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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밤, 고 문중원 기수의 유가족이 고인의 곁에 있겠다며 머무는 5평 남짓한 농성장 옆에 텐트 몇 개가 쳐졌다. 27일 시민분향소와 농성장을 철거하겠다는 정부를 막고자 모인 사람들이다.
 

그리고 27일 날이 밝았다. 아침 6시 반, ‘한국마사회 고 문중원 기수 죽음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시민대책위’ 주관으로 약식집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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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성장을 에워싼 경찰 병력. @문중원 열사 시민대책위


문중원 기수의 장인인 오준식 씨가 억울함을 토로했다. “치가 떨린다. 어제 저녁부터 아침까지 잠 한숨 못 잤는데, 제 딸(문중원 기수의 부인)은 분향소에서 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날 때마다 벌떡 깬다. 정말 원통하고 분하다. 정부, 대통령은 우리 중원이의 죽음을 조금이라도 관심 가졌다면 아마 이날까지 오진 않았을 것이다. 정말 분하다. 대통령이 정말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이상진 부위원장이 문재인 정부를 규탄했다. “문재인 정부가 김용균 노동자가 돌아가셨을 때 뭐라고 했나. 생명과 안전을 공공기관 평가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중대재해 발생 시 기관장을 엄중 문책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마사회에서 일곱 명이나 죽었는데, 이 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나”고 묻고는, “만약 공권력이 분향소를 침탈한다면 이제 문재인 대통령은 더이상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다”고 선언했다.
 
시민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인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김혜진 활동가는 김용균, 문중원 기수와 더불어 얼마 전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하면서 목숨을 끊은 청주방송 프리랜서 등을 거론하면서, “이 땅 많은 노동자들이 이렇게 억울해서 죽음을 택한다. 얼마나 더 억울함을 호소하며 죽어야 하나”며, “이 무도한 정권은 노동자들의 절규를 치워버리면 그냥 없어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오늘 우리는 최선을 다해 분향소를 지킬 것”이라 다짐했다.
 
시민대책위 공동대표인 NCCK인권센터 박승렬 목사는, “문재인 정권의 민낯을 보는 순간이다. 한 가족의 가장이 죽었고 한 노동자가 조직의 부정을 목숨을 버려 고발했다”며, “정부는 시민들과 유족들의 애절한 호소를 듣고 강제집행을 중단하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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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거가 시작되고 농성장 안에서 오열하는 문중원 열사 부인 오은주 님. @문중원 열사 시민대책위


그러나 유가족과 시민대책위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8시경부터 시민분향소와 농성장 철거가 시작됐고, 유가족과 농성장을 지키기 위한 민주노총과 시민들의 완강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10시가 되지 않아 모든 철거가 완료됐다.

 

이 과정에서 고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인 김미숙 씨, 박승렬 목사 등이 부상을 입었고, 여러 명이 119로 후송됐다. 또 10시 10분 현재 시민대책위가 파악한 바로는 공공운수노조, 금속노조, 정의당 당원 등 5명이 연행됐다.
 
철거된 자리에서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 도중 문중원 기수의 부인 오은주 씨가 탈진으로 쓰러졌다.
 
시민대책위 공동대표인 진기영 공공운수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이 농성장이 그렇게 처참하게 짓밟아야될 정도의 그런 곳인가”라고 묻고는, “공공운수노조는 좌시하지 않겠다. 박근혜의 몰락은 세월호 침몰로부터 시작했고 문재인 정권의 몰락은 문중원 경마기수의 죽음을 외면한 순간부터 시작될 것”이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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