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nodong.org/metabbs/metabbs.php/post/15396?page=1[2007-06-08 : 민주노총 성명서]

* 서울중앙지법,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인정 판결을 환영한다.


서울중앙지법이 현대자동차의 불법파견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현대차 아산공장에서 일하다 해고된 사내하청 노동자 7명이 2005년 12월 원청업체인 현대차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 대한 판결이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42부(재판장 박기주)는 “현대차와 협력업체 사이의 도급은 사실상 ‘근로자 파견’이며, 제조업의 직접 생산공정인 자동차공장 조립 업무는 파견금지 대상으로 불법”이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현대차가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에 대해 구체적인 지휘·명령과 이에 수반하는 노무관리를 해 왔다”며 “현대차와 사내 협력업체들의 도급계약은 실질적으로는 협력업체들이 소속 근로자를 현대차에 파견해 이뤄지는 근로자 파견 계약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2004년 12월16일, 노동부가 현대자동차 울산·아산·전주공장 1만 여명의 사내하청 전원이 불법파견이라고 판정한 이후, 주목할 만한 판결로서 사용자측이 도급을 포괄적으로 인정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사실상 불법파견문제를 합법적인 도급으로 위장하려는 의도에 쐐기를 박고 그동안 제조업 생산공정에서 공공연하게 이루어진 불법파견을 근절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지난해 12월28일 검찰이 현대차 1만 여명의 불법파견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해 ‘현대차 불법파견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것이 잘못된 것임을 확인시켜주고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뿐만아니라 제조업에 만연되어있는 불파노동자들이 정규직으로서 인정을 받게 되는 의미 있는 판결이다.

서울중앙지법은 그동안 ‘합법파견에만 고용의제조항이 적용되며 불법파견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일부 잘못된 판결을 비판하면서 ‘불법파견’에도 ‘고용의제 조항(파견법 제6조제3항)’이 적용된다고 판시하였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이 사건 규정(고용의제 조항)은 사용사업주에게 2년의 기간이 지나도록 파견근로자를 계속 사용하는 경우 고용간주라는 부담을 주어 장기간의 파견을 규제하는 동시에 파견근로자를 정규직근로자로 전환시킴으로써 고용불안을 제거하고자 하는 취지의 규정이다.

만일 위법한 파견에는 이 사건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면, 이 사건과 같이 업무도급계약의 형식을 빌린 불법파견관계의 경우 고용불안을 해소하기 어렵게 되고, 사용사업주는 이 사건 규정의 적용을 피하기 위하여 파견업 허가를 받지 않은 파견사업주로부터 파견을 받으려는 강한 유인을 갖게 되는 문제까지 발생한다” (판결문 중에서)고 밝히고 있다. 이는 그동안 합법파견에만 적용되고 불법파견에는 적용되지 않았던 고용의제로 인해 사용자들이 합법파견보다 불법파견을 더 선호하며 파견법을 어겼던 사례를 바로잡은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서울중앙지법은 “불법파견으로 현대차에 파견된 날로부터 2년이 지난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한해서만 현대자동차의 정규직 노동자의 지위를 인정하였다. 합법파견 시 2년이 경과한 노동자들에 대해 고용의제 조항이 적용되는 것을 그대로 불법파견에 적용한 것이다. 따라서 소송에 참여한 7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들 중 근속 2년이 넘은 4명의 노동자들에 대해서만 현대자동차에 직접 고용된 것으로 판정하고, 나머지 3명의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다. 명백하게 법을 어긴 불법파견의 경우에는 합법파견에서보다 더욱 강한 규제가 필요한 만큼 이번 판결에서 기각된 3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판결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서울지법의 판결은 검찰의 반노동자적 결정을 바로 잡은 것으로 정부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명백하게 잘못되었음이 드러난 이상, 정부는 관련자 문책·처벌에 나서야 할 것이며 현대자동차에 불법파견 시정과 정규직화를 위해 강력한 행정지도를 해야 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민주노총 이석행 위원장과 가진 면담자리에서 “불법파견을 엄단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정부는 이 약속을 꼭 지켜주기 바란다.


2007.6.8.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