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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산단 1만 여 사내하청 노동자들.. 노조설립 들불처럼 일어나길" 191025 엘지사내하청 총회, 출범식 (1).jpg

계속되는 고용불안과 근무시간 단축에 따른 급여삭감에 위기감을 느낀 LG화학(LG Chem) 여수공장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LG화학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지난 22일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에 가입하고 LG화학사내하청지회를 설립했다. 화섬식품노조 광주전남지부 정병필 조직국장은 “10개 사내하청 업체를 대상으로 조직사업을 진행 중이며, 현재 조합원 수는 300여 명”이라고 말했다.

㈜이케이에서 일하는 서이철 지회장은 “올해 4월 발암물질 배출량 조작 사건이 터지고, 우리 이케이의 해당 생산라인이 폐쇄되면서 처음엔 해당자들을 ‘나가라’고 했다. 한 달도 안 돼 3명이 그만두고 7~8명이 다른 사내하청으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이어 “남은 인원이 다른 라인으로 배치되면서 (본래 3조3교대에서) 4조3교대로 바뀌었는데, 임금 보전이 전혀 안 돼 월 100만 원 가량이 삭감됐다”며 노조를 만들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리텍에서 일하는 윤선웅 사무장은 “1개 업체(이케이)가 4조3교대 됐지만, 임금 문제가 해결 안 되는 모습을 보고 노조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다른 사내하청 업체에서도 시행될, 근무시간 단축에 따른 불안한 모습을 봤던 게 계기가 된 것이다.

윤 사무장은 “쉬는 날도 없이 맨날 일해도 임금은 그대로”라며, “상여금 400%를 기본급에 녹여 최저시급 위반을 피하는 꼼수를 보였다”고 했다. 또 “1년 단위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가 하면, 보통 5년 단위로 사장을 교체해서 고용승계가 불안정한 큰 문제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원청하고 대우도 많이 다르다”는 점도 토로했다.

설립 일주일이 경과한 현재 조합원들 분위기는 어떠냐는 질문에 “처음이다 보니까 아직 실감이 안 나는 점도 있지만, ‘힘들게 만들었으니 잘해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돼있다”고 답했다.

여수산단에서 먼저 사내하청 노동조합의 길을 걸은 주휘상 롯데첨단소재사내하청지회장은 “사내하청은 원청과 사내하청 사장들이 필요 없으면 자르고, 필요하면 합치고, 다시 분할시키면서 마음대로 해왔다”고 비판하고, “LG화학 사내하청 동지들이 억압당하면, 우리 지회가 당했다 생각하고 500여 조합원들이 승리할 때까지 함께할 것”이라 밝혔다.

현재 ‘고용승계 및 민주노조 사수’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구성길 남해화학비정규직지회장은 “그동안 원청사의 임금착취, 노동착취, 고용불안으로 이어져 오던 것이 노조설립으로 노동자들의 삶이 바뀌는 계기가 되리라고 생각한다”며, “여수국가산단 1만여 명의 (다른) 사내하청 노동자들도, 이번 계기로 노조설립이 들불처럼 이어지고 ‘노조할 권리’가 정착되기를 기대한다”고 바랬다.

이번 노조 설립의 중심에 선 서이철 지회장은, “아직도 사내하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많은데, 노조에 대한 생각만 하면 꿈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며, “꿈이 현실이 된다는 상상을 가지고 현실로 옮겼을 때, 우리와 같은 노조가 결성될 수 있다는 것을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알아줬음 좋겠다”고 말했다.

노조를 통해 이루고 싶은 게 있냐는 질문에는 “사내하청 노동자들 모두가 느끼겠지만, 가깝게는 생계와 직결되는 문제. 임금과 복지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멀리 봐서는, 회사에 압박을 받으면서도 싫다는 얘기도 못하고, 아무 대꾸도 못하는 현실을 다음 세대까지 되물림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여수 LG화학에는 이케이, 월드산업, 청림피앤에스, 골든텍, 리텍, 대경, 에이스, 지유, 재인, SM 등 10개 사내하청업체가 있다. 소속 노동자들은 LG화학에서 생산한 제품을 포장 및 출하하는 일을 하고 있다.

한편 올해 4월, LG화학을 비롯한 광주전남 230여 개 사업장이 측정업체와 짜고 발암물질 배출량을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지역에서 공분을 산 바가 있다.

화섬식품노조/화학섬유연맹이 참여하고 있는 화학물질감시네트워크는, 화학물질 배출량조사 제도 전반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기오염물질 배출조작 업체와 사업장 공개 ▲화학물질 배출량 측정 및 조사제도 전면 개선 등을 요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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