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쌍용차 문제 해결 없이는 경제민주화도 국민대통합도 없다

 

 

"함께 살자“던 노동자들이 공장 밖으로 쫒겨 나고 구속되었다. 4년이 지난 지금 24명이 목숨을 잃었고 산 사람들은 목숨을 건 단식과 고공농성을 이어가도 성의 있는 대답은커녕 대한문 앞 작은 농성장조차 쓸어가버렸고 이에 항의하는 지부장을 구속했다.

대선공약이었던 국정조사는 언급조차 없고 여야협의는 아무런 성과도 없이 기한을 넘겼다. 쌍용차 노동자들이 갈 곳은 이곳 청와대 앞밖에 없었다. 장맛비가 내리는 이 곳 에서 변변한 덮을 것도 없이 길 위에 다시 선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은 요구하고 있다.

김정우 지부장을 석방하라.

대통령 좀 만나자.

국정조사 실시하라.

 

쌍용자동차 문제 해결 없이는 경제민주화도 없다.

악법도 법이라지만 ‘절박한 경영상의 이유’에 의한 대규모 정리해고가 허위사실에 근거한 것이라면 원천무효이다. 쌍용자동차 회사가 2009년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할 당시 근거로 삼았던 유동성 위기가 허위 조작되었고 법정관리 신청서 자체 역시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2008년 회계감사보고서 역시 수치도 맞지 않고 심지어 작성책임자의 서명조차 없었다. 이는 명백한 허위날조이고 회계조작을 통한 기획파산이다.

우리가 국정조사를 주장하는 이유는 단순히 해고자의 억울함을 해소하자는 차원이 아니다. 굴지의 자동차회사에서 이렇듯 위법불법행위가 저질러지고 국부가 유출되고 극심한 노사갈등이 벌어진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지 못한다면 법과 원칙은 바로 세울 수 없고 경제민주화 역시 요원할 것이기 때문이다.

작년 국회청문회에서 윤곽이 드러난 바와 같이 쌍용차 문제는 회계조작과 기획파산이 핵심이다. 여기에는 여야는 물론이고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대통령 선거 후보들이 동의한 바이다. 이제 더 이상 시간을 끌 것이 아니라 국정조사를 통해 회계조작과 기획파산 책임자를 처벌하고 억울하게 희생된 모든 노동자들을 원상회복시켜야 한다.

 

쌍용자동차 문제 해결 없이는 국민대통합도 없다.

통합은 권력자의 선언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소통과 신뢰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선거 시기 공약에서부터 지금까지 국민대통합을 누누이 강조해 왔다. 그러나 사회갈등의 가장 깊은 골이 져 있는 노동문제에 대해서는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다. 사회의 가장 낮은 곳에서 고통 받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노동자들을 제쳐두고 어떻게 통합이 될 수 있는가.

 

여기 쌍용차 노동자들이 있다. 4년을 하루 같이 ‘함께 살자’고 호소하는 이 노동자들을 외면하고 무슨 소통을 입에 올릴 수 있는가. 노동부도 경제부처도, 경찰도 검찰도 해결하지 못한다면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여기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의 피맺힌 절규를 직접 들어야 한다.

그것이 통합의 출발이고 국민대통합의 첫걸음이다.

 

쌍용차 노동자들의 요구와 외침은 곧 민주노총의 요구이고 외침이다. 민주노총은 국정조사를 통하여 쌍용자동차 고의부도와 대규모 정리해고의 진상이 규명될 때까지 쌍차 노동자, 그리고 금속노조와 함께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 김정우 지부장 석방하고 쌍용차 국정조사 즉각 실시하라!

- 쌍용차 실질적 해법 마련을 위한 박근혜 대통령 면담을 강력히 요구한다!

- 국정조사는 대선공약이었다. 쌍용차 국정조사 즉각 실시하라!

