무효 대법 판결을 기대한다 -

 

 

2009년 4월 8일 쌍용차 사측이 일방적으로 2,626명에 대한 대량해고를 통보한 것에 맞서 투쟁에 나선지 2천일이 지났다. 노동자들은 대량해고의 부당성과 폭력성을 호소하며 공장 점거파업에 돌입했고, 정권과 자본은 용역군대와 경찰 특공대까지 투입해 무자비하게 진압했다. 뜨거웠던 2009년 8월 쌍용차공장 지붕에서 벌어지던 폭력진압 장면은 권력의 잔혹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짐승을 사냥하더라도 그토록 무자비하게 두들겨 패고 짓밟진 않았을 것이다. 당시의 진압은 한참이 지난 지금도 당사자들과 가족들에게 공포와 트라우마로 남았다.

 

파업을 했다는 이유로 재취업도 어려웠고 감옥까지 가야했으며, 47억 원에 달하는 손배‧가압류 돈의 철퇴도 맞아야 했다. 그리고 25명의 노동자와 가족들의 목숨이 해고사태의 충격으로 죽어갔다. 절망 위에 절망이 쌓이고 죽음 위에 죽음이 쌓였다. 몸도 마음도 모두 너덜너덜 만신창이가 됐으며, 제도와 사회에 대한 환멸도 감당하기 어려웠다. “해고는 살인이다” 노동자들은 절규했다. 한 겨울 고공철탑에도 오르고 뜨거운 여름 대한문 길바닥에서 장기간 단식도 불사했다. 그렇게 또 고통을 자처하고 나서야 겨우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절규의 메아리가 들리는듯 했다. 박근혜와 새누리당은 대선공약으로 정리해고 국정조사와 정리해고 요건 강화를 약속했다.

 

그러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투쟁하는 노동자, 그 불편한 존재들을 제거하고 표만 얻고자 했던 정부여당은 대통령 당선 이후 본색을 드러냈다. 회사 또한 파업 종료 당시 했던 복직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그렇게 버려지고 맞고 또 버려지며 2천일을 맞이했다. 지금 남은 유일한 희망은 노동자들 스스로의 투쟁과 연대, 그리고 지난 2월 7일 고법에서의 해고 무효 확인소송 승소였다. 그러나 잔혹한 회사는 대법원에 상고했고 오는 13일 그 판결이 나올 예정이다.

 

우리는 대법원이 고법의 판결을 인정하여 노동자들의 고통에 한 줄기 희망을 안겨주기를 기대한다. 이미 노동자들은 충분한 고통을 겪었고 그건 부당하게 받은 고통이었다. 사법정의마저 노동자들을 버린다면 노동자들은 또 다시 극단적 상황으로 내몰리게 될 것이다. 우리가 대법 판결에 기대하는 것은 단지 쌍용차 해고노동자들만을 위한 희망이 아니다. 일상적인 고용불안에 고통 받는 우리 사회 모든 노동자들을 위한 한 줄기 희망이다. 공동체를 위한 대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한다.

 


[성명]

고 이만수 조합원 분신사망 교섭 결렬에 대한 입장

 

 

고 이만수 조합원이 분신 사망한 서울일반노조 신현대아파트분회와 신현대아파트 관리업체의 교섭이 어제 저녁 결렬됐다. 민주노총 소속 서울일반노조는 유가족의 바람에 따라 11일 장례식 전 교섭을 마무리 짓고자 했지만, 사측의 기만적인 태도와 입장으로 합의는 무산됐다.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와 열사투쟁위원회 등 유가족들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교섭단은 △가해 당사자와 입주자대표의 사과 △유가족에 대한 위로금 지급 △재발방지대책 마련 △65세 정년회복을 요구했다. 애초 교섭단은 억울한 분신사망에 대한 법적수준의 배상요구도 할 예정이었으나, 사과를 전제로 일반적인 사고 수준의 위로금만 요구하기로 했다. 또한 65세 정년보장은 60세로 깎이기 이전 정년 수준을 회복하는 요구로서 이 또한 과함이 없다.

 

업체 측은 고인이 운명한 다음날인 8일 영안실을 찾아와 장례비 일체를 책임지기로 구두로 약속했고, 10일 협상 당일에는 가해 당사자 개인이나마 조문을 오는 등, 한 때 교섭은 접근 가능성을 보이는 듯 했다. 그러나 사측은 문서합의 과정에서 돌연 ‘산재신청 승인 결과나 다른 모든 사안을 무시하고 향후 민형사상 소송을 전혀 제기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우리에게 제시했다. 즉, 최소한의 면피성 책임만으로 모든 걸 덮고 그 외엔 어떤 합당한 법적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태도였다. 사측은 이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다른 어떤 협상도 할 수 없다고 했다. 사실상 가해자 측이 요구를 하는 형국이었다.

