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자신이 10년간 또는 20년간 지켜온 공장이 가동 중단되는 것을 원하는 노동자들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아울러 파업이라는 극단적인 대립상태를 보고 즐길 노동자도 없습니다. 요즘과 같이 전반적인 경제여건이 좋지 않은 시점에서 파업을 진행하는 우리들도 가슴이 아픈 것도 사실입니다.

현재 분쟁은 1999년 12월 말 자율빅딜이라는 이름으로 대림산업과 한화석유화학의 분할 합병에 의해 탄생한 여천NCC의 첫 임 단협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2000년 단협중 8월 31일 회사에서 제시한 성과급제 수정안이 조합에 의해 거부되자 회사는 다시 수정안을 제시 해서 성과급제에 대해서는 노 사가 구두 합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구두 합의 내용은 이익규모에 관계없이 지표성과급 100%와 세전 순이익 기준 200억 이상 흑자 발생시 50%, 650억원 이상의 흑자발생시 최고 190%를 지급하는 것으로 합의 되었습니다.
2000년 9월8일 마지막 교섭에서 노 사 합의문을 정리하면서 구두 합의사항에 대한 표현을 놓고 조합은 성과급에 대하여 '기 합의된 사항을 참고하여'라는 문구로 정리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으나 회사는 대외적으로 회사와 부사장의 입장이 있으니 '기 논의된'이라는 문구로 바꾸어 줄 것을 간곡히 부탁했고 조합은 원만한 해결을 위해 이를 수용하였고 2000년 10월 31일 까지 보충협약을 체결하기로 하였습니다.

2000년 9월 8일 이와 같은 내용으로 합의를 한 후 회사는 성과급에 대한 안을 준비 한다며 차일피일 미루더니 11월 23일에야 겨우 1차 협상을 가졌고 단협 중에 기 논의 되었던 것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는 안을 제시 하였습니다.
조합은 회사가 작년에 합의했던 성과급제도를 전면 부정하고 개악된 수정안을 내놓는 것을 보고 신의 성실을 외면하는 처사라고 강력히 항의하였습니다. 전제 조건으로 제시한 무분규 조항은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의 기본권리마저 무시하는 처사로, 회사는 조합에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2001년 4월 18일 3차 보충협상에서 조합의 요구사항이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조합은 신의성실을 촉구하며 2001년 4월 28일 쟁의행위 신고를 통보 하였습니다.조합이 진정으로 요구하는 성과급 제도는 작년에 기합의 되었던 것을 명문화 하는 것입니다. 노와 사가 합의했던 작년 9월의 상황으로 되돌아가는 것입니다.

