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파업권 가로막는 직권중재 손배가압류 철폐하라



< 민주노총 2004. 10. 7. 기자회견문 >

파업권 가로막는 직권중재․손배가압류 철폐하라
중노위 국정감사 맞춰 피해 사업장 노조대표자 국감장서 항의 피케팅


1. 우리는 국회가 이번 국정감사를 맞아 불법파업을 양산하고 노동자의 생존과 생명을 벼랑으로 내모는 희대의 악법 직권중재 제도를 즉각 철폐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 아울러 직권중재를 이용해 노동자 파업에 불법딱지를 붙인 뒤, 다시 이를 빌미로 천문학적 액수의 손배․가압류를 떠넘기는 고질적 노동탄압을 뿌리뽑기 위해 관련 법․제도 개선에 나설 것을 요구한다.

2. 일명 ‘파업파괴법’으로 불리는 직권중재 제도는 노조를 사실상 무장해제 상태로 몰아넣는다. 중재안이 단체협약과 같은 효력을 갖게 되므로 파업이란 말 자체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어진다. 게다가 정부와 사용자는 이 제도를 단체행동권을 틀어막고 교섭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 ‘불성실교섭→교섭결렬→노조 파업선언→직권중재 회부→불법파업 규정→지도부 사법처리→손배가압류’로 이어지는 노조파괴 시나리오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잘못된 제도가 도리어 원만한 사태해결을 가로막고, 노사관계의 불안을 몰고 오는 셈이다.

3. 이러다 보니, 국제노동기구 역시 이 제도의 폐지를 강력히 권고하고 있지만, 국회와 정부는 눈과 귀를 막은 채 애써 이를 외면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 이사회는 이미 지난해 6월 결사의자유위원회 보고를 통해 “철도와 석유, 지하철 등 관련산업을 필수공익사업장에서 제외할 것”을 권고했다. 국제노동기구의 권고는 지난 2002년 3월에도 이미 한차례 있었지만, 정부․국회의 반성과 법․제도 개선은 아직까지도 감감무소식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헌법재판소도 지난 1996년 9명의 재판관 중 5명이 ‘위헌’ 의견을 냈으나, ‘2/3 찬성’에 단 1명이 모자라 위헌결정에 이르지 못했다.

4. 이처럼 국내외에서 이미 ‘희대의 악법’임이 증명된 직권중재 제도가 오늘까지도 힘을 발휘하고 있는 데에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책임이 무겁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전사회적 우려에도 불구하고 올해에도 여지없이 엘지정유와 서울․인천지하철, 도시철도 등 많은 사업장을 직권중재에 회부했다. 산별총파업을 벌인 보건의료노조는 올해 직권중재의 칼날을 가까스로 피해갔지만, 이전까지 매년 불법파업의 낙인을 피할 길이 없었다. 하반기 투쟁을 앞두고 있는 철도노조 역시 직권중재 회부의 위험을 감수한 채 싸움을 준비해야 하는 처지다. 이밖에도 수많은 노동자들에게 ‘노동3권’은 아직도 먼 나라 남의 일일뿐이다.

5. 오직 자본의 이해만을 대변하는 의원은 더 이상 ‘국민의 대표’가 아니다. ‘개혁’을 화두로 개원한 이번 국회는 정치환멸을 불러오는 정쟁을 당장 집어치우고, 노동자․서민의 삶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국정감사를 펼쳐야 한다. 특히 환경노동위원회는 무려 10명의 의원이 초선으로 구성돼 가장 주목받는 상임위원회 중 하나다. 이번 중앙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직권중재 제도와 손배․가압류의 폐해가 낱낱이 밝혀지고, 그 결과가 법․제도 개선으로 이어지길 진심으로 기대한다.
아울러 우리는 정부당국이 노동계와 법조계 등 사회 각계각층의 직권중재 철폐 주장을 일관되게 외면하는 것을 강력히 규탄하며, 국회가 우리의 정당한 요구를 끝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어떠한 투쟁도 불사할 것임을 준엄히 경고한다.



2004년 10월7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 민주노총은 기자회견 뒤 이날 11시까지 중앙노동위원회 국정감사가 열리는 노사정위원회 건물 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입니다. 이날 기자회견과 피켓시위에는 공공연맹 산하 철도노조, 발전노조, 서울지하철노조, 도시철도노조와 보건의료노조, 화학섬유연맹 등 직권중재로 노동권을 제약받아온 사업장이 참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