 

우리는 사측과 입주자대표회의에 협상결렬의 책임이 있음을 밝힌다. 가해자 개인의 사과도 꼬리를 잘라 공동의 책임을 모면해보자는 의도는 아니었는지 의심스럽다. 우리 교섭단의 요구는 아버지와 남편을 잃은 유가족들과 동료들을 위로하기 위한 최소한이며, 더 이상 고인과 같은 고통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최소 요구였다. 그러나 이러한 요구에 대한 합의를 빌미로 향후 모든 법적 권리까지 포기하라고 하는 것은 진지한 교섭을 거래판로 만든 매우 졸렬한 처사이자, 여전히 노동자들을 무시하고 하대하는 태도의 발로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태도가 이만수 조합원을 분신에 이르게 했다는 것을 관리업체와 입주자대표회의는 깨닫길 바란다. 우리는 그들이 오만한 갑의 태도를 버리고 노동자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협상에 임할 것을 촉구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 또한 그들을 대화상대로 존중할 수 없음을 경고한다. 장례는 끝났지만 우리의 분노와 투쟁은 끝나지 않았음을 우리는 분명히 밝힌다.

 


[성명]

비정규직노동자 고공농성 돌입,

MBK대주주와 씨앤앰은 대량해고 철회하라

 

 

 

케이블방송 씨앤앰의 비정규직 노동자자 100여명이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대주주인 MBK파트너스 본사 앞에서 농성을 시작한지 129일째인 12일, 두 명의 해고노동자들이 아찔한 20m 높이의 광고판 옥상에서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그들은 “살기위해 죽기를 각오”했다고 외치고 있다. 매서운 바람이 부는 겨울의 초입, 노숙농성에 고공농성까지 해야 하는 이유는 씨앤앰 케이블방송의 심각한 하도급 문제와 대량해고 때문이다.

 

간접고용의 중간착취로 인해 노동자들은 저임금에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왔다. 이를 개선해보고자 노조를 만들자 회사는 노동자들이 소속된 업체와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고 비노조원만 선별적으로 고용하겠다며 노골적인 노조탄압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그렇게 해고된 노동자들 비롯하여 케이블방송 비정규직 600여 조합원들은 씨앤앰에서 적게는 10년, 많게는 20년을 일했지만 대부분 근속년수가 3년을 넘지 않는다.

 

씨앤앰 원청이 1년 단위로 외주업체 재계약을 하며 업체가 바뀔 때마다 신규채용 방식으로 고용안정을 흔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고용불안 속에서도 비정규직노동자들은 열심히 일했다. 케이블방송 AS와 설치를 위해 전봇대, 옥상, 난간에서 이렇다 할 안전장비도 없이 일했다. 다쳐도 회사는 책임지지 않아 스스로 치료해야 했고, 주말에도 일하고 아파도 해고당하지 않기 위해 참고 일해 왔다.

 

그리고 2013년,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결성하여, 씨앤앰 측과 임금인상 및 업무위탁 시 고용승계 보장을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2014년 들어 씨앤앰 원청은 외주업체 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생존권 보장은 자신들이 책임질 문제가 아니라는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노동자들은 하루 경고파업에 나섰고, 사측은 불법적인 직장폐쇄를 단행해 2달이 넘도록 600여 명을 길거리로 내몰았다. 게다가 책임을 지기는커녕 이를 기회로 삼아 씨앤앰 원청은 일부 업체와 계약을 해지하는 방식으로 109명의 조합원들을 아예 해고하고, 일부 비노조원만 채용하고자 했다.

 

이렇듯 씨앤앰의 경우처럼 간접고용은 비정규직을 착취하는 대표적인 편법이 되었고, 노조활동 자체를 원천적으로 부정하고 탄압하며 무권리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착취는 확연했고 노동탄압은 너무도 명백했다. 게다가 씨앤앰이 비정규직 대량해고와 악덕 노동탄압 사업장이 된 배경에는 노조파괴를 통해 매각대금을 높이려는 사모펀드 대주주인 MBK의 ‘먹튀의도’까지 자리 잡고 있다. 대화는 막히고 해고까지 당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농성을 할 수밖에 없었고, 사태가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자 끝내 생을 건 고공농성에 돌입한 것이다.

 

민주노총은 산하 서울본부 희망연대노동조합 씨앤앰지부와 케이블방송 비정규직 지부와 단결하여 고용과 생활안정을 위해 싸울 것임을 밝힌다. 무엇보다 우리는 고공농성 노동자들의 안전을 보장할 것을 요구한다. 죽기를 각오한 노동자들에게 대화가 아인 탄압은 어떤 불상사를 낳을지 모른다. 사측은 대화를 통해 노조탄압을 위해 해고한 조합원 100여 명에 대한 즉각 복직을 실시해야 한다. 일한만큼 대접하고 노동자로서 마땅히 보장해야 할 권리도 인정하길 바란다. 씨앤앰 정규직, 외주업체 비정규직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최소의 생활임금을 보장하는 임금 및 단체협약을 체결하라. 그 어느 하나 지나침이 없고 기본적인 생존과 인권의 요구들이다. 사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사태를 악화시키고자 한다면 향후 모든 책임은 사측에 있음을 밝힌다. 문제해결의 책임과 열쇄를 쥔 사측이 사태를 극단으로 몰아가지 않기를 강력히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