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세계1위 시멘트 다국적기업, 라파즈한라는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중단하고
부당하게 해고된 우진산업지회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하라!



라파즈한라는 강원도 강릉 옥계에 위치한 시멘트업계 세계1위를 자랑하는 프랑스계 다국적기업이다. 우진산업은 라파즈한라시멘트 내 20여개 안팎의 사내하청회사 가운데 하나로 지난 3월 7일 노동조합이 만들어지자 불과 한 달도 안 되어 3월 31일 느닷없이 폐업을 하고 10여명의 노동자를 휴대폰 문자메세지를 통해 일방적으로 계약해지 통보를 하였다.

우리는 라파즈한라 사내하청사인 우진산업의 횡포를 지켜보면서 노사관계 최고선진국이라는 프랑스를 모국으로 하는 라파즈그룹의 계열사 내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데 대하여 크나큰 실망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라파즈가 IMF 당시 한라시멘트를 인수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아웃소싱을 통해 정규직 노동자들을 비정규직으로 대체하는 일이었다. 라파즈한라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절반이 사내하청 노동자들로 이들 대부분은 지금까지도 법정최저임금을 겨우 넘긴 시급 3천원대의 저임금과 한달 평균 150~200시간에 이르는 살인적인 초과근로에 시달리고 있다.

라파즈한라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이같은 열악한 임금과 근로조건을 견디다 못해 최근 들어 노조를 만들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사이에 사내하청 ‘중앙자원’에서는 노조가 만들어졌으나 쟁의행위를 주도했던 노조간부들은 계약기간이 만료되자 회사를 떠나야 했으며, 노조는 5년간 쟁의행위 등을 하지 않는다 등의 내용에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다인산업’과 우진산업‘의 경우는 노조설립직후 느닷없이 폐업을 하면서 노조를 탈퇴한 사람들만 고용을 승계한 경우다.

라파즈한라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사내하청업체들에게 노조결성, 파업 등 집단행동에 대비해 업체간 인력과 장비를 분산시킬 것을 지시하였고, 우진산업 등과도 직접 협의해 들어갔다. 우진산업의 경우, 이 과정에서 조합원들에게 노조를 포기, 탈퇴할 것을 강요하고 사직서를 써야 고용승계를 해주겠다고 협박하다가 노조가 이를 거부하자 폐업, 노조를 탈퇴한 직원들만 고용을 승계하였다.

라파즈한라 측은 이렇게 말한다. 그건 사내하청 우진산업 문제 아니냐고.
우리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기업구조에서 사내하청은 원청사의 절대적인 권한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또한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사내하청 사업주가 바뀌더라도 일하는 노동자들의 고용은 승계되는 것이 상식이라고 했을 때 라파즈한라의 직간접적인 개입에 대한 의구심을 버릴 수 없다.

우리 화학섬유노조는 우진산업과 장비를 인수한 업체들에게 조합원의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노조탈퇴를 조건으로 고용승계를 내걸었을 때부터 라파즈한라 측과의 대화를 요청한 바 있다.

라파즈는 그러나 우리의 이 같은 요구를 사실상 거절하였으며, 우진산업이 폐업신고를 한 바로 다음날, 그래도 남아있는 장비라도 돌리고 다시 한번 대화로 풀어보자고 출근하던 우진산업 조합원들의 회사출입을 막아나섰다. 또, 조합원들이 억울한 심정을 조금이라도 표현하고자 천막농성을 시작한지 불과 며칠이 되지 않아 각 가정으로 천막을 철거하라는 공문을 발송하여 가족들 가슴에 깊은 상처를 주었다.

이런 사태에 처하여 우리는 ICEM을 비롯한 국제산별연맹들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국제노사관계에 관한 협약’까지 체결한 세계적 기업인 라파즈한라를 향해 과연 라파즈한라가 오늘날 국제기업계의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는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다했는 지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다.

라파즈한라 사내하청 우진산업지회 노동자들의 요구는 소박한 것이다.

첫째, 라파즈한라 내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라는 것이다.
둘째, 라파즈한라 내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노조활동을 보장하라는 것이다.
셋째, 하루아침에 부당하게 해고되어 생존의 터전을 잃어버린 우진산업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하라는 것이다.

바로 어제 서울행정법원은 ‘현대중공업에 대하여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노조법상 사용자로서 책임을 지는 지위에 있다’고 판결하면서 조합원 있는 하청업체를 폐업한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하였다.

노동력 말고는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노동자들에게 한달 두달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가장으로서 피가 마르고 심장이 타들어가는 길고도 긴 시간이다. 그러나 또한,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기 절대 포기하거나 중단할 수 없는 투쟁이기도 하다.

이에 우리는 라파즈한라에 다음을 요구한다.
라파즈한라는 세계1위 다국적기업의 위상에 걸맞게 사내하청노동자들에 대한 처우개선과 노조활동을 보장해야 한다. 또한, 억울하게 해고된 우진산업지회 조합원들의 고용보장에 책임있게 나서야 한다. 이는 라파즈가 ICEM 등 국제노동단체와 맺은 각종 국제협약을 준수하라는 요구이기도 하다.

우리 화학섬유노조는 라파즈한라의 책임있고 성의있는 태도를 다시 한번 촉구하며,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라파즈한라의 사용자성을 밝히는 법적 대응은 물론 ICEM 등 국제노동조직과 연대하여 라파즈한라 사내하청 우진산업지회 조합원들의 투쟁을 지원해 나갈 것이다.


2006년 5월 17일
전국화학섬유산업노동조합
라파즈한라사내하청 우진산업지회
ICEM(국제화학에너지광산일반노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