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경제부처 수장들의 잇따른 통상임금 축소발언, 강력하게 규탄한다.

 

방미중 대통령의 위험한 발언으로 촉발된 통상임금 논란에 대하여 중앙부처 장관과 청와대 고위관리가 또다시 공개석상에서 부적절한 발언으로 문제의 본질을 왜곡시키고 있다.

윤상직 산업통상부 장관은 15`20G밸리 CEO포럼`에 참석, "잠정적이라도 정기상여금만은 일단은 통상임금에서 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윤 장관은 지난 13일에도 방미 성과 브리핑에서 "(통상임금이)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좋은 해결책을 찾으려 노력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또 다시 법원의 판결을 부정하고 외국자본의 이익을 대변하는 발언을 한 것이다. 윤 장관은 또 "GM이 얼마나 급했으면 대통령 앞에서 (통상임금) 얘기를 했겠냐"며 한국의 장관이 아니라 미국기업의 대변인인 듯한 발언도 했다고 한다.

한편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정부에서는 현재까지 노사정위에서 통상임금 문제를 다루도록 요청하고 타협이 이뤄지면 법제화를 하자는 것까지 논의가 된 상태"이며 "노사정위에서 논의를 하다보면 상여금뿐만 아니라 각종 수당 가운데 어떤 것을 통상임금에 넣을지 분류작업을 할 수 있겠고, 그 과정에서 타협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며 "그 타협을 갖고 법제화를 하는게 좋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심하고 어이없다. 통상임금 문제는 저임금-장시간 노동을 강요하는 전근대적이고 왜곡된 임금체계가 핵심문제이다. 기본급이 임금 전체의 1/3밖에 되지 않고 통상임금 조차 40% 정도인 조건에서는 법정노동시간 이외의 추가노동을 통해 임금을 보전할 수밖에 없고 이것이 OECD 국가 평균보다 연간 무려 444시간을 더 일하는 초장시간 노동을 강제하고 그로 인해 일자리 나누기가 어렵게 된 것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윤 장관은 GM의 다급한 처지 운운하며 한국노동자들의 권리는 안중에 없는 발언을 공공연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조 수석의 발언은 더 가관이다.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있는 사안에 대하여 상여금뿐만 아니라 각종 수당 가운데 어떤 것을 통상임금에 넣을지 분류작업을 한다는 것은 결국 통상임금 범위를 사법부 판결보다 축소하자는 것인데 자기 임금 깍는 협상에 어떤 노동조합이 참여하겠는가? 특히 핵심 당사자인 민주노총에게는 일언반구 의논도 없이 이른바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는 경제부처 수장들의 행태가 안쓰럽다.

 

윤 장관이 언급한 댄 애커슨 GM 회장의 발언도 국제적 기준에 전혀 맞지 않는다. 미국의 통상임금 범위는 한국에 비할 수 없이 넓으며 정기적인 상여금도 당연히 통상임금에 포함된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다국적 기업 투자지침은 투자유치국의 법령 및 관행 존중과 준수를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투자를 빌미로 진행 중인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 한 것이고 한국의 대통령과 장관은 이에 굴복하고 있는 모양새이다.

 

재차 확인하거니와 통상임금 범위축소를 전제로 한 노사정 협의는 불필요하다. 20년 넘게 낡은 행정예규를 고집하고 있는 고용노동부의 직무유기가 오늘의 사태를 초래한 것이므로 노동부의 행정지침만 대법원 판결에 맞게 바꾸면 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외국기업의 부당한 요구에 굴복하여 한국노동자의 권리를 짖밟는 것이 아니라 국제기준에 맞게 통상임금의 범위를 확대하여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다.

 

2013. 5.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