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6월 16일 토요일 19면

"쟁의현장 조직폭력배 동원" - 효성공장 투입 용역직원 폭로

고무총격총 휴대·사제폭탄 제조, 회사쪽 "노조가 먼저 폭력" 주장

최근 노동쟁의 현장에 투입돼 각종 폭력사태를 빚고 있는 용역경비업체가 조직폭력배와 노숙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는 사실을 한 용역경비업체 직원이 폭로했다.

지난달 24일부터 사흘 동안 (주)효성 울산공장에 투입돼 경비를 맡았던 용역경비업체 직원인 김철영(가명)씨는 15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효성 울산공장에서 시설보호를 맡았던 'ㄱ컨설팅' ㄷ경호' ㅎ개발' 등 10개 용역경비업체가 연인원 700여명을 동원하는 과정에서 조직폭력배와 노숙자들을 합류시켰다"고 말했다. 김씨는 "회사 관계자들도 이들이 동원되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회사쪽 요청에 따라 경비 업체별로 사람들을 더 모았는데, 이 가운데는 울산·서울·광주 등지의 조직폭력배 20여명과 서울역 등지에서 생활하던 노숙자 100여명이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또 "이들 폭력배는 경비업체들이 평소 관리해 오던 사람들이며, 노숙자들은 철거전문업에체어 일당 4만∼5만원을 주고 모아왔다"고 덧붙였다. 특히 특수부대 출신의 일부 경비업체 직원들은 니트로글리세린과 흑연 등을 구입해 사제폭탄 50여개를 만들었으며, 일부 직원들은 부산·인천 등의 암시장에서 75만원씩을 주고 구입한 고무충격총, 볼펜을 개조해 격발장치를 만든 볼펜총 등을 휴대했다고 김씨는 주장했다. 이들이 만든 사제폭탄은 큰 서류봉투 안에 기폭장치를 만들고 전자식으로 연결해 봉투를 뜯는 순간 폭발하도록 장치돼 있었으며, 밀폐된 실내공간 20여평을 순식간에 불태울 수 있는 화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서울 등 수도권 지역에서는 평소 지역 조직폭력배 등을 '관리'하다가, 용역경비업체의 요청이 있을 때 이들을 즉시 '분규' 현장에 투입하는 불법 '프리랜스' 조직도 20여기가 성업 중이라고 김씨는 전했다.

현재 경찰청에 등록된 전국의 용역 경비업체는 모두 1945개로, 이 가운데 60% 이상의 노동쟁의 현장투입을 전문으로 삼고 있다는 김씨는 주장했다.

김씨는 또 "경비업체가 분규현장에 투입되면, 인력배치 신고서를 관할 경찰서에 제출하지만 대부분 가짜 주민등록번호를 적는다"며 "경찰은 직원들의 전과 유무만 형식적으로 조회할 뿐, 신고된 경비직원과 실제근무중인 직원을 비교해 본인 여부를 확인하거나 불법무기 등을 소지하고 있는지 조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밝혔다.

이런 김씨의 주장에 대해 (주)효성은 "노조원들이 먼저 폭력을 휘둘러 직원 수백명이 다쳤고, 쇠파이프 등을 사용한 것은 오히려 노조쪽인데도 노조가 증거를 날조해 폭력사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며 "경비업체 직원들이 자기보호 차원에서 쇠파이프를 사용한 적은 있지만, 사제폭탄 등은 금시초문이며 이를 회사가 알았다면 결코 허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효성 울산공장 폭력사태를 수사중인 울산 남부경찰서 수사계 이동일 경장도 "아는 바가 없으며, 알고 있어도 수사중인 사안이라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