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MB의 대북강경 노선' 본격 견제

외신들 통해 MB의 대북강경책 우려, 남북대화 촉구도

미국이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 강경노선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본격적인 견제에 나섰다. 새해 1월19일 예정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국가주석간 회담을 앞두고 표출된 움직임이어서, 미·중 정상회담에서의 빅딜을 앞둔 수순밟기가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WP "미정부 관리들, 이명박의 대북강경에 우려 표명"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는 28일(현지시간) '미국, 공격적인 한국 경계'라는 제목의 서울발 기사를 통해 "지나치게 공격적인 한국은 스스로 부담을 지우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오바마 정부의 관리들 사이에서 (아직은) 심각하지는 않지만 우려가 커져가고 있다"며, 그 근거로 제임스 카트라이트 미합참 부의장이 한국군의 연평도 사격훈련을 앞두고 '연쇄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던 점을 상기시켰다.

<WP>는 또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미대사와 월터 샤프 한미연합사령관이 연평도 포격훈련 전날 청와대를 방문해 포격훈련이 필요한지를 재차 확인했다는 사실도 공개하면서 이를 미국이 한국의 대북 강경태도에 우려를 표시한 사례로 들었다.

한반도전문가 패트릭 크로닌 신미국안보센터 연구원은 <WP>와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뒤늦게 (북한에) 대응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이후 이 대통령이 과잉대응을 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 즉 포격훈련은 미국의 일부 관리들에게 지나치게 위험한 일로 보였다"며 미국정부 분위기를 전했다.

<WP>는 "최근 북한의 도발과 이에 따른 한국내 여론의 보수화로 인해 이명박 대통령이 한반도의 골칫덩어리(북한)를 다루는 전략에 변화를 주었다"며 "그러나 한국과 미국의 정치 분석가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조만간 미국으로부터 '북한과 외교적으로 대화를 하라'는 압박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마이니치> "미-중, 남북대화 선행에 합의"

일본의 <마이니치신문>도 29일 워싱턴발 기사를 통해 오바마 정부 고위관리의 말을 빌어 "중국이 제안한 6자회담 재개에 앞서 남북대화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는 데 미-중 양국이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한국의 사격훈련에 대해 북한이 군사적 대응을 하지 않은 배경에는 중국의 견제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미국은 중국이 북한에 강한 메시지를 전달했음을 확신하고 있다"며 미-중간에 긴밀한 협조체제가 가동중임을 분명히 했다.

앞서 우리나라의 국가안보전략연구소도 지난 26일 보고서를 통해 내년도 한반도 전망과 관련, "2012년을 앞두고 조급한 북한이 과감한 양보안을 제시할 경우 미.북ㆍ남.북 간 빅딜을 통한 급진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에 따라 미.북 양측도 일단 6자회담 재개에 합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연구소는 따라서 "북핵 협상국면에 대비해 의제를 선점하고 협상프레임을 설정해야 하며 김정은 후계체제가 핵 대신 선택할 수 있는 평화체제를 제시하는 게 핵심"이라면서 정부에게 남북협상 준비를 조언했다.

1.19 미-중 정상회담에서 '빅딜' 가능성

외신들을 통한 미국정부 관리들의 'MB 강경노선'에 대한 견제 움직임은 앞서 정부가 미국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연평도 사격훈련을 강행했을 때부터 감지되기 시작했다.

한 예로 당시 미국의 <CNN>은 연평도 훈련에 참관한 미군 21명이 합동훈련이 아닌 '감시' 목적으로 참가한 요원들임을 강조했다. 또한 미국합참의장이 연평도 현장과 '핫라인'을 개설해 훈련 전개과정을 일일이 점검했음을 지적하며, 사격훈련이 북한의 대응사격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미국이 노심초사했음을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미국은 남한을, 중국은 북한을 각자 맡아 남북 군사충돌이 재발하지 않도록 긴밀한 공조체제를 작동시킨 결과 남한의 연평도 사격훈련 강행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대응사격 사태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새해 1월19일 국빈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해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이 회담에서는 양국간 핫이슈인 경제회담 외에 대만에 대한 미국의 첨단무기 판매에 중국이 반발해 중단됐던 군사회담이 1년만에 재개되며, 이를 위해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오는 9일 베이징을 방문할 계획이다. 게이츠 장관은 방중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예정에 없던 한국도 들를 예정이어서, 미국정부의 분명한 메시지가 한국측에 전달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외교가 일각에서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미국의 염원인 미국 국채 수천억달러어치를 새로 사주는 대신에 한반도 문제에 대해선 미국에 대북강경책 포기를 주문하는 '빅딜'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