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명 서

불법파견 허용하는 서울고등법원의 판결 즉각 철회하라


2004년 12월16일 서울고등법원 제11특별부는, 대성산업가스비정규직 관련 ‘부당해고및부당노동행위구제재심판정취소’건에 대해 ‘1심취소, 청구기각’으로 (주)대성산업가스 사측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다시 한 번 불법파견으로 인해 고통받아온 이 땅 비정규직들의 가슴에 못을 박는 잔인한 판결을 내렸다.

탱크로리차량기사들로 결성된 대성산업가스비정규직지회(구 대성산소용역기사노조)는 지난 2001년 9월 실질적인 사용주인 (주)대성산업가스(구 대성산소) 사측에 단체교섭을 요청했으나 이를 거부당하고, 동시에 사측이 ‘대성용역’과의 운송위탁계약을 합의해지 함으로써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고 ‘부당해고 철회, 불법파견 철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내걸고 3년 4개월째 투쟁을 벌여오고 있다.
3년 4개월 동안 일자리를 잃은 (주)대성산업가스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그야말로 해보지 않은 투쟁이 없었으나 사측은 여전히 콧방귀도 뀌고 있지 않으며 노동자들의 가정은 파탄 일보직전에 놓여있다.
법적투쟁 역시 노동자들에겐 힘겨운 나날 그 자체였다. 부당해고와 부당노동행위에 관한 구제신청은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기각 됐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2003년 11월6일 서울행정법원은 (주)대성산업가스를 탱크로리차량기사들의 실질적 고용주로서 인정, (주)대성산업가스와 ‘대성용역’의 운송위탁계약 합의해지는 ‘실질적으로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한 부당해고’라고 판결하여 기나긴 투쟁에 실낱같은 희망을 주었다.

당시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은 지난 2003년 3월 인사이트코리아 노동자들의 판결과 더불어 그동안 자행되어오던 불법파견의 폐해를 인정한 것으로, 이로 인해 고통받아온 파견노동자들의 문제를 사회적으로 환기시킬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또한 최근 금호타이어와 현대자동차 등 사내하청에 대한 연이은 불법파견 판정은 ‘불법파견 철폐’가 현실화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민주노총이 총파업투쟁으로 맞서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는 가장 우선적으로 풀어야 할 국가적인 과제이며, 이 가운데에서도 ‘불법파견’의 문제는 정권과 법조계 스스로도 ‘불법’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것에서 알 수 있듯 그 폐해가 전사회적으로 입증된바 좀 더 적극적인 제도개선과 법집행이 이루어져야 할 시점에 와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번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은 상식적으로도 의심이 가는 사측 증인들의 증언을 그대로 채택하여 ‘대성용역’이 (주)대성산업가스와는 상관없이 독자적으로 고용계약을 체결하고 임금을 지급하며 작업지시를 해왔다고 인정하고는 (주)대성산업가스측이 실질적인 사용자가 아니라고 판결을 내린 것은, 그야말로 ‘불법파견 철폐’라는 다된 밥에 재를 뿌리는 격이며 비정규직 철폐라는 전체 노동자들의 요구마저 묵살하는 것으로 사회적으로도 후퇴한 판결에 다름 아닌 것이다.
이미 법 이전에 사회적 인식이 그 부당함을 인정하고 실질적인 피해자들이 엄연히 존재함에도 법원이 이 같은 판결을 내린 것은 스스로가 구태의연하며 사회적으로 개혁되어야 할 대상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한쪽에서는 불법파견을 근절하겠다고 큰소리치면서 관련한 제도개선이나 좀 더 엄정한 법집행에 지지부진해 있는 정부 역시도 이번 판결과 관련하여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다.

민주노총은 지난 2004년 전체 조합원의 헌신적인 투쟁으로 정부의 비정규 개악안을 막아낸 바 있으며 비정규 보호입법 관철을 위해 지금도 현장을 조직하고 총파업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불법파견 철폐에 대한 우리 연맹과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의지는 비정규직의 문제를 풀어내겠다는 총파업투쟁결의와 다르지 않다.
비정규직노동자들의 눈에 피눈물이 흐르게 하고 두 다리 쭉 뻗고 자고 있을 (주)대성산업가스와 부당한 판결을 내린 법원의 작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우리 연맹은 대성산업가스비정규직지회의 노동자들은 물론 불법파견에 의해 고통 받는 노동자들이 사라지는 그날까지 전체 노동자들과 함께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2005년 1월 7일
전국민주화학섬유노동조합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