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비정규직 노동자 79명 정규직 전환
정규직 전환 자랑하기에 앞서 부당해고자 문제 해결해야


1. SK는 지난 11월 2일, 계약직 직원 79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SK의 비정규직 노동자 79명은 11월 1일부터 SK의 정식직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SK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지만, 그 이면의 숨은 뜻과 SK의 노조탄압에 의해 해고된 노동자들의 투쟁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2. 이번에 정규직으로 전환된 SK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불법파견업체 판명으로 폐쇄된 인사이트코리아라는 불법파견업체 소속이었습니다. SK저유소에 파견된 옛 인사이트코리아 소속 직원들은 2000년 3월에 노동조합을 결성했고, 노조탄압으로 악명 높은 SK는 노조를 없애버리기 위해 조합원들을 개별면담하고 협박했습니다. 그 결과 설립당시 38명이었던 조합원 대다수가 노조를 탈퇴했습니다. 조합원들은 인사이트코리아에 노조탈퇴서를 제출하지 않고 파견노동자들을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하던 SK에 노조탈퇴서를 제출했습니다.

3. 2000년 7월 1일은 근로자파견법이 시행된 지 2년이 지난날이었습니다.
노조를 탈퇴하지 않고 남아있던 인사이트코리아노조 4명의 조합원들은 SK에서 2년∼8년간 근무했기 때문에 당연히 정규직으로 전환되어야 했고 노조는 SK에 정규직 전환을 요구했지만 SK는 시종일관 "우리는 사용자가 아니다"며 노조의 요구를 묵살했고 노조는 8월, 노동부에 불법파견에 대해 진정했습니다.
10월, 노동부는 SK가 인사이트코리아라는 용역업체로부터 도급을 위장하여 불법적으로 인력 파견을 받아온 것을 인정하며 SK에 대해 "직접 고용 등"으로 시정하라고 명령했습니다. 그러나 SK는 노동부의 시정지시에도 불구하고 기존 (주)인사이트코리아 직원들을 개별적으로 면담하여 사직서를 종용하고, SK(주)와 1년 계약직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했는데, "이미 법에 의해 SK 정식직원이 된 만큼 인사이트코리아에 사직서를 제출해야 할 이유가 없다"며 위원장을 포함한 4명의 조합원들은 인사이트코리아에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4. 11월 1일, SK는 출근하려던 조합원 4명의 출근을 저지하고 나섰고 이때부터 노조의 힘겨운 투쟁이 시작되었습니다. 2001년 3월 21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복직판결을 내렸지만 SK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했고 9월에 중앙노동위원회는 근로자파견법이 불법파견노동자들까지 보호할 필요는 없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유를 들어 근로자파견법에 허용된 파견업무에 종사했던 조합원 1명에 대해서만 복직판결을 내렸습니다.

5. 노조는 SK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여는 한편, 울산의 SK주식회사까지 내려가서 SK의 노조탄압을 알렸습니다. 해고된 조합원들은 1년이 넘는 지금까지 대재벌 SK를 상대로 투쟁하고 있습니다. 인사이트코리아노조 조합원들은 SK의 비정규직 양산과 노조탄압, 부당해고 등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냈으며 화학섬유연맹이 결합한 노조의 투쟁은 SK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했습니다.

6. 노조의 투쟁이 1년째 되고 (구)인사이트코리아에서 일하다가 SK의 1년 계약직으로 입사한 직원들의 계약기간이 만료된 11월 1일, SK는 노조에 남아 투쟁하는 조합원들은 복직시키지 않고 작년에 SK의 요구대로 계약직 체결을 한 직원들은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했습니다. SK는 단순히 자신들이 비정규직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했다고 자랑하겠지만, 그 이면에는 노조활동을 이유로 부당하게 해고된 조합원들의 눈물겨운 투쟁이 있었고 "노조활동 하면 손해라는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SK의 비열한 음모가 있는 것입니다.

7. SK는 비정규직 79명의 정규직 전환으로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했을 것입니다. 노조탄압과 비정규직 양산으로 지저분해진 기업 이미지를 바꿀 수 있고 노조활동하면 손해라는 인식을 직원들에게 심어줄 수 있다는 계산이 있었을 것입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분명히 좋은 일이며 비정규직 양산에 앞장 서 온 SK가 이런 일을 행했다는 것도 상당히 긍정적이지만, SK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자랑하기에 앞서 자신들에 의해 부당하게 해고되어 거리를 떠돌며 투쟁하고 있는 해고 노동자들의 피눈물을 감싸 안아야 할 것입니다. 만약 SK가 진정으로 노동자들을 생각해서 정규직 전환을 결정했다면 같은 노동자인 해고자들의 문제도 해결해야 합니다. 그러나 SK는 아직도 인사이트코리아노조 조합원들을 철저하게 무시하고 짓밟고 있습니다.

8. SK의 노조탄압은 멈춘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비정규직 양산 또한 멈추어진 것이 아닙니다. 이번 SK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은 투쟁하는 노동자들은 철저하게 짓밟고 말 잘 듣는 노동자들은 감싸주겠다는 의도입니다. 화학섬유연맹은 SK에 해고자 문제를 해결할 것을 계속 요구 할 것이며, 인사이트코리아노조 조합원들이 복직되는 날까지 투쟁할 것입니다. SK는 노조활동을 하는 조합원들을 탄압하면 결코 이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하게 깨닫게 될 것입니다. <끝>


전/국/민/주/화/학/섬/유/노/동/조/합/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