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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성명

이 불안과 슬픔은 누구의 책임인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또 한 명의 여성 청년 노동자가, 성실하게 일하고 있던 근무지에서 살해당했다. 심지어 살인범은 고인의 직장 동기였으며 반복적으로 스토킹과 불법 촬영을 한 가해자였다. 강남역 살인 사건 이후 신당역 살인 사건을 다시 겪으며 무력감과 끔찍한 분노,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절망을 느낀다. 이번에도 사회의 안전망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살인범은 성폭력을 저지른 것도 모자라, 법원 선고를 하루 앞두고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 피해자를 살해했다. 이미 가해자에 의해 지속적인 범죄가 저질러졌음에도 불구하고, 서울교통공사는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았고, 결국 계획적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말았다. 최초 범죄를 인지한 시점부터 적극적으로 나서서 예방과 충분한 조치를 취했더라면 가해자가 살인을 계획하지 못했거나, 계획했더라도 감히 실행하지 못했을 것이다.

 

가해자인 직원이 역내 공공 화장실 몰카 범죄를 저질렀음이 밝혀진 시점에서 서울교통공사는 이미 시민들의 신뢰를 잃었다. 공공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불안을 느끼게 된 것도 모자라, 시민들은 또다시 최악의 살인 범죄로부터 스스로를 지켜야만 하는 고립감에 시달리게 되었다. 화장실에서 우리는 모두 약자이다. 이 불안은 온전히 우리의 것인데, 불안을 유발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성폭력은 권력에 의한 범죄임을 이제 누구나 알고 있다. 누구라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 2차 가해의 위험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더욱 끔찍한 범죄이다. 이번 살인 사건에서 살인범은 불법 촬영 때문에 직위 해제가 된 상태에서도 스토킹 범죄에 이어 결국 살인까지 저질렀다. 이 과정에서 서울교통공사는 어떤 대처를 했는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안전하게 노동할 권리는 또 한 번 무참히 짓밟히며 모든 시민에게 트라우마를 남겼다. 무엇으로도 해소되지 않는 막막한 슬픔. 같은 노동자로서 피해자에게 느끼는 미안함을 어떤 방식으로도 전할 길이 없다.

 

서울교통공사는 이번 사건을 책임감 있게 마무리하고 시민과 직원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지하철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미 시민들의 신뢰를 잃었지만, 그것을 적게나마 회복시키는 역할 또한 서울교통공사의 몫이다.

 

노동자가 안전하고 행복하지 못한 공공장소를 이용하며 시민들이 행복을 느낄 리 없다. 경찰과 검찰, 사법부를 통해 살인범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제대로 된 처벌이 이루어지길 바라며, 이제 정말 다시는 이런 끔찍한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서울교통공사에서는 그 어떠한 역할과 책임이라도 다해야 할 것이다.

 

 

2022916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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