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 교육인적자원부와 전경련이 공동제작한 경제 교과서를 당장 폐기하라!

- 민주복지국가 성격을 부정하고, 반노동자적인 서술로 가득차-


교육부는 전경련이 2005년에 현행 사회, 경제 교과서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경제윤리 등에 대한 언급 등이 소위 반기업정서를 부추긴다는 이유로 수정을 요구한 사항을 대부분 받아들인 바 있다.

하지만 현행 교과서를 보면 노동분야에 대해 거의 다루고 있지 않으며, 다룬다고 해도 노동과 직업에 대한 귀천 의식을 조장하는 등 노동자는 여전히 폭력적인 집단과 계층으로 묘사하여 반노동성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노동조합의 단체행동에 대한 부정적 편견과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에 대한 일방적인 찬양은 물론이고 정부 개입에 대한 부정적 서술을 통해 일방적인 자본편향적 내용이 중심을 이루고 있어 교과서의 공정성이 훼손되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는 민주적으로 발전하고 평등한 사회를 지향하기 위해서는 현행 교육과정이나 차기 교육과정에서 노동교육을 체계화할 것과 편향된 내용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줄기차게 요구하였으나 묵살당해왔다.

더 나아가 교육부는 교육계와 수많은 시민단체의 항의와 우려를 묵살하고 2006년 2월 15일 경제 5단체와 함께 경제교과서 개발을 위한 협의회를 구성하고, 1억 원의 예산을 전경련과 함께 분담하여 2007년 2월 5일 교육부와 전경련을 공동저작권자로 하여 경제 교과서를 내놓았다. 이는 공정성을 원칙으로 해야하는 정부기관이 스스로 특정단체의 요구만 반영한 것으로 정당성을 상실한 바,경제교과서 편찬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밝히며 문제점을 지적한다.


첫째, 교과서 개발 과정이 법적 절차에 어긋난다.

교육부와 전경련의 이름으로 교과서를 발간한 것은 교과서를 검인정으로 한 취지에 어긋난다. 출판사나 단체가 교과서를 만들어 교육부에서 공포한 교과서 검인정 심의기준을 통과해야 하는데, 심사를 해야 할 교육부가, 심사를 받아야 될 특정 단체와 함께 만든 교과서를 심사하는 것은 법과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새로 개발된 경제교육과정을 포함한 전체 교육과정은 심의 중에 있으며, 고시되지도 않았다. 즉 확정되지도 않은 교육과정을 가지고 검인정 심의도 통과하지 않고 교육부의 이름으로 포함된 교과서를 배포한 것이다.

둘째, 경제 교육과정 개발이 편향적이었다.

2006년에 차기 경제 교육과정을 개발할 때 다양한 분야를 대표할 수 있는 사람들로서 경제교육과정 개발진을 구성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담당자 1명과 이 교과서를 쓴 필자 중 3명으로만 구성하였다. 이는 전경련이 경제교육과정을 완전히 장악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교과서는 시대에 걸맞는 보편적 지식체계와 공정성을 확보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교육부의 교과서 편찬과정은 일방적인 사용자의 논리에만 의존한 교과서참고자료를 편찬함으로서 우리사회의 교육수준을 퇴보시키는 반민주적 행위를 한 것이다.

셋째, 이들이 낸 책은 헌법과 관련 법률에 어긋나고 이념적으로 편향되어 있다.

교육부와 전경련이 공동 발간한 경제 교과서는 신자유주의 시장경제에 대한 설명과 찬미에만 치중하고 있어 민주복지국가를 추구하는 우리의 헌법을 부정하고 있으며, 반노동자적인 서술로 가득차 있다. 헌법과 법률은 경제면에서 시장과 정부 역할이 균형을 이룬 혼합경제체제와 민주복지국가, 노동조합의 인정, 환경과 생태의 보전 등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경제 교과서는 경제에서 차지하는 노동의가치와 공정한 분배원칙,지속가능하고 조화로운 경제성장의 가치 등 우리사회를 민주적으로 발전시키고 성숙시키기 위한 관점에서 서술되어야 비로소 학문적, 사회적 권위를 획득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부전경련공동교과서는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를 선전하는 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어 사용자들의 홍보책자용에 불과하다.

교과서 내용을 보면 시장과 정부개입 부분과 관련하여 ‘정부의 개입은 나에게 이익의 감소를 초래하고, 사회 전체적으로도 손해를 초래한다.’고 하여 정부의 경제 정책 수립과 집행에 반감을 갖도록 하였다.

