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만 봉제노동자 권익향상을 위한

봉제사업단 START 기자회견문

 

 

봉제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현장은 어려움도 많지만 이를 극복하려는 사람들도 가득하다!

 

70~80년대 한국 경제성장의 효자산업이었던 섬유봉제산업은 90년대 이후 생산기지가 동남아로 이동하면서 쇠락하기 시작했다. 활발했던 수출이 끊기고 일감의 70% 이상을 내수시장에 의존하다보니, 한정된 판로에서 낮은 공임으로 당일 납기해야하는 기이한 유통구조를 낳게 되었다. 이렇듯 봉제산업은 대부분 영세하고 불안정한 경영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일주문-당일 납기를 맞추기 위해 장시간노동과 저임금을 감내해야 하는 구조적 문제는 열악한 노동환경과 종사자들의 심각한 건강상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2015년 서울노동권익센터의 보고서에 의하면 봉제업은 대부분 영세기업으로 사업자 등록이 없는 곳도 부지기수다. 봉제노동자 10명 중 8명 이상은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에도 가입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며, 국민연금은 10명 중 7명이 미가입 상태이다. 봉제노동자들의 산업안전과 실업대책, 그리고 노후문제는 말 그대로 무방비상태인 것이다. 또한 환기도 잘 안 되는 좁고 불편한 작업 환경에서 장시간 노동하는 봉제노동자들은, 두통과 눈의 피로는 물론이고 전신피로가 만성화되어 있는 현실이다.

 

봉제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정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많았던 지원정책에도 불구하고, 봉제산업 현장에서는 그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정책에 대한 신뢰도도 낮은 편이다. 이는 지금까지 정부 지원정책이 서민의 일자리 창출과 봉제산업 종사자들의 삶의 질 향상에 큰 효과를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유는 지원정책 속에 노동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봉제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의 가치건강권등을 보호하고 신장하기 위한 정책 내용이 비어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서울지역에서 봉제노동자들이 밀집한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들과 화학섬유노조는, 봉제노동자들의 실질적 권익향상과 노동의 가치 실현을 위해 ‘9만 봉제노동자 권익 향상을 위한 공동사업단’(이하 봉제사업단’)을 구성하기에 이르렀다.

 

봉제사업단은 노동상담과 생활법률상담 등을 통해 봉제노동자들의 근로조건과 노동환경개선, 그리고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사업을 일상적으로 펼쳐나갈 것이다.

 

봉제사업단은 봉제 밀집지역 노동자들을 심층면접-조사하여 봉제노동자들의 노동현실과 현장의 요구를 수렴하고, 이를 토대로 봉제노동자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정책대안 마련과 법제도 개선 등의 실천사업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

 

봉제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노동권익을 상시적으로 유지,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동조합할 권리가 제대로 실행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봉제사업단은 노조 조직화 사업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다.

 

나아가 봉제사업단은 봉제산업의 발전과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면 언제든 봉제사업주들과도 협력해나갈 것이다. 한정된 판로와 일감부족, ‘당일주문-당일출고를 감당하기 위한 낮은 공임과 장시간노동이 만연하고 있는, 봉제산업의 영세성과 시장구조의 문제를 해결해나가지 않고서는, 노동권도 제자리를 찾기 힘든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봉제사업단은 이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기에, 영세사업주들과 협력하여 봉제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개발에 힘을 쏟을 것이다. 또 정부 또는 서울시 차원의 지원방안을 촉구하고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사업도 적극 추진해 나갈 것이다.

 

전태일열사가 어린 시다에게 친구가 되어 주었듯이, 봉제사업단은 봉제 노동자들의 친구가 될 것을 약속드린다.

 

 

 

 

2017331

 

서울지역 ‘9만 봉제노동자 권익향상을 위한 공동사업단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