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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성명

노동자는 입도 뻥긋 말라는 이상한 판단

기본권 보장의 보루가 되어야 할 법원이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자는 것인가?

 

 

근로기준법 위반도 말하면 안되고, 불법행위 책임자처벌도 입에 담지 말라는 법원! 본사와 동일 수준으로 사회적 합의 이행했다는데, 5년 전 불법파견 당시의 차별 수준 그대로일까?

급여명세서로 확인한 결과 급여 3년 내 동일 적용의 사회적 합의 이행 주장은 거짓말로 밝혀지고, 노조탈퇴 불법행위는 검찰로 송치까지 되었는데도 사회적 합의 이행 및 불법행위 중단 주장 등을 입에 담지 말라는 법원의 결정은 국민의 기본적인 언로를 막는 것으로 헌법적 한계를 벗어나 국민의 기본권을 봉쇄하고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일!

법원이 사회적 합의 이행 안 해도 괜찮다는 신호를 주는 것과 다름없어 보인다.

 

 

[논평]

 

서울중앙지법은 2022.10.4. 파리크라상이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파리바게뜨지회 등(이하 '노조')을 상대로 한 업무방해금지 등 가처분을 일부 인용하는 결정을 했다.

법원은 노조가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라'는 말을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 근거로 "파리크라상이 자회사 소속 노동자들의 임금과 동일한 수준으로 지급하기 위해 유의미한 노력을 한 것으로 보인다", "파리크라상이 사회적 합의 이행 경과를 설명하면서 노조의 의견을 듣기 위한 자리도 마련했다", "파리크라상이 사회적 합의를 일정 수준 이상 이행했고, 이행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일정 수준 이상 이행했다는데, 5년 전 불법파견 당시의 차별 수준 그대로일까?

그런데 문제가 되는 사회적 합의 문구는 명료하다. "급여는 법이 정하는 요건에 따라 3년 내 파리크라상과 동일수준으로 적용한다"는 것이다. , 파리크라상은 사회적 합의에 따라서 3년이 되는 2021.1.11.에는 자회사 소속 노동자에게 파리크라상 노동자와 '동일한'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따라서 '노력을 했다거나, 의견을 듣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거나, 합의를 일정 수준 이행했다'는 이유는 합의를 이행하라는 노동자의 입을 막을 이유가 되지 못한다. 100을 주기로 했는데 80밖에 못 받았다면 나머지 20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적어도 약속대로 100을 달라고 말할 권리는 있어야 한다.

 

최근 노조가 입수한 파리크라상 노동자의 급여내역서를 분석해보면 동일연차 동일직급의 제빵기사임에도 자회사 소속 노동자는 2021년 기준으로 파리크라상의 83%에도 미치지 않는 급여를 지급받고 있다. 격차는 근속연수가 길어질수록 더욱 벌어지고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이러한 격차는 2017년 불법파견 적발 당시 회사가 고용노동부에 제출한 의견서의 격차 평균 83%(제조기사 기준)와 비교하여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 2018.1. “급여는 3년 내 파리크라상과 동일수준 적용이라는 사회적 합의를 할 당시의 차별 수준에 그대로 머물고 있다는 얘기다. 법원은 본사 노동자와 자회사 노동자 사이의 차별을 방치하는 것을 넘어 합의를 이행하라는 말조차 못하게 함으로써 오히려 불법을 조장하고 있다.

 

근기법 위반도 말하면 안되고, 불법행위자 처벌도 입에 담지 말라는 이상한 판단

법원은 노조가 '불법행위를 중단하라거나 휴식권을 보장하라'는 말도 못하게 막았다', ‘불법행위를 사과하고 관련자를 처벌하라'는 말도 해선 안된다고 판단했다. 그 근거로 '2018. 1. 11. 사회적 합의 이전에 있었던 사실을 이유로 들어 파리크라상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노조가 불법행위라고 주장하는 부분은 2021. 3. 이후에 벌어진 부당노동행위를 의미하고 승진차별 및 노조 탈퇴 종용 등 불법행위가 실제로 있었다는 점이 노동위원회와 수사기관의 조사를 통해 확인됐고, 법원 역시 이를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불법행위를 당한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불법행위를 중단하라거나 처벌해달라고 말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자회사 노동자가 보건휴가를 바로 사용할 수 없게 하는 단협은 근로기준법 위반의 여지가 있다고도 봤다. 노조가 휴식권을 보장하라고 외치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휴식권을 보장해달라거나 불법행위를 중단하라는 당연한 요구조차 입 밖으로 내보내선 안된다고 판단했다.

 

언로조차 막는 것은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일로 헌법적 한계를 벗어난 것

노조가 말하는 문구가 명예훼손에 해당하고 업무방해에 해당한다면 회사는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형사고소를 통해 실제 위법행위에 해당하는지 본안에서 가려보면 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합의를 이행하라'는 말도, '불법행위를 중단하라'는 말도, 법에 보장된 '휴식권을 보장하라'는 말도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언로 자체를 막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일이다. 우리 법원 역시 민주주의의 토대에 서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법원이 민주주의에 대항할 수 있을 때는 오직 소수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을 때임을 기억해야 한다. 이번 판결은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언로조차 막으려는 것으로 헌법적 한계를 벗어난 것이다. 기본권 보장의 보루여야 할 법원이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어서는 안된다.

 

2022106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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