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진약품지회 노사화합선언과 관련한 화학섬유노조 입장


1. 화학섬유노조(이하 노조) 영진약품지회가 2월26일 노사화합선언식을 가졌다.
노조는 영진약품지회가 회사측이 노사화합선언을 하지 않으면 구조조정 및 신규투자 유보 등을 추진하겠다는 강압에 못이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할지라도 민주노총과 화학섬유노조의 기본정신과 지침을 위반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또한 노조는 산하 조직이 민주노조 운동의 기본정신과 조직질서를 심각하게 훼손시키고, 정권과 자본이 경제위기를 노동자에게 전가시키고자 혈안이 돼 있는 상태에서 사회적 파장이 클 수 밖에 없는 노사화합선언을 사전에 막지 못한 것에 대해 모든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머리숙여 사과한다. 그리고 노조는 본조의 지침을 위반하고 노사화합선언을 주도한 영진약품지회장에게 규약,규정에 정한 바에 따라 징계절차를 밟고 있으며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2. 이번 노사화합선언은 2월 24일 비상 지회임원회의에서 논의된 것 이외에 공식의결단위인 대의원대회나 총회에서 논의되거나 결정된 것이 아니어서 사실상 지회장의 직권조인에 다름아니다. 민주적인 운영을 하는 조직이라면 당연히 조합원 전체의 의견을 수렴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회는 임원회의 논의 내용을 2월25일 아침에 전체 조합원 270여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00여명의 조합원들만 모인 상태에서 채 30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사실상 통보하는 것으로 조합원들의 참여와 의견을 배제하였다.

3. 이번 영진약품지회의 노사화합선언은 이명박 정권의 임금삭감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정책, 그리고 경제위기 상황에 편승한 자본가들의 일방적인 노동자들에 대한 고통전담 강요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지고 있는 사용자들의 공격적인 공세앞에 지회 최고지도부가 굴복해 수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올해들어 노동부가 ‘노사화합기업 세무조사 유예’ 등 사용자들에게 인센티브를 미끼로 노사화합 추진을 강요하는 등의 잘못된 노동정책이 낳은 산물이기도 하다.

4. 실제로 이사진이 교체되는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영진약품의 대주주로서 대표이사 등 경영진 선임과 경영을 좌우하고 있는 KT&G는 영진약품 경영진에게 ‘앞으로 구조조정을 하지않고 신규투자를 하기위해서는 노사화합선언을 해야한다’며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영진약품지회에 따르면 영진약품 경영진은 최근까지만 해도 노조에 상여금 200%반납과 임금동결을 주문하다고 갑자기 지난 주에 노사화합선언 추진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리고 노사화합선언도 모기업인 KT&G의 노사화합선언 일정에 맞춰야 한다며 날짜까지 2월26일로 주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모기업을 둔 대부분의 자회사들이 대부분 공통적으로 강요당하고 있는 내용들로써 당 노조는 주식 지분을 가지고 자회사 영진약품지회에 부당하게 노사화합선언을 강요한 KT&G를 강력히 규탄하는 바이다.

5. 사실 영진약품노동조합은 97년 노동법 날치기 당시 파업을 한 이후 98년 부도로 지금까지 12년 동안 한번도 파업을 안한 소위 ‘무쟁의’ 사업장이었다. 또한 매년 적자에서 작년 16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등 심각한 경영위기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업장에 굳이 노사화합선언을 강요한 것은 이번 기회에 임단협 교섭 유보 등 노조를 무력화하고, 작년에 국세청감사에서 85억여원의 과징금을 추징당한 영진약품과 그 모기업 KT&G가 기업이미지 제고와 세무감사 혜택을 위해 무리하게 추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낳고 있다.

6. 마지막으로, 영진약품지회가 노사화합선언이라는 굴욕적인 선택을 하기까지는 노동자들을 배신하고 정권과 자본의 품에 안긴 전직 노조간부들의 모임인 ‘뉴라이트신노동연합’(이하 연합)이 적극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회 최고지도부는 노사화합선언을 앞두고 작년에 화학섬유노조에서 영구제명당한 곽모씨 등 뉴라이트신노동연합쪽 관계자들로부터 연락을 받고 몇차례 만났다고 한다. 실제로 2월26일 영진약품 노사화합선언식이 치러진 남양공장에는 연합에서 핵심적인 지위에 있는 이모 노동부장관 보좌관과 곽모씨가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7. 끝으로, 잘못된 정책과 경제운영으로 경제를 파탄시킨 주범인 정권과 자본이 경제위기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려는 노사화합과 무쟁의 선언, 고통분담 강요에 맞서, 정권과 자본이 경제위기의 책임질 것을 요구하며 노동자,민중살리기 투쟁에 함께 나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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