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에 모인 여성노동자의 외침 “Me Too, With You”민주노총,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 맞아 광화문에서 여성노동자대회 열어
여성단체, 학생‧시민과 성별 임금격차 알리는 3시 STOP 행진 진행

110년 전 미국 섬유공장 여성노동자들은 평등임금, 노동시간 단축, 작업 환경 개선을 외치며 행진했다. 한 세기 전 요구는 아직도 전 세계 여성노동자들의 공통된 외침이다.

특히 여성과 남성의 임금격차가 OECD국가 중 1위이고 저임금‧최저임금미만 노동자 비율이 남성보다 여성이 2~3배 이상 높으며, 수많은 여성노동자들이 직장 내 성폭력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에서는 더욱 절실한 요구다.

올해로 110주년이 된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민주노총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3.8 여성노동자대회’를 열고 성별임금격차 해소, 직장 내 성차별‧성폭력 없는 세상을 외쳤다.

민주노총이 3월 8일 110주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광화문광장에서 전국여성노동자대회를 개최하고 평등임금, 노동시간 단축, 작업 환경 개선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여성 동료를 성적 대상자로 보거나 일터의 꽃으로 보는 사회와 싸우며 성폭력 가해자가 되지 않을 것"을 선언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광화문 광장 울린 조합원들의 외침 “Me Too(나도 말하겠다), With You(우리가 연대한다)”
김명환 위원장 “불평등과 여성혐오 가득한 사회 바꿔내기 위해 민주노총이 앞장서겠다”

3.8 여성노동자대회는 “Me Too”라는 외침과 “With You”라는 화답으로 시작했다. 민주노총 봉혜영 여성위원장이 “여성들은 침묵하지 않고 증언하기 시작했다. 매일 새로운 성폭력 피해자의 말하기가 이어진다. 오늘 우리가 어느 때보다 연대와 지지를 보여야 하는 이유다”라며 “제가 Me Too라고 외치면 동지들은 With You라고 답해 달라. Me Too!”라고 외치자 광장 에서는 “With You!”라는 참가자들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비정규 여성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은 고쳐질 줄 모르고, 100대 64라는 남성과 여성의 임금격차는 줄어들 줄 모른다. 워킹맘들의 육아는 아직도 전쟁이다. 더구나 현재 한국사회 미투 운동의 확산은 문제적 개인을 넘어 여성들이 노동 과정에서 겪는 구조적 차별과 폭력을 드러내고 있다”며 여성노동자들이 한국사회에서 겪는 현실을 말했다.

또한 김명환 위원장은 “민주노총이 불평등과 여성혐오가 가득한 사회를 바꿔내는 투쟁에 먼저 나서겠다. 일터 곳곳에서 차별과 폭력에 노출된 여성노동자, 비정규직 저임금 여성노동자의 든든한 언덕이 되고자 한다. 100대 64라는 기울어진 저울을 바꿀 수 있도록 투쟁하겠다”며 성별임금격차 해소, 직장 내 성차별‧성폭력 철폐를 위한 투쟁에 민주노총이 앞장설 것임을 다짐했다.

성평등 일터 만들기 위해 투쟁한 조직과 조합원, 성평등 모범 조직‧조합원상 수상

대회사에 이어 성평등 모범 조직‧조합원상 시상식이 있었다.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원주원예농업지회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여수지부 ▲금속노조 대구지부 대구지역지회 한국OSG분회 ▲금속노조 경기지부 삼화지회 ▲전국민주일반연맹 서울일반노조 동국대 시설관리분회 ▲여성연맹 마사회지부가 성평등 모범 조직상을 수상했고,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대구축협지부 오혜림 조합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초등지회 최현희 조합원 ▲전국민주일반연맹 전국민주연합 광명지부 여영숙 조합원이 성평등 모범 조합원상을 받았다.

전교조 최현희 조합원 ‘아픔과 상처 견디고 우리 내부 미투에 대한 방관과 은폐 돌아봐야’

수상자 중 한 명인 전교조 초등지회 최현희 조합원은 일부 시민의 극렬한 공격을 받으면서도 학교의 성차별적 교육 현실을 고발하고, 성평등 교육의 필요성을 알려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에 대한 청와대 국민청원 답변을 얻어냈다.

