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파견노동자는 파견법 적용을 받을 수 없다?
사용자만을 비호하는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을 규탄한다!

- 인사이트코리아노조 행정소송 패소 판결에 대한 화학섬유연맹의 입장 -


1. 불법파견·부당해고로 고통받아온 인사이트코리아노조 조합원 3명이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했다. 이번 판결은 인사이트코리아노조 조합원 3명은 물론, 불법파견으로 고통받고 있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원천봉쇄 했을 뿐 아니라, 98년 7월에 시행된 근로자파견법이 실제로 파견노동자들을 보호하지 못한다는 노동계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2. 서울행정법원은 "2년은 적법한 근로자파견이 가능한 최장기간으로서의 의미를 가지는 것이므로, 위법한 근로자파견에 있어서는 그 자체로서 어떤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2년을 초과한 파견노동자는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는 근로자파견법의 내용을 불법파견노동자들에게는 적용할 수 없다고 판정했다. 따라서 SK저유소에 불법파견되어 2년∼8년까지 같은 자리에서 같은 일을 하다가 법에 따라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자 해고당한 인사이트코리아노조 조합원 3명에 대한 SK의 해고는 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3. 이번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은, 근로자파견법에 허용되지 않은 직종의 노동자들은 불법으로 파견을 받아왔더라도 2년이 지난 후에 정규직으로 고용할 의무가 없다는 지난 2001년 10월의 중앙노동위원회 판정 논리를 그대로 답습한 것으로서, 정규직을 고용하기 싫은 회사는 2년동안 비정규직을 고용해서 일을 시키다가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하거나 파견법에 허용되지 않는 불법파견노동자들을 받아서 일을 시키다가 10년 후나 20년 후나 상관없이 아무 때나 해고하면 그만 이라는 것이다.

4. 서울행정법원은 조합원 3명에 대한 해고가 부당하지 않다는 근거로,

△파견근로자보호등에 관한 법률 제6조 제3항(2년 초과 시 노동자가 반대의사를 표하지 않을 경우 계속 고용한 것으로 본다)이 '당해 근로자에게 보다 유리한 선택을 하도록 의제함으로써 당해 근로자의 고용안정과 복지증진 및 당해 사업의 연속성 확보 등의 여러 가지 잇점을 도모'하기 위한 취지
△위법한 근로관계(불법파견)를 적법한 근로관계(2년 초과 시 정규직화)로 갑자기 질적인 변화를 가한다는 것 자체가 위법을 단속해야 할 국가의 책무가 아니다
△제 18조(파견사업주는 사업보고서를 작성하여 노동부 장관에게 제출)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되어 있는데 노조의 견해대로라면 불법파견 노동자들에 대한 사업보고서도 제출해야 하고 이를 어길 경우 과태료를 부과 받아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말이 안 된다

등을 들었다. 서울행정법원은 처음에는 근로자파견법이 파견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되었다는 투로 말하다가 불법을 합법으로 전환하라고 회사측에 강요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가 아니라는 해괴한 소리를 해대고 있다. 근로자파견법이 진정 파견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만들어 진 것이라면 이에 위반되는 법률을 뜯어 고쳐야 마땅한데, 법원의 주장은 잘못된 법률로 인해서 국가가 자기 모순에 빠지는 것은 '심히' 부끄러워서 안되겠다는 것이다.

5. 우리 화학섬유 노동자들은 법원의 해괴하고 몰상식한 판결에 크게 분노한다. 중앙노동위원회의 판결 후 노동위원회 노동위원들이 잘못된 판정에 항의하며 서명작업에 돌입하고 연맹과 민주노총, 각 단체들이 항의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큰 파장을 불러온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 행정법원의 판결 역시 각계 각층의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6. 근로자파견법이 누구를 위해서 제정되었는가는 더 이상 말하고 싶지도 않다. 근로자파견법이 누구를 위해 제정되었든 간에 이 상태로 라면 그 법은 더 이상 법으로서의 가치가 없다. 가진 자 만을 위한 법, 힘 센 자 만을 위한 법은 필요하지 않다. 우리는 너무나 자본 편향적인 판결을 내린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을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노조탄압·비정규직 양산이라는 파렴치한 기업 SK를 박살내기 위한 투쟁과 근로자파견법을 개정하기 위한 강력한 투쟁을 계속 전개할 것을 밝히는 바이다. <끝>

2002년 2월 6일 전국민주화학섬유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화/학/섬/유/노/동/조/합/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