회사는 조합이 5월8일 상집간부 부분파업에 돌입하면서부터 여천산단 내에서 처음있는 노동탄압을 하고 있습니다. 과거 대림산업의 쟁의행위를 경험한 우리로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쟁의행위 기간 중에 이루어진 회사의 부당노동행위 입니다.
조합깃발 무단 절취, 상집간부 12명 인사위원회 회부 및 경찰 고발, 쟁의행위 경영설명회를 빙자한 쟁의행위 불참 종용, 모든 정문을 포함한 출입문 봉쇄 및 관리자로 구성된 구사대를 동원하여 출입 통제, 조합 집행간부의 조합원 피켓팅 원천차단, 개별면담을 통해 쟁의불참 강요, 동력부문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신청, 쟁의행위중지명령을 여수시에 요청, 사내전자게시판 중 조합게시판 폐쇄, 사내전자메일시스템 폐쇄(사용자 용량을 1KB로 축소), 조합 홈페이지 접속차단, 식당출입 제한, 조합 전화 및 FAX 차단, 현장 출입문 완전봉쇄 등입니다.
현재까지 진행된 회사측의 노동탄압은 노동자들의 기본권리인 단체행동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조합과 조합원의 의사소통 방법을 모두 차단하는 유신독재 하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들입니다. 이는 노사간의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없습니다. 우리 조합은 항상 과거 대림산업에서의 파업경험과 같이 법과 질서를 지켜가면서 쟁의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조합의 기본권리인 피켓팅과 단체협약에 명시된 홍보활동 보장 및 복리후생시설 이용의 권리마저 막는다면 우리는 스스로 자구행위를 강구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한편, 오늘(5월 17일) 여수시에서는 여천NCC노동조합 쟁의행위 중지명령을 내린 바 있습니다. 중지명령 근거로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2조 제2항에 의하여 사업장의 안전보호시설에 대하여 정상적인 유지 운영을 정지 폐지 또는 방해하는 행위는 쟁의행위로서 이를 행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그런데 우리 조합은 사업장내 안전보호시설의 정상적인 유지 및 운영을 위하여 이미 안전요원 및 전산요원, 폐수처리장 운전요원 등 협정근로자 49명이 정상적인 근무를 수행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조합은 동력생산시설의 유지 운영을 정지하거나 폐지 또는 방해한 적이 없습니다. 앞으로도 그런 의사를 갖고 있지도 않고, 우리는 단지 조합원의 근로제공만을 거부하는 것 뿐입니다.
회사와 여수시에서는 동력생산시설이 안전보호시설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여수시와 회사가 생산시설과 안전보호시설을 혼동하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동력시설은 분명히 판매를 목적으로 영업을 하기위한 생산시설 임과 동시에, 제품생산에 지원되는 증기와 전기를 생산하는 생산시설 입니다. 한편 동력생산시설의 정상적인 유지 및 운영을 정지하거나 폐지하는 것은 회사의 경영권이고 시설관리권에 입각하여 회사에서 취하는 것이지 조합이 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이 시설을 회사가 정지하거나 폐지하고자 할 경우 적극 협력할 의사를 가지고 있고, 이는 단체협약에도 반영되어 있습니다.

단체협약 제89조(쟁의행위 중 안전)에는
1. 회사와 조합은 쟁의행위로 인하여 조업을 중단하고자 할 때에는 이에 필요한 제반 안전조치에 임하여야 한다.
2. 조합은 쟁의행위로 인하여 조업이 중단된 경우 안전유지에 필요한 인원을 회사와 성실히 협의하여 결정한다. 로 되어 있습니다.

아무리 가진 자의 법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아전인수식으로 법을 해석하는, 이런 발상을 하는 경영자의 자질도 문제가 있습니다. 작년 임 단협 말에 합의되었던 성과급제에 대해 그룹에서 무쟁의 조건을 내건다고 번복하고, 훨씬 더 후퇴된 안을 내는 것은 노사간의 신의성실 원칙에 어긋나는 것입니다. 올바른 경영자라면 개인적인 약속도 잘 지켜야 하겠지만, 집단적인 약속은 더더욱 잘 지켜야 합니다.
쟁의행위 전후기간에 회사관리자뿐만 아니라 조합간부에게도 함부로 새끼 라는 상스런 표현을 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우리는 많은 경영자들을 겪어 보았지만, 나이가 불혹이 넘은 가장(家長)들에게 함부로 욕을 하는 경영자는 보지 못했습니다. 여기가 어디 군대입니까? 요즘 군대도 그렇게는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아무리 쟁의기간이라 하더라도 노사간에는 기본적인 규칙이 있습니다. 이 규칙은 오랜 경험속에서 노사간에 서로 체득한 것입니다. 전화를 끊고 식당을 폐쇄하고, 조합의 홈페이지를 차단하고, 조합원의 피켓팅을 원천봉쇄하는 이런 일들은 불법일 뿐만 아니라 법을 따지기 전에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닙니다. 쟁의가 끝난 후 우리는 경영자의 방침에 따라 생산활동 등의 현업에 복귀해야 합니다. 쟁의가 끝난 후에도 쟁의기간의 감정과 상처가 남아 있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우리 조합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쟁의기간이든 쟁의가 끝나든 서로 상처를 남기지 않고, 신의성실의 원칙을 지키는 상호 신뢰하는 노사관계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우리는 이 쟁의가 끝난 후 기업의 발전을 위하여,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하여 최선을 다해 일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2001. 5. 17
전국민주화학섬유노동조합연맹 여천NCC노동조합 위원장 천중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