수상자 대표로 발언한 최 조합원은 “멀리 있는 미투를 지지하는 것은 쉽다. 그러나 내가 속한 집단과 조직의 미투를 보며 피해자의 편에서 연대하는 것은 아픔과 상처 없이 불가능하다. 저에게 이러한 상을 주시고 발언의 기회를 주신 것은 우리 안의 아픔을 낱낱이 드러내 함께 변화하고자 하는 의지라 믿고 용기내어 이야기한다”며 “2008년 있었던 민주노총 전교조 조합원 성폭력 사건 피해자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고통받고 있으며, 당시 전교조 지도부는 그 사건을 피해자의 편에서 제대로 책임있게 해결하지 않았다”고 10년 전 민주노총 성폭행 미수 사건에 대한 조직적 자성을 촉구했다.

자리에 모인 민주노총 조합원과 시민들은 대회를 마치며 ‘성 평등 사회를 위한 민주노총 조합원 선언문’을 함께 읽으며 성폭력 피해를 말한 모든 당사자와 연대하고 성폭력과 성차별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민주노총, 전국여성노조, 여성민우회 등 연대단체와 시민들이 ‘조기퇴근, 3시 STOP’ 집회를 개최하고 성별 임금 격차가 심각한 한국사회에 경종을 울리자는 취지로 오후 3시가 되면서 휴대전화 알람을 울리는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임금격차 시간으로 환산하면, 남성이 오후 6시까지 유급노동할 때
여성은 오후 3시부터 무급노동 하는 셈
성별임금격차 심각성 알리기 위한 ‘3시 STOP’집회 이어져

여성노동자대회를 마친 뒤 민주노총, 전국여성노조, 여성민우회 등 연대단체와 시민들은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요구하며 ‘조기퇴근, 3시 STOP’ 집회를 이어갔다.

한국 남성이 100의 임금을 받는다면, 한국 여성의 임금은 64에 불과하다. 이 격차를 시간으로 환산하여 남성이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유급노동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여성은 오후 3시부터 무급노동을 하는 셈이다. ‘3시 STOP’ 집회는 여성의 무급노동이 시작되는 오후 세시에 노동을 멈추고 휴대전화 알람을 울려 성별 임금 격차가 심각한 한국사회에 경종을 울리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참석자들은 오후 세시에 맞춰 휴대전화 알람을 울리고 율동을 하면서 “결혼-남친-출산 묻지말고 반은 뽑아라!”, “직장 내 성희롱 근절하라!”, “최저임금, 정부부터 지켜라!”라고 구호를 외쳤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채용 면접에서 ‘결혼했느냐, 남자친구 있느냐, 출산 계획이 있냐’라는 황당한 질문을 받고 차별당하는 현실을 고발하는 청년 여성의 발언, 노동조합이라는 우산을 만들어 직장 내 성희롱에 조직적으로 대응한 금속노조 대구지부 대구지역지회 한국 OSG분회 조합원의 발언이 이어졌다. 전통적으로 ‘여성의 일’로 여겨져 왔다는 이유로 부당하게 저임금을 받고 있는 돌봄노동자의 발언도 있었다.

집회 마친 후 아시아나 사옥-보신각-고용노동청으로 행진,
성희롱‧성폭력 찢고, 성별임금격차 부수고, 차별의 벽 넘는 퍼포먼스 진행

여성노동자대회를 마친 후 민주노총, 여성노조 조합원, 여성단체, 학생과 시민들은 성별 임금격차 해소,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근절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며 광화문광장-아시아나 사옥-보신각-고용노동청으로 행진에 나섰다.

광화문 아시아나 사옥 앞에서는 여성 직원에 대해 성희롱성 행위를 ‘스킨십 경영’이라는 이름으로 일삼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에 대한 규탄과 더불어 대형 현수막을 찢고 성차별 가득한 현실을 부수는 퍼포먼스가 있었고, 다음 장소인 보신각에서는 여성노동자 ‘차별의 벽’을 넘는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마지막 행진 장소인 고용노동청 앞에서 여성노동자가 비일비재하게 겪는 직장 내 성폭력에 대한 제대로 된 근로감독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끝으로 이번 3.8 여성노동자대회 집회는 마무리됐다.

노동과세계 안우혁  kct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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