 

 

2013년 6월 19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논평]

KT노동자 자살, 그 생의 끝에 남긴 호소 “노동탄압 이젠 끝났으면”

 

 

KT 노동자가 15년간 계속된 사측의 “노동탄압이 이젠 끝났으면 한다”를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안타까운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KT의 노무관리에 대한 관련 당국의 철저한 조사와 단호한 엄벌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KT는 그동안 소위 ‘인력퇴출프로그램’으로 무고한 노동자들을 겁박하고 부당하게 해고하는 등 노동자들을 머슴 다루듯 불법적이고 악랄한 노무관리로 세간의 의혹과 지탄의 대상이었다. 그럼에도 현실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고 압박감을 견디다 못한 노동자들이 자살하거나 돌연사로 생을 마감하는 일이 속출했다. 그야말로 살인기업이 아닐 수 없다. 노조가 있었지만 회사의 손아귀 안에 있었고, 노동부는 수수방관했다.

 

노동부(성남지청)는 지난해 KT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여 부당노동행위를 확인했다. 그러나 이를 검찰에 송치하고도 그 이후 KT이석채 회장을 비롯한 혐의자 모두에 대해 ‘무혐의 의견’을 다시 검찰에 전달함으로써, 사실상 처벌하는 듯 흉내만 내고 뒤로는 눈 감아왔던 것이다. 이러는 사이 KT의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었다.

 

고인의 유서에는 단체교섭 결과 찬반투표에 대해 관리자들의 대놓고 이래라 저래라 강압하는 대목이 나오는가 하면, 회사가 개인의 투표행위까지 감시해 지시에 반하면 처벌할 듯 엄포를 놓았다는 호소까지 나온다. 이러한 탄압 상황에 대해선 이미 복수의 증언이 나온 상태다. KT노동자 중 일부는 2013년 임단협 결과 투표에서 노조의 어용지부장이 투표용지를 무더기로 바꿔치기 하는가 하면, 한때는 아예 회사로부터 찬성률을 얼마로 맞추라는 지시까지 내려오고 자신이 그 조작의 당사자였다는 양심고백까지 나왔다.

 

이런 식으로 2013년의 말도 안 되는 임단협안이 무려 82.1%의 찬성률을 받았다. 이 임단협안은 엄청난 순이익을 냈음에도 임금을 동결하는 것이었고, 악명 높은 ‘인력퇴출프로그램’을 아예 제도화 한 것이며, 부서장의 말 한마디로 생면부지 무연고지로 쫓겨날 수 있도록 취업규칙을 개악한 것이다. 이는 정상적인 노사관계에선 도저히 통과될 수 없는 최악의 임단협안이며, KT노조가 노조이기를 포기하고 임단협 권리를 통째로 회사에 넘겨준 결과였다.

 

이 모든 범죄적 상황의 주범은 물론 KT기업이다. 그리고 그 뒷배가 돼준 정부당국의 은밀한 결탁도 우선 비판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제 역할을 못하고 스스로 노조이기를 포기한 KT노조의 존재는 매우 아프게 다가온다. 일부 민주적 노동자들이 복수노조까지 만들어 노력하고 있지만, 회사와 다수노조에 맞서기는 현재로선 역부족으로 보인다.

 

KT노조는 한 때 민주노총 소속이었으며, 탈퇴 후 어용 국민노총 주변을 배회하다. 지금은 한국노총에 들어가 있다. 민주노총 소속 당시 민주노조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 민주노총의 부족함을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때문에 누구를 탓하기도 없지 않아 겸연쩍지만, 새로 KT노조의 상급단체가 된 한국노총이 이번 죽음에 대해 올바르고 노동조합다운 대처를 해주길 기대한다.

 

KT노조는 고인의 죽음을 대해 “다른 사안도 있어서 자살한 것으로 안다.”며 여전히 문제를 회피하고 있다. 그렇다. 사람이 스스로 죽기 까지는 온갖 번뇌와 문제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고인이 죽음 앞에서 아무런 사심 없이 마지막 생의 의지를 토해 남기고자 했던 말이 바로 ‘KT의 노동탄압’이었음을 노조라면 알아야 한다.

 

2013. 6.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