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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우 "노동자 수난시대, 전태일은 등짝 후려치는 '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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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마석모란공원 전태일 묘역서 전태일 추도식 및 전태일노동상 시상식 진행돼

▲ 제52주기 전태일 추도식 참가자들의 제창 제52주기 전태일 추도식 참가자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 강승혁

 
지난 13일 오전 11시, 마석모란공원 전태일 묘역에서는 제52주기 전태일 추도식과 제30회 전태일노동상 시상식이 진행됐다. 52년 전인 1970년 11월 13일, 전태일은 청계천 평화시장 앞에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치며 분신했다.
 
이날 추도식은 최현미 전 청계피복노조 대의원의 사회로 ▲민중 의례 ▲전태일 약력 소개 ▲추모기도 ▲인사말 ▲추도사 ▲'노란봉투법' 퍼포먼스:전태일 흉상에 머리띠 두르기 ▲추모 공연(안계섭 민중가수) ▲제30회 전태일노동상 시상식 ▲수상 소감 ▲유족인사 ▲분향 및 헌화 순으로 진행됐다.
 
이덕우 전태일재단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52년이 흘렀다. 52년 전 오늘 오후 두 시 전태일은 스스로 몸에 불을 붙였다. 그 전태일의 외침은 52년이 지난 지금도 쟁쟁하다"고 말하며 "70년 320달러였던 1인당 국민소득은 3만 5천 달러가 넘어 백배가 더 늘었다. 52년 그 세월 동안 박정희로부터 윤석열까지 우리는 대통령 열 명을 겪었다. 과연 그 세월 우리가 더 행복해졌나. 전태일의 외침은 아직도 우리의 귀를 울린다, 전태일은 우리 등짝을 후려치는 죽비"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전태일이 꾸었던 꿈, 더불어 잘 사는 세상, 그 세상을 위해 우리 전태일재단, 이 자리에 오신 모든 분, 이 땅의 모든 노동자, 모든 사람과 함께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계에서 터져나오는 노조법 2·3조 개정 요구 
 
▲ 인사말 하는 이덕우 전태일재단 이사장 이덕우 이사장은 “52년이 흘렀다. 52년 전 오늘 오후 두 시 전태일은 스스로 몸에 불을 붙였다. 그 전태일의 외침은 52년이 지난 지금도 쟁쟁하다”고 말했다.
ⓒ 강승혁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추도사에서 "지금 한국 사회는 다시 전쟁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에 더해져 엄청난 가계부채와 급격하게 늘어난 자영업자 부채가 민중들의 삶을 파탄내고 있다. 기후 위기가 모두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시기"라며 현 상황을 진단하고 "이러한 시기 우리는 다시 전태일 정신을 되새긴다. 전태일 정신은 저항이라고 생각한다. 불의를 보고 참지 않고 맞서고자 했던 정신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는 필요하다"고 말하며 "노동조합을 말살하고, 더 많이 일 시키고 주는 대로 받으라고 하는 자본과 권력에 저항하는 우리의 투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우리는 지금 노조법 2, 3조 개정이라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전태일 3법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자들이 일하다가 죽지 않도록, 노조법 개정으로 모든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할 수 있도록, 그리고 열사가 외쳤던 근로기준법을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할 수 있도록 하자며 헌신 투쟁하고 있다"고 밝히며 "열사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것, 실천으로 증명하겠다"고 다짐했다.

교과서에서 노동자 지운다고 해도 노동은 사라지지 않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투쟁을 이끌었던 김형수 지회장(전국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에는, (잘 보이지는 않지만) 차별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같은 노동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지만 우리는 그 차별에 침묵하기도 한다. 그러나 전태일 열사의 삶은 침묵하는 삶이 아니었다. 드러내는 삶이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우리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또한 열사의 그 드러냄을 배우고, 한편으론 또 드러내려 노력했다. 이제 이 투쟁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투쟁이 아니라 이 땅의 깨어 있는 모든 시민과 노동자들의 투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전태일 열사가 바라는 나라일 것"이라며 "전태일 열사가 바라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내일도 계속해서 열심히 저항하고 투쟁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제30회 전태일 노동상은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이 수상했으며 특별히 공로상은 매일노동뉴스의 부성현 대표가 수상했다.
 
나지현 제30회 전태일 노동상 심사위원은 "지난 3월 28일 파리바게뜨 임종린 지회장이 단식 농성을 시작했으나, 한 달이 지나도 사용자는 들린 척도 본 척도 하지 않았다. 임종린 지회장의 육신이 말라가고 있자, 노동계와 시민사회가 나서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 이하 공동행동을 결성했다"고 하며 "공동행동은 임종린 지회장에게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며 살아서 함께 싸우자고 호소했으며 전국적인 파리바게뜨 투쟁을 만들어 냈다. 그 결과 현행 노동조합법상 교섭권이 없는 소수 노조가 5년이 넘도록 사회적 합의의 이행을 거부하며 노조 파괴 책동으로 일관하던 회사와 노사 합의를 맺었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개인이나 단체가 아닌 연대체가 받는 전태일 노동상은 공동행동이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이 땅에서 노동이라는 두 글자를 제호에 새긴 신문사가 과연 생존할 수 있을까?' 우리의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매일노동뉴스' 박승흡 회장과 부성현 대표 그리고 임직원들은 20년째 분투하고 있다. '매일노동뉴스'를 지키고 가꾸어 온 임직원들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부성현 대표에게 공로상을 수여한다"고 공로상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파리바게뜨 지회, 한국 프랜차이즈 노동운동의 길 열어

수상 소감에서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 권영국 대표(변호사)는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공동행동이 전태일 열사의 정신에 얼마큼 역할을 했을까 이런 생각부터 했다. 다만 아까 수상 사유에 대해서 얘기하셨는데 맞다. 53일간의 단식,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는 시민사회단체 노동단체들이 모였던 것"이라고 하며 "아까 임종린 지회장 53일간의 단식이라고 얘기했는데 그 뒤에 숨어 있는 지회 간부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은 고립되어서도 싸움을 멈추지 않았다. 화섬노조가 5년에 걸쳐서 천막 농성을 유지했다. 그 싸움이 있었기에 시민들의 움직임이, 연대의 손이 뻗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아마 공동행동에서 가장 우리가 소중하게 생각했던 것은 어려움에 처한 노동자들의 싸움에 굉장히 많은 시민이 함께 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 대표는 "파리바게뜨 지회는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노동운동의 길을 열고 있다. 이 싸움의 승패는 달라진 노동환경에서, 산업 환경에서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어떻게 쟁취하고 지켜나갈 수 있을지의 가늠자 역할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공로상을 수상한 매일노동뉴스의 부성현 대표는 "매일노동뉴스 대표로 제가 공로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가 고민을 하던 차, 올해가 전태일 노동상 시상식이 시작된 지 30년 되는 해이다. 저희도(매일노동뉴스) 딱 30년 됐다. 30년 동안 매일 노동을 쓰는 매체가 전 세계에서 유일해 보이는데, 이런 매체가 망가지지 않고 지금껏 끈기 있게 잘 버틴 것에 대한 전태일 노동상 심사위원회의 고마움과 기특함의 표시라고 생각해서 감사히 받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 전태일 묘소 앞에서 구호 외치는 참가자들 제52주기 전태일 추도식에 참가한 노동 원로와 관계자들이 '손배소 폭탄 없는 나라!', '전태일이 바라는 나라!'라 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강승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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