또한 노동조합과 관련하여 ‘노조는 고용 안정과 적정 임금 수준으로의 인상을 위해 노력한다. 그 결과, 노조가 있는 기업의 노동자는 그렇지 않은 기업의 노동자보다 높은 임금을 받게 된다. 그러나 기업은 해고가 용이하고 임금이 낮은 노동자를 고용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렇게 할 수 없기에 결국 기업은 높은 임금을 받아들이는 대신 노동자를 적게 고용하는 쪽으로 결정을 하게 된다.’ 고 하여 기업이 정리해고를 쉽게 하고, 노동자를 저임금으로 고용하고 싶어하는 속내를 드러내고 있으며, 결국 노조 때문에 노동자를 적게 고용하게 되어 실업률이 높아지게 된다고 하여 실업률 증가의 책임을 노조에게 돌리고 있다.

실업과 관련하여서도 ‘실업률이 높으면 기업은 다른 기업으로부터 노동자를 빼오지 않고 임금도 더 높일 필요 없이 원하는 노동자들을 쉽게 고용할 수 있다.’라고 서술하여 실업자 감소를 최고의 정책으로 하는 현대 국가의 노력을 무시하고 있다.

소득분배와 관련하여 ‘작은 떡에서 30%를 가지는 것보다 큰 떡에서 20%를 가지는 것이 더 클 수 있다.’고 하여 분배와 성장을 균형 있게 하려는 국가사회적 노력을 경시하였다.

사회적 찬반 논란이 거센 FTA에 대해서는 안정적 수출여건을 확보하기 위하여 ‘우리나라는 미국, EU, 일본 등 선진국 뿐만 아니라 거대한 시장을 가진 중국, 인도 등의 개발도상국과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일방적으로 기술되어 있다.

경제성장 과정과 관련하여 박정희 시대에 ‘근로자들은 생산 활동에 열심히 참여하고, 그 업적에 대해서는 금전적 보상을 받아 점차 풍족한 생활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고 일방적으로 왜곡하고 있으면서 성장 과정에서 나타난 정경유착, 저임금, 빈부격차 등은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정부가 개입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 교과서에서는 실패한 부동산 통제 정책 사례만 들고 있으며, 최저임금제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서술을 하고 있고, 국민의 생활과 직결되는 물가통제 정책에 대해서는 성공한 사례조차 결국 소비자에게 부담을 주게 되므로 손해라는 결론으로 유도하고 있다.

이에 우리는 교육부와 전경련이 발간한 경제 교과서 개발과정이 법적 절차를 어겼으며, 내용에 있어서도 헌법을 부정하고 교과서로서의 객관성과 중립성을 상실하였기 때문에 당장 폐기처분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교육부는 이러한 정당한 주장에 대하여, 교과서 저자로 필자들이 소속된 학회를 내세우고, 교육부와 전경련은 저작권자로 하여, 비판받는 내용과 절차에 대해 어떠한 수정 조치도 취하지 않고 당초 계획대로 전국의 고등학교에 배포하기로 하였다.

이러한 조치는 납득하기 힘든 미봉책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저작권자도 책 발간과 내용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번 사태의 해결을 위하여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교육부는 특정이익집단인 전경련과 협약을 맺어, 그들의 일방적인 주장을 담은 교과서를 만든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국민 사과를 하라!

둘째, 교육부와 전경련은 개발과정과 내용에 있어서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경제교과서를 인쇄·배포 중지하고, 폐기처분하라!

셋째, 교육부는 친기업적·반노동자적 교육으로 일관되고 있는 현행 경제교육을 올바로 세우기 위해서, 또한 경제교육과정을 포함한 차기 교육과정을 올바르게 수립하기 위해서 교사, 교육전문가, 노사단체, 시민사회단체 등이 포함되는 사회적 교육과정위원회를 구성하라!

이와 같은 납득할 만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을시, 우리는 배포금지가처분신청, 명예훼손 소송 등의 법적 조치와 더불어 범국민서명운동과 함께, 학교현장에서 자료 수령과 사용 거부운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


2007. 2. 16.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전국교직원노동조합, 민중연대, 전국사회교사모임, 전국교과모임연합, WTO 교육개방 저지와 교육공공성 실현을 위한 범국민교육연대 (공무원노조, 관동학운협, 노동자의 힘, 문화연대, 민주노동당, 사회진보를위한민주연대,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장애인교육권연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대학노동조합,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진보교육연구소, 학벌없는사회,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다함께, 학교급식네트워크, 청소년공동체 희망,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 사회당 학생위원회, 서울지역대학원총학생회협의회, 서울지역사범대학학생대표자협의회, 전국교육대학생대표자협의회, 전국국립사범대학학생연합, 전국대학생공동행동, 전국학생행진, 학벌없는사회학생모임,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학생행동연대, 페다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