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방미 중인 대통령의 통상임금 언급이야말로 가장 위험하다

 

미국을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8일 워싱턴 D.C에서 대니얼 애커슨 GM(제너럴 모터스)회장이 현재 한국에서 진행 중인 ‘통상임금 소송’과 관련하여 우려를 표명하자 이에 공감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단히 부적절하고 위험한 발상이다. GM대우를 비롯한 60여개 노조가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이유는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대법원 판결에 따른 것으로 그동안 사용자들이 부당하게 지급하지 않은 임금을 제대로 돌려받자는 것이다.

 

통상임금은 고정적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모든 임금을 말하며 소정근로시간 이외의 추가 노동에 대하여는 50%의 할증임금을 지급하는 기준이 된다. 그런데 그동안 사용자들은 관행적으로 상여금, 식비, 교통비 등의 명목으로 통상임금을 축소시키고 포괄역산제 등으로 소정근로시간을 늘려 결과적으로 일은 더 시키고 임금을 덜 주는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해 왔던 것이다.

 

이에 대법원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판결을 한 바 있고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불필요한 소송이 아니라 노동부 행정지침만 바꾸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노동부는 여전히 상여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라며 잘못된 행정해석을 고수하고 있고 기업들은 대형로펌을 동원하여 버티면서 수십 건의 불필요한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이 이러함에도 대니얼 애커슨 한국GM 회장은 방미중인 박근혜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통상임금 문제를 끄집어냈고 대통령은 ‘한국경제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라며 공감을 표했다고 한다. 한국경제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왜곡된 임금체제와 장시간 노동이다. 한국 노동자들이 OECD 국가 중 최장 노동시간을 하고 있는 것은 바로 통상임금 범위처럼 전근대적이고 왜곡된 임금체계로 인하여 장시간 노동을 하지 않으면 적정임금을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GM 회장의 문제제기에 공감한 것이라면 사법부의 판단을 거스르겠다는 것으로 매우 위험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나아가 외국대기업의 투자축소 위협에 굴복해서 스스로 공언한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라는 시대적 과제에 역행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진의는 더 파악해 보아야 할 것이나 오늘 대통령의 발언이 재계와 사법부 및 행정부에 잘못된 신호로 전달되어 장시간 노동과 왜곡된 임금체계를 고착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노동계의 저항은 물론 역사적 책임도 면치 못할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

 

2013. 5.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