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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째 이어지던 천막농성은 신임 지청장 약속 믿고 마무리

김성호 본부장 "더 길게 보고 채권 발행 최근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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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스와이탱크터미널 공투본 총파업 102일차. 

  

"20년간 지켜지지 않고 있는 약속을 지킬 때가 됐다"며 총파업에 돌입했던 에스와이탱크터미널 노동자들. 그 총파업이 어느덧 100일을 넘겼다. (관련기사 : 에스와이탱크터미널 공투본, 7일부터 상경투쟁 돌입


에스와이탱크터미널 공동투쟁본부(화섬식품노조 에스와이탱크터미널지회, 에스와이탱크터미널여수지회)는 지난해 11월 5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했다. 오늘로 104일째다. 공투본의 주된 요구는 ▲성과급 지급 규정 마련 ▲(관리직)연봉제에서 호봉제로의 복귀 ▲조합 활동시간 보장 ▲카페테리아식 복지제도 도입 등이다.


20년 전 현장직 노조(현 여수지회)가 만들어질 때 맺은 단체협약 제52조에는 '회사는 연간 경영실적을 감안하여 성과급을 지급한다. 지급기준 및 지급일은 성과급지급규정에 의한다'고 명시돼있다. 하지만 규정은 마련되지 않았고, 노조는 교섭 때마다 이를 요구했지만 이행되지 않았다.


한편, 회사는 2019년 초 77억 7천만 원에 달하는 배당을 진행했는데, 이 금액은 앞선 2년치 배당액 76억 원보다 많으며, 2018년 영업이익인 77억여 원을 넘어서는 수치다. 반면 최근 몇 년간 100% 지급하던 성과급은 50% 제시에 그쳤다. 


2014년 호봉제에서 연봉제로 임금체계가 변경된 관리직. 에스와이탱크터미널지회 박영석 사무장은 "회사는 2014년 당시 '현장직과의 임금격차 축소를 위한 것'이라며 일방적으로 임금체계를 바꿨다. 하지만 현실은 평균 6% 이상의 임금격차 확대를 초래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총파업 돌입 100일차를 맞이한 지난 12일, 길어지고 있는 분쟁을 끝내기 위해 마주 앉은 노사는 다시 한번 서로의 차이를 확인했다. 성과급 지급 규정, 카페테리아식 복지제도, 임금인상 등에서 접점을 찾지 못했다.


총파업 돌입 102일째인 지난 14일 조합원들을 만났다. 인터뷰에 참여한 6명의 조합원들은 ‘분노가 더 생긴다. 더 강하게 해야겠다’는 식의 표현을 많이 썼다.


조합원 A씨는 “100일이라지만 심경의 변화는 별로 없다. 마침 그날 교섭도 실시했고, 어느 정도 기대도 있었지만 전혀 진전이 없었다. 조합원들이 (파업기간을) 1개월, 3개월을 생각하기도 했는데, 회사의 태도 때문에 분노가 더 생겨 강하게 더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조합원 B씨는 “100일이라고 크게 차이는 없다. 회사에 대한 불신감만 는다. 저렇게까지 나오냐.. 조합원들이 더 악에 받쳤을 것이라 생각한다. 회사는 시간 끌면 (우리가) 무너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회사는 총파업에 돌입한 11월 5일부터 현장에 대체인력을 투입해 공장을 가동 중이다. 하지만 대체인력 중 법인이 다른 인력도 포함돼 있기에, 공투본은 검찰에 ‘불법 대체근로’로 고소한 상태다. 노조법 제43조에는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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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투본 2월 일정. 노동부 투쟁일차와 총파업 돌입일차가 써있다.


공투본은 이외에도 노동부에 근로시간 초과 근로감독 청원, 부당노동행위 진정, 체불임금 진정도 넣어둔 상태다. 하지만 공투본은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정부 당국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판단해, 지난 1월 30일부터 ‘직무유기 규탄! 장기파업 사업장 해결! 현장근로감독 요구!’ 등을 내걸고 고용노동부 여수지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진행했다. 


15일간 진행한 여수지청 앞 천막농성은 새로 부임한 지청장의 약속으로 마감했다. 김성호 본부장은 “13일 진행한 지청장 면담에서, ‘근 시일 내에 전반적인 근로감독을 실시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3개월간 급여도 없이 생계와 파업투쟁은 어떻게 꾸려가고 있는지 궁금했다.


김성호 본부장은 “파업(투쟁) 기금이 있었지만, 1인당 100만 원씩 추가로 결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산별노조(화섬식품노조)에서 중간중간 투쟁기금도 지원받고 있으며, 우리 지역인 광주전남본부뿐 아니라 수도권, 세종충남, 전북 등의 지역에서도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여력이 되지 않은 조합원들은 예적금을 깨거나, 대출을 받거나, 마이너스 통장으로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김성호 본부장은 “파업 시작쯤 조합원들과 논의한 바가 있는데, 더 길게 보고 철도노조에서 한 것처럼 채권 발행을 최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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