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쉬운해고 지침에 불복종을 선언합니다"

50만 제조노동자의 불복종 선언

     화섬뉴스 20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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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대노총 제조공투본이 2월 2일자 경향신문 7면에 전면광고를 실었다.

 

대한민국 50만 제조노동자들이 정부의 양대지침(공정인사·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 지침)을 거부한다는 불복종 운동에 돌입했다. 경향신문 전면광고를 싣고 불복종을 선언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양대노총 제조부문 공동투쟁본부(이하 제조공투본)는 민주노총 금속노조·화학섬유연맹, 한국노총 금속노련·화학노련 등의 제조업종 관련 노조 조직들이 함께 하는 단체다. 2015311일 수천 명의 제조노동자들이 서울역광장을 가득 메운 가운데 출범했다.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혁정책에 맞서 함께 투쟁하기 위해 13년 만에 다시 뭉친 것이다.

 

제조공투본은 정부의 개혁 정책이, 실은 노동시장 구조개악이며 노예시장정책이라 보고 있다. 그 이유는 정부의 TV광고나 라디오 홍보와는 달리 지침에는 해고는 쉽게하고, ‘취업규칙은 사장 맘대로 변경할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해고를 쉽게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징계해고, 정리해고 등 해고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노동자는 잘못해서 해고 되고, 회사가 어렵다고 해고 되고 있다. 정부지침은 여기에 일반해고(저성과자 해고)까지 덧붙인다는 게 제조공투본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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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부의 해고지침 프로세스와 민주노총 법률원/금속노조 법률원의 해석


노동부가 지침에서 내놓은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른 경우의 해고 수순을 보자. ‘평가대상은 누가 선정하며, ‘평가기준은 누가 세우고, ‘평가방법은 누가 정하며, ‘평가공개는 누가 하는가? 바로 회사가 한다. 교육과 배치전환의 기회도 회사가 주며, 교육 프로그램과 배치도 회사 뜻대로 진행한다.

 

대신증권의 사례를 보면, 퇴출 대상자를 현업에서 배제시킨 뒤 영업점과 본사를 1,2주 간격으로 오가도록 하거나, 산 정상에서 인증샷 찍기, 외부 명함 10장 받아오기 등 직무와 상관없는 지시를 반복해 회사에 남으려는 의지를 잃게 만들었다.

 

KT는 거주지에서 먼 곳으로 근무지를 발령하고, 생소한 업무를 배정한 뒤, 직무수행 평가를 쉽게 하기 위해 단독 업무를 맡긴다. 업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경고를 거쳐 징계를 가하고 해고하는 경로였다. 114 안내원이었던 여직원에게 전신주에 오르는 업무를 주고 실적이 나쁘단 자술서를 쓰게 한 뒤 그걸 토대로 해고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 지금도 어떻게든 자르는데대신증권KT 저성과자 해고 사례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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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부의 취업규칙 변경 지침 프로세스와 민주노총 법률원/금속노조 법률원 해석


성과중심 임금체계 도입은 저성과자 해고의 발판

 

해고사유를 정하는 취업규칙은 누가 만드는가? 회사가 만든다. 근로기준법에는 노동자에게 불이익하게 취업규칙을 변경할 시 노동조합 또는 과반수 노동자의 집단 동의가 필요하다고 명시돼있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 지침에는 사회적 합리성을 이유로 집단적 동의절차를 배제하는 방안이 들어가 있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의 양 법률원 소속 변호사들은 법원은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매우 제한적으로 엄격히 적용하는데, 이를 일반화하여 임금피크제 등 임금체계 개편을 합리화하는 것은 명백한 위법이라 판단한다.

 

지침에는 성과중심의 임금체계를 도입하는 것은 사용자의 경영 판단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자체로는 근로조건의 불이익한 변경으로 볼 수 없음이라 적시했다. 저성과자 해고를 위한 사전 작업을 원활히 해주겠다는 말 다름 아니다.

 

제조공투본, 2대지침 불복종 투쟁 선포

 

제조공투본은 위와 같은 이유로 지난 달 29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2대지침 불복종 투쟁을 선포했다. 선포식에서 제조공투본은 “2대지침 무효화 선언-서명 운동을 전개하고, 4월 총선에 출마하는 모든 후보에게도 선언 서명을 요청할 것이라 밝힌 후, “그 결과에 따라 국민적 심판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여나갈 것이라 경고했다.

 

제조공투본은 양대노총을 향해서도 공동투쟁을 선언하고 불복종 공동행동에 나설 것을 제안했다. 양대노총은 오늘(2) 국가인권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행정권을 남용해 불법 행정지침을 발표함으로써 헌법을 위반한 것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철저히 조사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지난 9.15 노사정 합의에 따라, 직무능력과 성과 중심 인력운영을 통해 근로관계에 있어 예측가능성과 공정성을 제고해 노사분쟁을 예방함으로써 노동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가이드북과 지침을 마련하려는 것이다”    - 작년 12월 30지침 관련 전무가 의견 수렴 간담회에서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발언 중

 

이기권 장관의 말과는 달리 정부의 이번 양대지침은 오히려 노사분규를 급증시킬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인건비 절약에 따른 이윤 증대와 입맛에 맞는 인력 운용을 위해 지침에 근거한 취업규칙·단체협약을 밀어붙일 것이고, 노조는 버틸 것이다. 어느 노동조합이 자신들이 짤릴 수도 있는 문서에 도장을 찍으려 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